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靑 참모도 안 파는 文정부 부동산 대책…실효성 무색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해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공직자가 솔선수범하자며 청와대 참모진 중 다주택자는 1채를 제외하고 처분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경실련에 따르면 2채 이상 주택을 보유한 참모진은 8명에 달한다. /남윤호 기자

2채 이상 靑 참모 8명…처분 강제성 없지만 비판 거세 딜레마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노영민 비서실장은 수도권 내 2채 이상 집을 보유한 청와대 고위 공직자들은 불가피한 사유가 없다면 이른 시일 안에 1채를 제외한 나머지를 처분할 것을 권고했다."(지난해 12월16일)

청와대 고위급 참모들 가운데 다주택자는 한 채를 빼고 나머지는 팔라는 노 실장의 권고가 무색하다. 권고한 지 6개월이 지났음에도 실제 이행률은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범을 보여야 할 일부 청와대 고위 공직자가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과 달리하는 모양새여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이 이후 청와대 참모진이 정책에 솔선수범하자는 좋은 취지도 빛이 바래고 있다.

경실련에 따르면 전·현직 청와대 참모 가운데 아파트와 오피스텔 재산 증가 상위 10명의 평균 부동산 가격은 2017년 15억3000만 원에서 2020년 27억4000만 원으로 79% 증가했다. /경실련 자료 갈무리

◆ 靑 참모 집값 폭등…정부 정책 '역행'

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올해 3월~6월까지 공개된 청와대 공직자의 재산을 분석한 결과 수도권 내 2채 이상 주택을 보유한 고위공직자는 8명이었고, 총 17채를 보유하고 있다. 지방까지 확대하면 10명이 23채를 보유하는 등 공개대상 64명 중 28%인 18명이 다주택자이다.

집값도 대폭 올랐다. 조사 결과 8명이 보유한 아파트 등은 2017년 5월 기준 94억3000만 원(평균 11억8000만 원)에서 올해 6월 기준 152억7000만 원(평균 19억1000만 원)으로 상승했다. 1명당 평균 7억3000만 원 상승했고 증가율은 62%나 됐다. 보유한 주택 지역에 따라 개인 편차가 있겠지만, 최소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억 단위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청와대는 애초 권고 적용 대상자가 정확히 누구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정기 재산변동 사항 관보에 따르면 김조원 민정수석(서울 강남·송파 아파트)과 이호승 경제수석(경기 성남 분당 아파트), 여현오 국정홍보비서관(서울 마포 아파트·경기 과천 분양권), 강문대 사회조정비서관(서울 강서 아파트) 등이 집을 처분해야 하는 대상이다.

권고에 따라 집을 판 현직 참모들도 있다. 김연명 사회수석은 경기도 고양시의 아파트 1채를 팔아 1주택자가 됐다. 한정우 홍보기획비서관은 지난 4월 서울 구로구 항동 빌라를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실장도 서울 서초구와 충북 청주에 아파트를 갖고 있다. 다만 청와대는 '수도권 내 2채'가 아니라는 이유로 권고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서민 주거 안정과 집값을 잡겠다며 부동산 정책을 발표해왔다. 정부는 지난달 17일 비규제지역에 집중되는 투기수요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수도권·대전·청주 대부분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는 한편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취급 시 전입·처분 요건 등을 강화했다. 21번째 대책이다.

하지만 정부 대책 이후 그때마다 오히려 집값이 오르거나 다른 지역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나면서 실효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더구나 투기는 안 된다면서도 청와대 다주택자 참모진이 보유한 집값이 크게 올라 '내로남불' 모습을 보인다. 강제성 없는 '권고' 사항이지만, 부동산 투기를 원천 봉쇄하려는 정부 정책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6·17 부동산 대책에서 규제를 빗겨 간 김포·파주 등지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한 시민이 경기 김포시 한 부동산중개업소 벽에 붙은 아파트 가격 안내문을 보는 모습. /이선화 기자

◆ "권고안 여전히 유효"…"약속 지켜라"

현재까지 결과만 놓고 보면 선의의 권고가 되려 청와대의 발목을 잡게 된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노 실장의 권고는 계속 유효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지금도 권고에 따라 집을 파신 분도 계시고 이행하신 분도 있다고 알고 있다"며 "당시에 '6개월 안에 팔았으면 좋겠다'라는 권고였고,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을 때는 6개월이 지나서 팔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 실장의 권고는) 6개월 반드시 팔고 신고하라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안다"라며 "각자 사정에 따라 권고한 대로 집을 팔아야 되겠다. 그 당시 발표했던 내용 그대로이고 거기(권고)서 변경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공무원 출신으로 지금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분들을 보면 서울에 집이 있지만 세종에 이런(집이 있는) 경우까지 포괄하는 것은 아니었다"며 "이런 것을 설명한다고 국민들에게 납득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다주택자 참모들이 당연히 집을 팔아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으나, 비판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는 듯하다. 청와대가 주택 처분 현황 등을 투명하게 밝히지 않고 있는 데다 지나치게 관망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반면 사유 재산을 처분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동정 여론도 있다.

남은경 경실련 정책국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공직에 있는 사람이 국민에게 공식적으로 한 약속에 책임을 져야 한다. (청와대는) 책임지지 못할 말을 해서는 안 됐다"라며 권고 이행을 촉구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대통령을 측근에서 보좌하는 공직자들이 가진 것을 다 누린다면 국민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진다"면서 "그렇기에 고위 공직자들은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제언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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