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與, 대북정책 실패 '책임론' 정부에 슬쩍 떠넘기기?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남북관계가 최악 상황을 맞이한 가운데, 대북정책 전환 압박을 받고 있는 여당은 정부 수장과 소극적 태도를 질타했다. 18일 북한의 개성공단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해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가 열린 모습. /국회=이새롬 기자

정부 공개석상 질타·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 우회 추진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남북관계 악화로 '대북정책 실패' 여론에 휩싸인 여당이 정부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또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동의안 등 대북 유화 정책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던 기존 입장에서 '정부가 제안하면 받겠다'로 태세를 전환했다. 야당의 '대북 정책 전환' 요구를 비껴가면서 21대 국회 국정운영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18일 북한의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남북관계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정부 측 외교·안보 관계자들을 불러 긴급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정부 외교·안보라인이 대북 정책에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며 공개적으로 질타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관계 부처들이 협력해야 한다"며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정부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정부에 당부했다.

특히 "대북 전단과 같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관련 부처가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 있다"며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향한 대통령의 의지를 정부가 잘 뒷받침하고 있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남북관계 악화에 책임을 지겠다며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사의 표명한 이후 여권에선 김 장관 외에도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라인 교체론이 제기됐다.소극적 태도를 보여온 외교·안보 수장을 바꿔 분위기 쇄신과 함께 북한에도 우리의 적극적인 대응 조치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청와대와 여당을 향한 야당의 비난도 수그러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외교·안보라인과 관련한 논의는 없었다.

약 40여분 간 비공개회의는 각 부처로부터 주요국 상황과 북한 동향, 군 대비태세 등을 보고 받는 게 주요 내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차원 조치인 대북전단 살포 추진법 관련 논의도 없었다.

민주당은 당론으로 추진하려 했던 '판문점 국회 비준 동의안' 논의도 정부에 공을 넘기는 모양새다.

강훈식 수석 대변인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입장을 정해 국회로 가져오면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의 제안 없이 당이 선제적으로 나서진 않겠다는 의미인지'에 대해 묻자 "정부가 입장을 정해 국회로 넘어오면 국회에서 논의할 계획"이라고 재차 언급하며 "국회 정상화도 맞물려 있어서 우리 의지로만 말하긴 어렵다"고 했다.

회의에 참석한 민주당 한 중진 의원도 판문점 비준 관련해 "상황을 좀 봐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판문점 비준 동의는 통일부에선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안이니 넘어오면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1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 /국회 이새롬 기자

정부에 책임을 강조하고, 대북 정책 대응 방안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원내 야당의 '대북 정책 실패'라는 비판 화살을 바깥으로 돌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날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당 회의에서 "남북 연락사무소는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대북 정책이 너무나 안이한 사고에서 출발을 했기 때문에 결국 오늘과 같은 사태를 맞이할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 일들을 거울삼아 지금 대북, 남북 문제를 새로 정립해야 할 시기가 됐다"며 대북정책 전환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와 함께 원 구성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 차원 대응은 제한적이기에 실무를 담당하는 정부에 조속한 방안을 준비하라고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민홍철 국방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국회 차원의 현 상황 대응 조치로 "최소한 외교·안보 관련 상임위원회라도 정상화돼서 정부에 따질 건 따지고 힘을 보태줘야 할 건 보태줘야 하는 국면이라 빨리 관련 상임위라도 정상화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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