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미뤄진 '원 구성'…박병석, 28일 마지막 협상 예고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9일간의 '사찰 칩거'를 끝내고 국회로 복귀했다. 하지만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치는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물러서지 않는 강경한 대치 속 민주당이 요구한 26일 본회의는 또다시 무산됐다.
당초 박병석 국회의장은 지난 15일 민주당과 함께 법제사법위원장 등 6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한 뒤 19일 본회를 열고 나머지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이에 반발한 주 원내대표가 사의를 밝힌 뒤 전국 사찰을 떠돌며 칩거에 들어가면서 여야 협상은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예고한 날짜까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박 의장은 다시 한번 여야 합의를 촉구하며 본회의를 연기했다. 이 상황은 지난 25일 주 원내대표의 국회 복위 이후에도 지속됐다. 칩거를 끝낸 그는 18개 상임위원장직을 모두 민주당에 내주고, 강력한 대여·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주 원내대표는 통합당 의원들의 상임위원 명단 제출을 거부했다. 민주당이 알아서 원 구성을 하고, 국회 운영에 대한 책임도 전적으로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경우 나머지 12개 상임위 구성을 위해선 박 의장이 15일처럼 통합당 의원들을 각 상임위에 강제로 배정한 뒤 176석을 보유한 민주당 주도로 상임위원장을 선출해야 한다.
상임위원 강제배정은 헌정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다. 지난 15일 강제로 6개 상임위에 배정된 통합당 의원 45명은 다음 날(16일) 국회 의사과에 사임계를 제출하고 보이콧에 들어갔다. 박 의장 입장에선 헌정사 첫, 두 번째 상임위 강제배정을 하고,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여당이 18개 상임위원장 전석을 갖는데 일조한 의장으로 역사에 기록되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과 더 이상의 협상은 어렵다고 판단한 민주당 지도부는 박 의장에게 나머지 상임위 원 구성을 위해 26일 본회의를 개최할 것을 요구했지만, 박 의장은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25일부터 주 원내대표와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를 교대로 면담한 박 의장은 26일 오후 두 원내대표와 2시간 이상 마라톤 회동을 갖고 합의를 촉구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박 의장은 시급한 현안인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를 이번 6월 임시국회(7월 4일까지)에서 반드시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민수 국회 공보수석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두 원내대표의) 의견 접근이 있었으나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해 일요일(28일)에 박 의장 주재로 마지막 협상이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28일은 원 구성을 위한 여야의 마지막 협상 일이 될 전망이다. 한 수석은 "주말 동안에 있을 예정인 협상이 마지막"이라며 "월요일(29일)에는 무조건 (원 구성을 위한) 본회의가 열린다고 봐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마지막 협상에서도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29일 본회의에선 나머지 12개 상임위 전체에 대해 박 의장이 통합당 의원들을 강제로 배정한 후 민주당 인사로 상임위원장을 선출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 84조에 따르면 6월 임시국회 내에 3차 추경안을 처리하기 위해선 모든 상임위에서 예비심사를 한 후 예산결산특위 의결을 거쳐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이 경우 35조3000억 원 규모의 역대급 추경을 5일 안에 심사·처리하는 것이어서 '졸속 추경 심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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