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연함 금할 수 없어…이미 전략적 계산 표 있다"
[더팩트|문혜현 기자]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전 북미정상회담 추진 가능성이 나오는 것을 두고 "북미대화를 정치적 위기 해결 도구로만 여기는 미국과는 마주앉을 필요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최 부상은 4일 오후 발표한 담화에서 "나는 사소한 오판이나 헛디딤도 치명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후과를 초래하게 될 지금과 같은 예민한 때에 조미(북미)관계의 현 실태를 무시한 수뇌(정상)회담설이 여론화되고 있는데 대해 아연함을 금할 수 없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당사자인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에 대해서는 전혀 의식하지 않고 섣부르게 중재 의사를 표명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미국 대통령 선거 전에 조미수뇌회담을 진행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미국 집권층이 공감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에서 '옥토버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선거 막판 변수)'를 언급하는 것을 두고 "그 무슨 '10월의 뜻밖의 선물'을 받을수 있다는 기대감을 표명하면서 우리의 비핵화 조치를 조건부적인 제재 완화와 바꿔먹을 수 있다고 보는 공상가들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힐난했다.
최 부상은 "이미 이룩된 수뇌회담 합의도 안중에 없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집요하게 매여달리고 있는 미국과 과연 대화나 거래가 성립될 수 있겠는가"라면서 "우리와 판을 새롭게 짤 용단을 내릴 의지도 없는 미국이 어떤 잔꾀를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오겠는가 하는 것은 구태여 만나보지 않아도 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미국이 아직도 협상 같은 것을 가지고 우리를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며 "우리는 이미 미국의 장기적인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전략적 계산표를 짜놓고 있다"고 밝혔다.
최 부상은 이어 "그 누구의 국내 정치 일정과 같은 외부적 변수에 따라 우리 국가의 정책이 조절, 변경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조미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뤄 나가기 위한 도구로 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앉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 전에 북미정상회담을 추진, 외교적 업적을 세워 재선에 성공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실패, 조지 플로이드 사망 항의 시위 등 국내적 악재를 위한 돌파구로 북미회담을 성사시킬 수 있다는 거다.
북한은 이날 최 부상 담화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성과를 안겨주기 위한 북미회담을 추진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보내온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또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섣부르게 중재 의사를 표명하는 사람'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및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과 가진 화상 정상회담에서 미국 대선 이전 3차 북미회담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