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사의 표명 등 통합당 강력 반발…여론 향배 관건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단독으로 21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 관련 6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했다. 제1야당의 합의 없이 상임위원장을 선출한 것은 1967년 이후 53년 만이다. 미래통합당은 표결에 보이콧하는 등 강하게 반발해 향후 정국은 시계제로에 놓이게 됐다.
국회는 이날 오후 6시 본회의를 열어 18개 상임위원회 중 6개 상임위(법제사법위, 기획재정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외교통일위, 국방위, 보건복지위) 위원장 선출 건을 표결에 부치고 처리했다.
앞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21대 국회 원 구성 막판 합의를 시도했지만, 법사위원장직을 놓고 서로 양보하지 않으면서 결렬됐다.
이에 박 국회의장은 6개 상임위 위원장 선출 건을 상정키로 결정하고, 상임위원장 선출에 필요한 상임위원 전체 명단 중 통합당 몫을 강제 배정했다.
박 의장은 안건 상정에 앞서 이날 여당 단독 원 구성 처리와 관련해 유감을 표하며 "국민과 국익을 위한 길이라면 감당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간을 더 준다고 해서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봤다"며 "국회가 이런(코로나19, 남북관계) 위기상황 속에서 시급히 관련 상임위 열어 현안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결정했다"면서 상임위 강제 배정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통합당은 이 같은 표결 강행 처리에 반발하며 본회의장에 들어오지 않고 회의장 바깥에서 "각성하라" 등을 외치며 보이콧에 나섰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본회의에서 민주당 단독 원 구성 결행에 대해 "오늘로 우리 국회가 없어진 날, 일당독재가 시작된 날"이라며 여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또 민주당의 상임위 선출 표결 강행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통합당은 법사위원장을 가져오지 못하면 상임위원장 18석 전석을 민주당이 가져가도록 해 '일당독재' 이미지를 씌우는 전략이 차라리 낫다고 보고 있다. 남아있는 원 구성 협상과 3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에도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주 원내대표는 "통합당은 더 이상 거대여당의 강압적 국회운영에 굴복하지 않겠다. 상호존중이 결여된 그 어떤 협상에도 임하지 않겠다. 그것만이 짓밟힌 의회민주주의와 우리 국민의 자존심을 지키는 길"이라고 반발했다.
반면 민주당은 추가 협상을 이어가고 이번 주까지 원 구성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여당의 단독 원구성 강행으로 여야는 당분간 극한 대치를 보일 전망이다. 다만 코로나19와 남북관계 악화 등 상황 속에서 통합당의 보이콧 전략은 유효하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여야는 법의 논리와 정치 논리를 두고 매번 서로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해왔다"며 "하지만 21대 국회는 이전과 다르다. 여당이 176석을 가져가 다수 정당을 만들어줬다. 또 코로나19 등으로 대외경제가 맞물린 상황이다. 이를 고려했을 때 통합당이 이전 방식대로 버틸 경우 과거와 같은 모습이기 때문에 통합당에도 치명적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어렵겠지만 통합당은 발상의 전환을 하고 민주당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일주일 정도 협상을 더 해보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원 구성을 마무리짓기 위한 다음 본회의는 오는 19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