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주간政談] '역시 권력보다 돈?'...노영민 다주택 처분, '설왕설래'

강남과 청주 두 군데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던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서울 강남 아파트 대신 지역구였던 청주 아파트를 매각하면서 비판 여론이 나오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 정치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45분 만에 강남에서 청주 아파트로 '정정'…들끓는 비판 여론

[더팩트|정리=문혜현 기자] -장마철이 다가왔습니다. 정치권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추경 처리, 부동산 대책 등으로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데요. 최근 폭등한 부동산 가격을 놓고 논란이 격화되자 청와대는 비서관급 이상 참모들의 1인 1주택을 강제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강남불패' 신화를 입증하는(?) 상황이 벌어져 논란입니다.

-국회는 미래통합당의 부재로 여당 단독 추경 심사가 이뤄졌습니다. 통합당은 내주 복귀를 계획해 공수처 문제 등을 둘러싼 경쟁을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상임위를 한 개도 가져가지 못한 통합당이 어떤 대여 공세를 취할지 주목됩니다. 여권에선 '차별금지법' 발의가 화제인데요. 하루에도 수백 건의 항의 전화로 의원실이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먼저 청와대 소식부터 들어보겠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처음 노 비서실장이 강남 아파트를 매각한다고 발표했다가 45분 뒤 내용을 변경했다. 지난달 2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참석한 노 비서실장. /배정한 기자

◆노영민, 반포 아닌 청주 집 처분 결정 '설왕설래'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2일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다주택 참모를 향해 이달 중 집 한 채 뺀 나머지 집은 매각할 것을 재권유했죠. 본인이 보유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와 충북 청주시 소재 아파트 중 후자를 급매물로 내놓았는데요. 이게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노 실장은 청와대 다주택 보유자들 대부분 불가피한 사유가 있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아야 하고 이제는 우리가 솔선수범해야 한다며 집 한 채를 빼고 모두 처분할 것을 다시 권고했습니다. 지난해 12월 16일에 이은 두 번째입니다. 6개월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12명의 참모가 다주택자라고 합니다.

-특히 노 실장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그의 이번 결정을 두고 '왜 강남권에 있는 서울 집 대신 청주 아파트냐'는 비판 여론이 강합니다. 결국 집값이 비싼, 집값 상승 가능성이 큰, 서울 강남권 아파트를 놔둔다는 것은 정부 부동산 정책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온라인 민심도 흉흉합니다. 국회의원 지역구였던 청주 아파트를 처분하기로 하면서 '권력'보다는 역시(?) '돈'이 우선이라는 조롱도 온라인상에서 보입니다. 앞으로 충북도지사나 청주 지역구 출마는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고요. 참고로 전용 면적 45.72㎡(13.8평)의 반포동 서래한신아파트 매매가는 현재 9~11억 원 정도이며, 134.88㎡(40.8평) 규모의 청주 진로아파트는 2억 원대의 시세를 보입니다.

-뒷말이 얼마나 많았으면, 노 실장과 관련한 '지라시'도 나돌더군요. 혹시 다들 보셨나요?

-네. 먼저 청와대 관계자는 2일 기자들과 만나 노 실장이 반포 아파트를 급매물로 내놨다고 발표했다가, 45분 뒤 반포가 아닌 청주 아파트를 팔기로 했다고 정정했습니다. 내용 전달에 착오였다면서요. 이를 기반으로 한 지라시가 유포됐는데요, 반포동 부동산 중개인이 노 실장에게 전화해 '서울 아파트'는 절대 팔면 안 된다고 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45분, 그사이 이런 일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설'인데요. 실제 일어난 일이라고 보기는 매우 어렵습니다만, 이 또한 민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브리핑 정정 관련해서 최초 노 실장이 '서울 아파트'를 처분한다고 했을 때는 '초강수'라는 일부 기자들의 평이 있었습니다. 노 실장이 강남권 아파트를 팔겠다는데, 다른 다주택 참모가 받는 압박감은 얼마나 크겠습니까. 그런데 '청주아파트' 처분으로 정정된 이후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다주택 처분 취지로 제시한 국민 눈높이와 과연 맞겠냐는 시각입니다. 노 실장이 매물로 내놓은 아파트를 '착오'로 잘못 전달한 관계자의 '안위'를 걱정해주는 기자도 있었습니다.(웃음)

-노 실장의 아파트 처분 건은 그간 정부의 부동산 안정 대책에 대한 불만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고 각종 규제로 인해 전세 대란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다 내 집 마련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죠. 고위 공직자인 노 실장의 청주아파트 처분에 대해 뒷말이 많은 것은 이러한 영향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심지어 3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국가정보원장·통일부 장관 등 인사가 있었는데요, 부동산 대책과 노 실장을 둘러싼 논란을 덮기 위한 것 아니냐는 소위 음모론도 들립니다. 근데, 강남권 아파트, 평범한 직장인이 평생 벌어서 살 수 있을까요? 문득 궁금하네요.

통합당은 다음 주 국회에 복귀해 상임위원회 활동 등을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달 29일 열린 통합당 의원총회. /배정한 기자

◆통합당, 명분·실리 모두 잃고 '빈손 국회' 복귀 임박

-21대 국회 시작부터 '보이콧'에 돌입했던 통합당이 다음 주 국회 복귀를 예고했습니다. 법제사법위원장 자리에 목매다 민주당이 끝내 양보하지 않자, 결국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국회에 복귀하려는 모양새죠?

-그렇습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 2일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국회 복귀 시점을 묻는 질문에 "다음 주 초쯤 될 텐데 구체적 날짜는 상황을 봐 가며 정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주도 3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가 끝나면 국회로 돌아오겠다는 이야기인데요, 복귀 명분을 찾기 위한 시도가 번번이 무산돼 어쩔 수 없는 백기투항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통합당이 명분으로 삼으려 했던 건 어떤 거죠?

-크게 세 가지입니다. 먼저 열흘간의 사찰 칩거를 끝내고 돌아온 주 원내대표는 원 구성을 위한 마지막 협상에서 고집했던 법사위원장직을 2년간 교대로 하는 안을 최후의 양보안으로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 안을 거부하면서 원 구성 협상이 최종 결렬됐습니다.

-이후 박병석 국회의장은 통합당 의원들을 상임위에 강제배정하고, 민주당 주도로 야당 몫 국회부의장의 동의가 필요한 정보위원장을 제외한 17개 상임위원장(예결특위원장)을 선출했습니다. 이에 통합당 의원들은 전원 사임계를 제출하는 한편, 박 의장의 사과와 원상복구를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박 의장은 이미 충분히 통합당에 상임위원 명단 제출 시한을 줬기 때문에 의장으로서의 권한을 어쩔 수 없이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원 구성 협상 실패 이후 박 의장에 대한 사과 요구마저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한 통합당은 마지막으로 3차 추경안 심사를 일주일가량 늦추면 심사에 참여하겠다고 했는데요, 이를 시간 끌기로 판단한 민주당은 또다시 거부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통합당은 원내 외곽에서 정부·여당의 독주에 대한 비판에 열을 올렸는데요, 성과는 없었습니다. 명분과 실리 아무것도 얻지 못한 셈입니다.

-사실 여당 일각에선 민주당이 돌아갈 명분을 주지 않는 상황에선 당분간 보이콧을 지속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도 민주당이 독자적으로 법을 개정하면서라도 강행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부랴부랴 회군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이번 타이밍마저 놓치면 다음 국회 복귀 시점을 잡기는 더 어렵다는 판단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야가 다툴 수는 있지만, 막대한 세비 지원을 받는 의원 간 다툼은 국회 내에서 일하면서 이뤄져야 하겠죠. 앞으로도 여야의 충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다음 주부터는 국회 안에서 국민을 위한 옳은 정책과 국정운영은 무엇인지를 놓고 경쟁을 펼쳤으면 좋겠네요.

여권 의원 10여명이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가운데 각 의원실에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차별금지법 관련 동성애 반대 입장을 담은 자료들을 우편으로 보내온 모습. /장혜영 의원실 제공

◆항의전화만 200건...진통 앓는 '차별금지법'

-이번 주에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차별금지법'이 정치권을 강타했죠. 성별, 장애, 나이,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 23개 항목에 대한 차별금지 유형을 담고 있습니다. 발의를 위한 10명 의원을 모으기도 쉽지 않았는데 발의 이후에도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면서요?

-그렇습니다. 발의자 명단에 정의당 의원 6명 전원과 민주당 의원 2명, 열린민주당과 기본소득당 의원 1명이 각각 이름을 올렸는데요. 항의 전화가 온 건 발의 당일인 29일 전부터였다고 합니다. 장 의원 측 보좌진은 "발의한다는 얘기가 돌아서 저번 주 목요일부터 항의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오늘(3일)은 처음으로 (차별금지법 항의) 팩스도 받아봤다. 우편으로 동성애 반대 내용을 담은 자료들도 받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장 의원실에 직접 가봤는데요. 예상과 달리 전화 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물어보니 전화가 계속 오고 있어 소리를 줄였다고 합니다.

-전화 유형도 다양합니다. 욕설하며 일방적으로 법안 철회를 강하게 요구하고 곧바로 끊는가 하면, 차별금지법 내용을 오해하고 있다가 의원실 설명을 들은 후 납득하는 이들도 있다고 합니다. 장 의원 보좌진은 "차별금지법으로 동성애에 반대하면 처벌되는지 물어보시는 분들도 있다. 그래서 처벌하는 게 아니라고 말씀드리면 '그럼 걱정 안 해도 되겠다'면서 납득하는 분들도 있다"면서 "(항의 전화를 계기로) 오히려 발의 이후 차별금지법 내용을 많이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느끼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보좌진은 항의 목소리를 무시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응대하자는 입장입니다. 차별금지법에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도 항의 전화에 몸살을 앓고 있는데요. 용 의원실은 이번 주말까지 항의 전화와 이메일 내용을 정리해 다음 주 초 영상으로 답변할 예정입니다.

-김준호 기본소득당 대변인은 "어제 하루만 200건 넘게 전화가 왔다. 어제 최고치를 찍은 것 같다(웃음). 오늘(3일)도 오전 9시부터 전화가 계속 오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어디 목사다'라는 분도 계시고, '어느 지역에 사는 시민이라거나, 자녀를 둔 부모'라며 신분을 밝히며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또 어떤 분께서 '맘 카페 같은 곳에서 차별 금지법이 얘기되고 있다'고 하셔서 찾아봤는데 그곳에서도 찬반 의견이 있었다. 저희는 국민 의견을 최대한 듣고 답변하겠다는 취지로 여러 목소리들을 취합 중"이라고 했습니다.

-차별금지법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법무부가 정부 입법으로 처음 발의한 뒤 13년 동안 6번 발의됐다 폐기되고 이번에 7번째로 처리를 시도하게 됩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도 장 의원이 차별금지법 발의한 지 하루 만인 지난달 30일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평등법) 시안을 공개하며 국회에 올해 내 평등법 처리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미래통합당은 보수 진영에서 민감한 '성적지향'을 제외한 '제한적 차별금지법' 입법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거대 여당인 민주당은 아직 조용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공약으로 밝힌 만큼 '차별금지법'은 민주당과 무관치 않죠. 조만간 당론을 모을지 주목됩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재우 기자, 박숙현 기자, 문혜현 기자(이상 정치팀), 장우성 정치사회 에디터, 임영무 기자, 배정한 기자, 이새롬 기자, 남윤호 기자, 이선화 기자, 임세준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


moone@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