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사찰 칩거' 주호영의 승부수, '최악 국회' 기록 경신?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0일 충북 속리산 법주사에서 칩거 중인 주호영(왼쪽) 원내대표를 만나 국회 복귀 시점과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두 사람은 18개 상임위원장직을 모두 포기하는 것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원 통합당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최악 20대 국회 후반기와 같은 상황…"더 나빠진다" 우려도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과 박병석 국회의장의 법제사법위원장 등 6개 상임위원장 독자 선출에 반발해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지방 사찰에서 칩거에 들어간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승부수를 던졌다. 주 원내대표는 이번 주 국회 복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18개 상임위원장직을 모두 민주당에 내줄 것을 예고했다. 벼랑 끝 전술에도 민주당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통합당의 미래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주 원내대표는 최근 복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임위원장직을 모두 버리기로 했다"며 "그래도 의원으로서 역할은 버릴 수 없다. 상임위는 우리 나름대로 짜서 정책 투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주 원내대표가 복귀하면 일단 상임위원 구성부터 논의한 뒤 정부여당의 실정을 비판하는 식으로 국회 내에서 투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18개 상임위 독식 가시화

주 원내대표는 정확한 복귀 시점에 대해선 못 박지 않았다. 다만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2일 출입기자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주 원내대표가 이번 주에 돌아온다고 했으니 목요일(25일) 비대위회의에는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당의 '18개 상임위원장 포기'라는 벼랑 끝 전술에 민주당은 국회 독주에 대한 여론 악화 부담을 감수하면서, 여차하면 상임위원장직 독식을 현실화할 태세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인내에 한계가 있다"며 "이번 주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상임위 구성을 끝내고 다음 주에 3차 추가경정예산을 처리해야 한다. 이는 양보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회의에서 일부 참석자들은 모든 상임위를 가져가는 것에 대한 신중론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18개 상임위 전체를 민주당이 가질 경우 국정과 관련한 부정적 이슈에 대한 통합당의 "독재와 독선의 결과"라는 공격이 예상되고, 거대 여당의 일방적 국회 운영에 대한 비판 여론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인내에 한계가 있다며 이번 주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상임위 구성을 끝내고 다음 주에 3차 추가경정예산을 처리해야 한다. 이는 양보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통합당을 압박했다. 이 대표가 지난 19일 최고위원회의에 발언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이 가운데 통합당은 민주당의 법사위원장직 포기와 야당 존중 등의 태도 변화 없이는 원 구성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18개 상임위원장직을 민주당에 전부 내주는 방안은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대다수 통합당 의원들이 동의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와 관련 최형두 통합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제 야당은 독한 각오로 야당의 길을 준비할 것"이라며 "국회에서 정부여당의 경제·외교·안보 실패를 끝까지 추궁하고 밝힐 것이다. 윤미향 씨와 정의연의 기부금품 횡령 의혹,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등 권력 비리 사건, 미래세대에 엄청난 빚을 떠안길 땜질 예산, 추경의 문제점을 낱낱이 파헤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어 최 원내대변인은 "협치를 무너뜨린 책임은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에 있다"며 "통합당은 대한민국의 안전과 국민의 안녕만 바라보고 뛸 것이다. 여당은 더 이상 야당 핑계, 야당 발목을 잡을 생각하지 말고 여당답게, 청와대는 청와대답게 국가안보와 경제위기 대책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당은 앞으로 정부여당의 국정운영 독주를 지켜보다가, 실정을 포착하면 집요한 공격에 나설 태세다.

◆"20대 국회와 달라진 게 없는 통합당" 비판도

결국, 21대 국회도 초반부터 여야 협치는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또, 거센 정쟁이 지속되는 방향으로 국회가 나아가는 모습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주 원내대표의 승부수가 통합당의 미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은 당초 야당 몫으로 예고한 대로 예결위 등 7개 상임위원장은 바로 임명하지 말고 열흘 이상 시한을 두고 통합당에 세 번 이상은 협상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그런데도 통합당이 7개 상임위원장직을 못 받겠다고 하면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직을 다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정치평론가는 이어 "여당 입장에선 1당 독주라는 여론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국회 운영에선 훨씬 더 유연해질 수 있다"며 "18개 상임위원장을 여당이 다 가지는 것 자체가 옳고 그른 게 아니라 어떻게 운영하는지가 중요하다. 여당이 운영을 잘하면 국회 효율성이 극대화될 수 있고, 잘못 운영하면 1당 독주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4월 선거·사법제도 개혁안 패스트트랙 지정을 놓고 여야는 국회 안팎에서 극한 대치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국회 내 폭력 사태, 야당의 삭발, 단식, 장외투쟁이 지속되며 민생은 뒷전으로 밀렸다. 일각에선 21대 국회가 20대 국회 후반기보다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더팩트 DB

그러면서 그는 통합당을 향해선 "21대 총선에서 폭삭 망한 이유는 국정 발목잡기에 대한 국민들의 응징이 내려졌기 때문"이라며 "현실을 인정하고 줄어든 의석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 주 원내대표가 몽니를 부릴 게 아니라 발상을 전환해 할 수 있는 상임위원장은 갖고 건설적으로 국회를 운영하면서 정책 대안을 내놓고 동시에 개혁도 진행해야 한다. 지금 상황은 20대 국회 후반기, 총선 패배 전과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여당에서 던져주는 상임위원장직을 통합당이 받을 수는 없기 때문에 통합당이 18개 상임위원장직을 다 던지겠다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민주당에게도 상임위 독식은 부담이 될 것이다. 국민들에게 통합당이 피해자인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갖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신 교수는 향후 국회 운영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후 통합당에 급여를 받으면서 일을 하지는 않는다는 프레임을 씌우고, (야당이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텐데, 그럼 통합당은 장외투쟁을 할 수도 있다"며 "20대 국회 후반기보다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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