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21대 국회 '친목은 힘'…공부모임서 대권잠룡 꿈틀

국회사무처는 오는 26일까지 여야 의원들로 구성해야 하는 의원연구단체 신청을 받는다. 11일 현재 20개 단체가 신청을 완료했다. 기본소득과 그린뉴딜 등 국민적 관심사를 중점으로 연구하는 모임도 다수 구성됐다.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배정한 기자

당내 계파색 옅어지고 여야 합동 모임 활성화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여의도 정가에 공부 바람이 한창이다. 국회사무처에 등록을 신청한 의원연구단체만 20개 이상이다. 공부모임을 통해 대권잠룡은 운신의 폭을 넓히고, 초·재선 의원들은 힘을 모아 의제를 공론화하고 추진 동력을 얻는다. 당내 모임은 과거에는 '갈등'의 온상이었지만, 21대 국회에선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어져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다.

당 대표 선언 시기를 고심 중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국회 한반도 평화포럼과 기후위기 그린뉴딜에 각각 합류했다.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웃고 있는 이 의원. /이선화 기자

◆대권주자 이낙연, '그린뉴딜·한반도 평화' 택했다

6년 만에 여의도에 복귀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원내 연구모임으로 '국회 한반도 평화포럼'과 '국회 기후위기 그린뉴딜 연구회'에 합류했다.

김한정 민주당 의원은 한반도 평화포럼을 "6·15 공동선언, 10·4 선언, 4·27 판문점선언, 9·19 평양합의의 정신을 기리고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국회의원 연구단체"라고 소개했다. 여기에는 같은 당 설훈·우상호·윤후덕·김홍걸·윤영찬 의원과 열린민주당 최강욱·김진애, 무소속 이용호 의원이 참여한다. 무게감 있는 중진과 청와대 출신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통일 특보 등이 특별고문에 이름을 올렸다.

그린뉴딜 연구회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인 그린뉴딜 입법과 정책과제를 연구한다. 규모는 20여 명이다.

이 의원은 또 지방자치단체 경험이 있는 의원 42명이 참여한 민주당 내부 모임 '포럼 자치와 균형'에서 상임고문도 맡는다. 지방자치 연구모임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도 거쳐 간 대권주자 필수 코스다. 전국적 현안과 의제를 파악하면서 동시에 지방자치단체 조직과 연결망도 만들 수 있다. 이 의원은 오는 20일 대전에서 원외 지방자치 연구모임 KDLC(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와의 간담회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들 모임은 이 의원이 당 대표에 선출될 경우 대선 싱크탱크 또는 지원 사격을 하는 모임으로 변신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당내 친문 모임 '부엉이 모임'의 적극 지원을 받아왔다.

◆중진 세력 구축하거나 당 연대 수단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의원연구단체로 등록신청을 완료한 여야 모임은 20곳이다. 의원연구단체는 의원 10인 이상, 2개 이상 교섭단체(비교섭단체)를 포함하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국회 관계자는 단체와 관련해 "이달 26일까지 신청서를 받아 심의 통과한 곳들이 등록된다. 최소 이달 마지막 주쯤 확정될 것 같다"고 했다.

12일 현재까지 등록 신청을 완료했거나 완료 예정인 단체는 중진들이 주축이 돼 기본소득, 4차 산업혁명 대응 등 미래 과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소병훈 민주당 의원이 주도하는 '기본소득 연구모임'은 기본소득위원회 설치(국무총리 위원장)를 핵심으로 하는 '기본소득에 관한 법률안'을 이달 안에 발의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13명 규모로 김성원·윤상현 통합당 의원, 허영·기동민·이규민 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이 참여한다.

소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아무래도 공통적으로 관심 있는 사안에 대해 한 사람보다 다수가 연구하고 토론하면 보다 나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미래 과제'라는 공통 관심사로 뭉친 '우후죽순'은 한병도·이광재 민주당, 최형두 통합당 의원 등 3명이 공동대표를 맡고, 조정훈 시대전환, 오기형·양향자 민주당 의원이 연구책임의원을 맡는다. 약 40여 명 회원이 활동할 예정이다.

윤영찬·이용우 민주당 의원도 모임을 결성한다. 이들은 각각 네이버와 카카오뱅크 대표 출신이다. 국회 디지털경제 미래연구포럼(가칭)을 추진 중이다. 이영·허은아 통합당 의원 등 6명 여야 의원이 동참하기로 했다. 월 1회 공부하고 현장 방문 활동을 통해 실물경제에서 필요한 스타트업 진흥법이나 규제 완화 중심 법 개정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이 주도하는 '국회 4차 산업혁명포럼'은 4차 산업혁명시대 국가 미래경쟁력 확보와 산업구조와 노동시장 변화에 대한 종합적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발족했다. 같은 당 김진표·박성준·안민석·정성호·홍익표 의원과 통합당 권명호·양금희·유경준·황보승희 의원 등 11명 의원으로 구성돼 있다.

뚜렷한 의제 없이 연대하기 위해 모인 단체도 있다. 통합당과 국민의당 의원들이 공동연구모임 '국민미래포럼'(가칭)을 출범시킨 것이다. 통합당에서는 3선 유의동 의원과 황보승희·김병욱·김웅 의원 등이, 국민의당에서는 권은희 원내대표와 최연숙 의원이 활동한다.

권 원내대표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통합당과의 정책 연대 방침에 대해 "(모임에서) 다양한 정책 의제를 논의할 텐데 국민의당과 통합당이 공통적으로 관심 갖고 추진할 부분을 파악해서 방향성과 입장이 동일하다면 연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외에도 민주연구원장 출신 김민석 민주당 의원이 대표로 있는 노인·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포용국가를 연구하는 모임 '약자의 눈', 박용진 민주당 의원의 '새로운사회의원경제연구모임',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주도하는 '미래를 준비하는 2040 모임'도 구성을 준비 중이다.

◆활동 잘하면 다양한 목소리 반영·입법 성과로 직결

여러 사람이 외치는 목소리는 한 사람의 것보다 울림이 크다. 그런 측면에서 당 지도부 결정에 다른 목소리를 내온 소장파 모임의 존재는 두드러진다. 이와 관련 민주당 내 소신파 의원들이 모여 있는 '수요모임'이 21대 국회에선 '미래경제연구'로 탈바꿈했다. 수요모임은 20대 국회에선 금태섭·조응천·박용진·김해영·김영진·김성수·김영호·박재호·이훈·위성곤·정춘숙·조승래 등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수요일마다 모여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형성됐다. 21대 국회에선 의원연구모임에 등록하기 위해 허은아·이양수 통합당 의원을 영입했다.

또 국회의원 모임의 활동 결과는 입법화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반면 규모가 커져 모임 여론이 과잉 반영되면 당을 흔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05년부터 활동해 민주당 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이하 민평련)'은 21대에서 19명 신입 의원들을 받아들여 40여 명 규모로 커졌다. 86그룹 학생운동권 인사들이 중심인 '더좋은미래'도 최근 최기상·이해식 민주당 의원 등을 품으며 거대 모임이 됐다. 그런데 최근 더좋은미래에서 '대권주자 당권 도전 불가론'을 꺼내며 당권 경쟁 구도가 더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됐다. 이를 두고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연구모임이 정치질을 해선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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