[TF확대경] "국회, 함께 가자"…文대통령의 소망 '협치'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해 개원 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배정한 기자

'국회' 57번 언급…주요 현안 과제 제시하며 입법화 당부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21대 국회는 대결과 적대의 정치를 청산하고 반드시 '협치의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 연설에서 국회의 역할과 협치를 강조했다. 30분에 걸친 연설에서 '국회'를 무려 57회 언급, 통상 연설 때마다 사용 빈도가 많았던 '경제'(28번)보다 두 배 이상 사용했다. 그만큼 국회의 협조가 절실하다는 인식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연설문을 9번 고쳐 쓴 문 대통령은 국회의 협조와 당부를 비중 있게 다뤘다.

문 대통령이 협치를 소망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임기 후반부에 접어든 상황에서 각종 국정 과제의 제도화를 이뤄내려면 국회의 입법적 뒷받침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제도화는 곧 정책의 성과와도 닿아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실패로 직결되는 만큼 문 대통령으로서는 국회의 협조가 절실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해 개원 연설을 하는 가운데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검은색 마스크를 쓴채 연설을 듣고 있다. /배정한 기자

◆ 국난 극복·뉴딜 정책 주요 현안, 국회 협조 필요

특히 정부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나아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한국판 뉴딜'을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다. 앞서 2025년까지 160조 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해 19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국판 뉴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고용안전망과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입법과 제도 개선 등 국회의 역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국회의 예산심의 과정에서 여야가 진통을 겪거나 예산이 삭감된다면 한국판 뉴딜 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정부와 국회의 든든한 연대를 바란다"며 "한국판 뉴딜을 국가발전 전략으로 삼아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로 도약하는 길을 함께 걷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또 "국회가 함께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때 한국판 뉴딜의 구상은 더욱 발전하고 완성되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근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부동산 문제도 마찬가지다.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의 집값 상승으로 서민 등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6·17, 7·10 부동산 대책 등이 실효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입법이 뒤따라야 한다.

'임대차 3법'을 비롯해 정부의 부동산 대책들을 국회가 입법으로 뒷받침해 주지 않는다면, 정부의 대책은 언제나 반쪽짜리 대책이 되고 말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우려는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이 입법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효과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주택공급 확대를 요구하는 야당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겠다고 언급한 대목 역시 부동산 안정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데 있어서 좋은 정책이라면 야당의 뜻도 적극 수용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 야당의 동참을 유도하겠다는 것으로도 읽힌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주요 현안들을 과제로 제시하기도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등 인사청문회도 기한 안에 열어줄 것을 당부했다. 또 남북 철도 협력과 남북 국회회담 등을 언급하며 그동안 이뤄진 남북합의의 비준을 요청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에서 개원 연설을 마친 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 '넥타이' '통합당 속으로'…무언의 협치 의지

문 대통령은 꼭 말로써 협치 바람을 드러내지 않았다. '넥타이'로도 협치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파랑과 분홍, 노랑, 주황 등 4가지 색이 사선으로 새겨진 넥타이를 맸다. 이 색들은 순서대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정의당, 국민의당을 상징하는 색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각 당의 상징인 파랑, 분홍, 노랑, 주황색이 한 넥타이에 조화롭게 디자인된 것"이라며 "여야가 하나로 똘똘 뭉쳐 코로나19로 인한 민생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21대 국회가 되기를 바라는 여망을 담아 선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야당을 상징하는 색을 넥타이에 모두 담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연설을 하기 위해 네 차례 국회를 방문했을 때는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계열의 넥타이를 착용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흰색과 녹색, 남색이 섞인 넥타이를 맸다.

남성 정치인들은 '넥타이'를 '특정한'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로 활용하기도 한다. 넥타이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다. 주로 색을 통해 의중을 내비친다. 문 대통령은 이런 점들을 살려 협치 의지를 간접적으로 나타낸 셈이다.

문 대통령은 연설을 마친 뒤 제1야당인 통합당 의원들 방향으로 퇴장했다. 연단과 가장 가까운 중앙 통로로 입장했던 것과 다른 모습이었다. 야당에 먼저 다가가는 행동을 통해 존중의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기립한 통합당 의원들은 살짝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나눴다. 코로나19 예방 수칙을 고려한 듯, 문 대통령은 의원들은 신체 접촉을 하지 않았지만,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와는 악수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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