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별도 메시지 없다" 조화·조문만
[더팩트ㅣ종로구=박숙현 기자] "미안하다고 하더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모친 빈소에 6일 오후 늦게까지 정치권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안 전 지사는 수척해진 얼굴로 빈소를 찾은 이들을 맞이했다.
안 전 지사는 이날 오전 일찍부터 빈소를 지켰다. 그는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 등으로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이 확정돼 광주교도소에 수감 중으로, 장례를 위해 형집행정지를 받아 일시 석방됐다.
오후 6시 20분께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빈소를 찾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대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안 전 지사와 경쟁한 바 있다. 강 수석은 "그냥 조문만 했다. (문 대통령이) 조화를 보내셨다"면서 문 대통령으로부터 별도의 메시지는 없었다면서 장례식장을 나왔다.
여권 거물급 인사들도 얼굴을 내밀었다. 이낙연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 50분께 빈소를 찾았다. 그는 헌화를 마친 뒤 안 전 지사의 손을 잡고 이야기 몇 마디를 나눴다. 이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위로의 말씀을 많이 드렸다"며 "안 전 지사는 '위로해줘서 고맙다'고 했다"고 했다. 이 의원은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당시 후보의 대변인으로, 당시 노 후보 보좌진이었던 안 전 지사와 함께 일한 인연이 있다.
이 의원 외에도 문희상 전 국회의장, 민주당 이해찬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윤호중·이광재·기동민·박용진·윤건영 의원 등이 빈소를 다녀갔다. 이들에 따르면 안 전 지사는 '미안하다'는 말을 거듭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의원을 만나고 나온 우원식 의원은 "마음이 몹시 아프다. 잘못한 건 잘못한 거지만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나. 건강 잘 챙기고 앞으로 힘내서 살아갔으면 한다"고 했다. 우 의원은 14대 국회 당시 노무현 국회의원 보좌진을 하던 안 전 지사와 같은 보좌진으로서 인연을 맺었다. 우 의원은 "재야에서 같이 들어왔는데 그때(보좌진 시절)부터 많이 모여서 술도 마시고 했다"고 과거를 돌이켰다.
원외 인사들도 조용히 조문객 행렬에 합류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후 4시께 짧게 조문한 뒤 취재진 물음에는 응하지 않은 채 대기한 차량을 타고 장례식장을 빠져나갔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오후 6시 45분께 빈소를 찾아 약 10분 간 조문했다.
안 전 지사를 찾은 이들은 하나같이 그의 건강을 염려했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안 전 지사) 살이 많이 빠졌더라. 어머님이 돌아가셨는데 처지가 그래서 도리를 다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것에 대해 가슴 아파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부겸 전 의원도 "얼굴이 많이 수척해졌다. 이렇게 와 줘야 서로 힘이 된다. (저도) 힘내라고 그랬다"고 말했다.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살이 좀 빠져서 괜찮냐고 하니 괜찮다, 건강에 별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면회를 했어야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못했다. 지난해 대법원 확정 판결로 광주로 간 뒤로는 못 봤다"면서 "많은 분이 와서 위로해주고 격려해주니 위안이 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미래통합당 등 야권 인사들도 빈소를 찾았다. 정진석 통합당 의원은 "2014년에 도지사 선거를 같이 치르고, 고향 대학 후배이기도 해서 왔다"면서 "많이 야위어서 마음이 안 됐다. 건강관리에 신경 쓰라고 했다"고 말했다. 충청권 인사 윤주경 통합당 의원도 장례식장에 얼굴을 보였다. 윤 의원은 "독립기념관장 시절에 너무 많이 도와줘서 잊지 않고 있다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삼일절, 광복절 행사 때마다 (안 전 지사가) 와 주고 새로운 전시에 항상 관심있게 봐주곤 했다"고 회상했다.
빈소 앞에는 문 대통령, 고(故) 노무현 대통령 부인인 권양숙 여사가 보낸 조화를 중심으로 이 대표 등이 보낸 조화 50여개가 양 옆으로 빽빽하게 놓였다. 빈소를 찾은 조문객 사이에선 유력 대권주자로 손꼽혔다가 성추문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안 전 지사를 두고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