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안보 전문가가 말하는 '진짜 평화' 방법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북한도 판문점 선언(2018년 4월 27일), 남북군사합의(2018년 9월 19일)는 끝났다고 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북한보다 더 북한 편을 들고 북한의 입장을 옹호한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김여정(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도 우리보다 우리를 더 생각한다고 놀라지 않을까."
미래통합당의 국방·안보 전문가인 신원식 의원(초선, 비례대표)의 발언은 거침이 없었다. 육군사관학교 37기로 1981년 임관해 2016년 1월 합동참모본부 차장(중장)을 끝으로 예편할 때까지 35년 간 군의 주요 보직을 두루 경험한 신 의원의 눈에 비친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은 인류 역사에서 증명된 '안보정론(安保定論)'에서 벗어났다.
◆'안보정론'에서 벗어난 비정상적 대북정책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국방과 안보를 위한 정론(正論)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지난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 의원을 만났다. 그는 1시간가량 진행된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위협에 대한 진단과 올바른 대처 방법을 본인의 생각과 함께 다양한 사례를 들면서 상세히 설명했다.
"안보의 목적은 '평화 유지'다. 인류 5000년 역사에서 검증된 안보정론은 상대방의 위협을 억제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도발해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고 여길 때 '진짜 평화'가 이뤄진다. 지난 67년간 이어진 평화는 우리 스스로의 힘에 동맹의 힘을 보태서 이뤄졌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검증된 방법에서 일탈해 이변을 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신 의원의 평가는 싸늘했다. 최근 발생한 북한의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상식을 벗어난 비난은 역사가 증명한 정도를 벗어난 정책의 결과라는 게 신 의원의 분석이다.
신 의원은 "지난 3년 북한의 체제와 속성은 변하지 않았다. 가장 중대한 사안인 핵 위협은 오히려 커졌다"며 "북한이 완전한 핵무장 국가가 됐는데도 대화로 평화를 할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주장은 '가짜 평화'"라고 주장했다.
이어 "가짜 평화가 몇 년간 이어질 수는 있지만, 그 뒤에는 수십 배, 수백 배 참혹한 위기에 도달한다는 게 역사를 통해 증명됐다"며 "북한이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해 국가 성격이 바뀌기 전에는 상대방의 위협을 지속적으로 억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신 의원은 "북한이 도발로 얻는 것보다 잃을 게 많다는 걸 알려줘야 북한이 대화로 나올 것"이라며 "북한의 어려운 사정을 고려하면 시간은 우리 편이다. 원칙을 견지하면서 북한의 도발을 정상궤도에서 이탈한 비정상을 정상으로, 안보정론으로 돌아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의원이 이처럼 주장하는 이유는 지난 3년 남북관계가 온탕과 냉탕을 오갔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임기 초인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이뤄진 남북정상회담에선 두 정상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성지역 설치 △각계각층의 다방면적 협력·교류·접촉 활성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 체제 구축 위해 적극 협력 등에 합의(판문점 선언)했다.
같은 해 9월 19일에는 두 정상이 평양에서 재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9.19 군사분야 합의서 성실 이행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 강구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사업 우선 정상화 △이산가족 문제 근본적 해결 위한 인도적 협력 강화 △북한의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영구 폐기 등에 합의(평양공동선언)했다.
두 정상이 성실히 이행하기로 한 군사분야 합의서에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상호 감시초소(GP) 시범 철수 △비무장지대 내 시범적 남북공동유해발굴 진행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후 대북제재의 키를 쥔 북미 대화가 지지부진하면서 북한은 지속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하고 군사적 행동을 지속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불상 발사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이 군사합의를 파기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에도 북한은 강경한 태도와 위협을 가했다.
특히 지난 4일 김여정 제1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금강산관광 폐지, 개성공단 완전 철거, 남북연락사무소 폐쇄, 남북 군사합의 파기 등을 언급했다.
이에 우리 정부가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하면서 북한 달래기에 나섰지만, 북한은 지난 16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또 다음 날에는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명의로 사실상 9.19 군사합의 전면 파기를 예고했다.
고조되던 위협은 지난 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남 군사행동 계획 보류' 결정을 내리면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다음 날(24일)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국회 발언을 겨냥한 담화를 통해 "'보류'가 (군사행동) '재고'로 될 때에는 재미없을 것"이라고 대남 군사행동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의 평화를 위한 지난한 노력으로 이뤄진 남북 화해 기류는 예측이 어려운 북한의 태도 돌변으로 순식간에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실패한 대북정책의 이행을 책임진 외교·안보 라인에 대한 인적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당 일부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신 의원은 장관급 인사를 바꾸는 게 본질적 해결책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대북정책은 문 대통령이나 청와대는 정론대로 하는데 장관들이 정론에서 벗어난 정책을 하거나, 정론을 이해 못해서 그렇게 한 게 아니다"라며 "문 대통령이 자신의 실패를 시인하지 않고 외교·안보 라인을 속죄양으로 삼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신 의원은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의 사퇴는 일정 부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간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주 52시간 근로제, 소득주도성장 등 실패한 정책을 한 번도 인정한 적이 없다"며 "문책성 인사를 한 적 없는 문 대통령이 김 전 장관을 해임한 것은 어느 정도 실패를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본질은 청와대의 정책 방향이 바뀌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박 수준의 '대북정책 실험' 정상으로 바로 잡아야"
신 의원은 지난 3년 문재인 정부의 국방·안보정책에 대해 "한마디로 인류 역사에서 정론이라고 인정한 것에서 일탈해 비정상적 방법을 시험, 나쁘게 말하면 도박 수준의 실험을 한 거꾸로 간 정책이었다"며 "남은 2년의 임기는 역사의 교훈을 되새겨 이탈된 궤도를 정상으로 바로 잡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신 의원은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등 우리나라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가하는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대북제재가 해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의 생활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체제에 대한 위협이 있기 때문에 체제가 유지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미동맹은 방어동맹이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북한을 공격하지는 않는다. 북한은 밖으로부터의 위협은 없고, 안으로부터의 위협만 있다"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이라크 후세인 정권을 제외한 모든 독재정권이 안으로부터 무너졌다. 그래서 북한은 없는 밖의 위협을 선전하고, 강조해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의 폭정을 참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남북, 북미 화해 분위기가 이어지며 밖으로부터의 위협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물질적 보상은 없고, 더 나빠지자 북한이 견디지 못하고 우리나라에 대한 도발을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끝으로 신 의원은 "국민에게 당부드리고 싶다.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 '낙천주의는 공포로부터 비롯된다'는 구절이 있다"며 "잘 되겠지, 우리는 국운이 있어 북한이 핵미사일을 개발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낙천주의는 진짜 낙천주의가 아니다. 진짜 낙천주의는 공포를 외면하지 않고 불편한 진실과 마주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고 자는 단잠이 진짜 꿀잠인데, 지금 세대의 짧은 숙면을 위해 후손들의 긴 악몽과 바꾸지 말 것을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신원식 미래통합당 의원은 누구? 육군사관학교 37기로 육사 생도대장, 육군 3사단장, 국방부 정책기획관, 수도방위사령관, 합동참모본부(합참) 작전본부장, 합참 차장 등 군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하고 중장으로 예편했다. 2016년 예편 후에는 국방·안보 전문가로 강연, 세미나, 언론 기고, 방송 출연 등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국방·안보정책을 날카롭게 비판해왔으며, 21대 총선에서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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