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살찐 초'와 닮아가는 거대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18개 상임위원장 모두를 가져갈 수 있다고 미래통합당을 압박 중이다. 통합당은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져가면서 더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보이콧 중이다. 사진은 지난 15일 통합당 의원들이 민주당의 법사위원장 및 상임위 선출 항의 피켓 시위 당시. /남윤호 기자

야당, 할 수 있는 게 없으면 과감히 협조해야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촛불 정권.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최순실) 씨와의 국정농단이 세상에 알려지며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선 국민에 의해 탄생했다. 이런 이유로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촛불로 탄생한 정부'라는 점을 늘 강조한다.

현직 대통령을 국민이 든 촛불이 모여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한 무서움을 늘 인식해야 한다는 다짐으로 이해한다. 군주민수(君舟民水), '임금은 배, 백성은 강물과 같음. 강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성난 강물은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민심을 늘 두렵게 생각해 정부와 의회를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6년 겨울 광화문 광장, 거리를 메운 수많은 국민의 손에 들린 양초, 건전지를 넣으면 켜지는 전자식 초까지. 국민의 목소리는 컸고, 새로운 정치 세력의 등장을 요구하는 결의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고 기억한다. 그렇게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다.

국민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여당인 민주당을 압도적으로 선택했다. 국회의원 300석 중 176석, 범여권을 포함하면 190석에 가깝다. 사실상 의회에서 하지 못할 것이 없다. 21대 국회 문이 열리고 민주당은 국회 18개 상임위원장 모두를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총선 민의의 결과를 내세우면서 말이다.

지난 2016년 12월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운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 촛불집회 모습. /이효균 기자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가겠다는 엄포를 놓자 미래통합당은 그동안의 국회 관례를 들며 법제사법위원장은 야당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결과는 알다시피 민주당이 가져갔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런 민주당에 '독재'라고 비판한 뒤 국회를 떠나 전국 사찰을 돌고 있다. 야당 의원들도 민주당의 횡포라며 보이콧을 이어가고 있다.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 야당의 주장인데, 국회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고 이야기하던 모습과 모순된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또, 코로나19로 경제는 침체됐고, 곳곳에서 국민은 더는 버티기 어렵다 토로하고 있다. 이런 민심을 외면하면서 어떻게 국민을 대신한다고 할 수 있을까 싶다. 아무 것도 못 한다고 할 바에는 차라리 의원직을 내려 놓는 게 낫다. 아니면 과감하게 협조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잘했다는 게 아니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십 년 가는 권세 없고 열흘 붉은 꽃 없다)이라 했다. 지금이야 거대 여당이지만, 민심은 또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2016년 그 촛불이 아직은 민주당을 밝히고 있지만, 언제 녹아 다 없어져 어두워질지 누구도 알 수 없다.

판화가 이철수 씨의 책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다'에는 초와 관련된 글이 몇 개 있다. 평소 책장에서 종종 꺼내 보는 데 초와 관련한 두 개의 글이 지금 민주당과 비유하기에 딱 적절해 보인다.

그는 '초의 눈물'이라며 '촛불은 자기 연민을 알아서 저를 태우면서 때로 조용히 눈물을 흘린다'고 표현했다. 2016년 광장에 나온 촛불시민들이 지금까지 민주당을 향해 조용히 빛을 밝혀주고 있다고 비유할 수 있겠다.

반대로 거대 여당이 된 민주당이 꼭 새겨야 할 내용도 있다. '초의 욕심'이다. 그는 초의 욕심으로 '살찐 초는, 제 욕심의 늪에 불꽃을 빠뜨려 스스로 자진한다. 욕심의 운명은 그렇게.... 어둡다'고 했다.

거대 여당, 슈퍼 여당 민주당은 분명 살찐 초와 같은 행보를 경계해야 한다. 이철수 씨가 '초의 욕심'이라며 표현한 이 글처럼 민주당 역시 지나친 욕심에 스스로 민심의 불꽃을 빠뜨리는 '살찐 초'를 닮아가지 않기를 바란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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