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대북정책 담당 고려, 창조적 파괴 이뤄야
[더팩트ㅣ통일부=박재우 기자] 어느 한국사 강사가 예상되는 '통일비용'과 '통일이익'을 비교하며 왜 통일이 이득인지 강의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젊은 세대들이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는 데 일침을 가하는 영상이었지만, 이는 단순히 경제학적으로 접근했을 뿐 밀레니얼 세대(1980대 초반 ~2000 초반 출생한 세대)로 분류되는 필자에게 별다른 감동을 주지 못했다.
통일연구원에서 지난 2018년 실시한 통일의식조사 결과 "남북이 한민족이라고 해서 반드시 하나의 국가를 이룰 필요가 없다"는 의견에 대해 40대부터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더 많았지만, 밀레니얼 세대는 달랐다. 20대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동의했고, 30대도 동의 39.2%로 가장 많은 응답을 차지했다.
기성세대의 '통일관'은 밀레니얼 세대에게 진부하게 느껴진다. 마치 먼 나라 이야기 같다. 전쟁 없는 시기에 태어나, 배낭을 메고 자유롭게 여러 나라를 여행했던(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그들에게 '북한'은 같은 민족이 아닌 이질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다.
같은 민족이지만 다른 체제에서 공존해 온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직접 목격하며, 미국과 같이 민족은 다르지만 하나의 가치를 두고 한 체제를 이뤄온 나라도 방문한다. 하지만 비록 할아버지·할머니가 북에서 왔다 치더라도 우리는 직접 북한 사람들을 만나봤거나 북한 땅을 밟아 본 적이 없다. 매번 뉴스를 통해 갈등과 화해를 반복하는 모습이 비치지만, 직접 마주치는 일은 없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좋을 것만 같았던 남북 관계는 최근 상황으로 볼 때 북한은 달라질 수 없는 존재임을 다시 느끼게 한다. 그나마 다행은 군사 충돌까지 이어질 뻔한 상황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등장으로 긴장이 완화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 또다시 같은 일을 반복할지 모른다.
이런 가운데 눈여겨볼 점은 악화된 남북관계 아래서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이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파괴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는 점이다. 그는 퇴임사에서 "신명 나게 일할 기회도 없었습니다", "주어진 권한에 비해 짊어져야 하는 짐은 너무나 무거웠습니다"라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꼬집었다.
그동안 한반도 정세에서 우리는 늘 '통일'을 외쳐왔지만, 통일부의 역량보다는 행정부의 기조에 따라 또, 외부세력의 입김에 따라 휘청거렸다. 그리고 북한의 변덕도 한몫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아직도 '통일' 문제를 우리민족끼리 자주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일각에서는 '남북관계의 경색을 돌파하려면 정치인 출신의 통일부 장관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설령 정치인 출신 신임 장관이 '돌파구'를 마련한다고 해도 현재 구도에선 다시 반목과 대립 구조로 회귀할 수 있다.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위해서는 더 획기적인 방안, 즉 '창조적인 파괴'가 필요하다. 통일부 장관을 교체하는 대신 '통일부'를 폐지하면 어떨까. 통일부 대신 외교부가 대북정책을 담당해 남북관계를 '특수관계'로 보지 않고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미 1991년 남북은 UN에 동시 가입했다. 국제사회에선 사실상 남북을 두 국가로 분류한다.
대한민국 '헌법'과 '국가보안법'에선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아 어려움도 존재한다. 다만, 정부조직법 개편에 따라 통일부를 폐지하고 외교부를 통해 북한을 간접적으로나마 국가로 인정한다면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외교부가 대북정책을 담당한다면 서로를 흡수 대상으로 보는 통일 개념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국가 간 교류·협력까지 활성화될지도 모른다. 통일이 아니어도 남북의 미래 세대들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는 날이 온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원하는 '평화가 일상인 나라'가 찾아오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