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의 시간 추가로 번 여야…합의는 여전히 미궁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여야가 원 구성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박병석 국회의장은 12일 "다음 주 15일 월요일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원장 선출의 건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초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상임위원장 선출건을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오전까지 여야 협상은 타결되지 못했고,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본회의 불참을 예고했다.
이날 오전 야당이 예결위·국토위·정무위·문체위·농해수위·환노위 등 7개 상임위를 갖고, 여당이 나머지 11개 상임위를 챙기는 가합의안이 제안됐지만 통합당 의원총회에서 부결됐다. 이에 여당은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단독 개원 가능성을 내비쳤다. 통합당은 이에 "더 이상 추가 협상은 없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다만 이날 본회의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은 상임위원장 선출의 건을 직권상정하진 않았다. 박 의장은 15일까지 기한을 정해두고 다시 한 번 여야의 협상을 촉구했다.
이날 본회의에서 통합당 의원 중 유일하게 참석한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강한 유감을 드러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은 연일 여야 협치를 말하는데, 거대여당인 민주당은 수적 우위를 앞세워 야당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문 대통령의 레임덕이 왔다고 봐야 하는지, 아니면 대통령은 협치를 말하고 민주당은 의석 수로 하는 짜고 치는 고스톱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1987년 민주화 개헌 이후 상임위원은 국회 의석 수에 따라 여야 교섭단체 합의로 인원을 조정한 후 상임위원장을 배분하던 오랜 전통이 있다"면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됐다고 국민 41.5%가 지지한 제1야당 의견을 무시하고 승자독식으로 국회를 독단적으로 운영하면 국회가 국론 분열의 장이 되고, 협치의 배는 가라앉을 것"이라고 했다.
김 수석부대표는 그러면서 "민주당이 176석 거대여당 의석을 앞세워 야당을 무시한 채 상임위원회 구성을 단독 처리하면 앞으로 국회 의사일정에 전혀 동참할 수 없다"며 "무엇이 두려워 법사위원장직을 안 내놓나. 야당과 국회의 존재를 인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김영진 민주당 수석부대표도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반박에 나섰다. 김 수석부대표는 "상생과 협치를 위해 민주당은 지난 며칠 동안 통합당과 함께 어렵게 가합의안을 만들어냈다"며 "상생과 협치는 말이 아니라 합의한 내용을 지키고 따라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합의안을 거부한 통합당을 향해 "일하는 국회를 만들라는 총선 민의를 외면하고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열망하는 국민 민의를 거부하는 반시대적인 구태"라며 "합의 번복을 반복한 20대 국회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다시 재현된 통합당의 국회 발목잡기 행태에 대단히 실망했다"며 "신뢰를 허물고 어떻게 국회를 운영할 예정이신가. 통합당은 법사위 권한을 악용해 모든 법안 통과를 좌지우지 하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국민의 뜻과 국회 운영의 합리적 기준에 따라 합의한 안을 통합당이 거부한 것에 대해 명확히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우선일 것 같다"고 요구했다.
김 수석부대표는 "오직 국민의 삶을 지키는 것만 생각하겠다. 총선에서 국민이 주신 뜻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겠다"며 "민주당은 야당과 지지부진한 협상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을 것이다. 통합당은 가합의안을 거부한 오늘의 결정에 대해 분명히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 의장은 "의장으로서 마지막 합의를 촉구하기 위해 3일간을 시간을 드리겠다"며 "20대 국회도 6월 13일 원 구성을 했다. 국가 위기상황인 21대 국회에서 그 시기보다 늦어지고 있다. 일터를 잃은 분들, 당장 생계가 곤란한 분들과 같은 국민의 목소리를 여야 의원들이 모두 가슴에 새기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의장은 "다음 주 15일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원장 선출의 건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면서 "교섭단체 대표들께서는 이제 결단과 리더십을 보여주실 것을 당부드린다. 의장으로서 모든 결정 주체는 국민과 국익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통합당은 곧바로 의원총회를 갖고 이후 상황을 논의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3일간 말미를 줬다고 생각하지 않고 오늘 하기엔 부담이 돼서 미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저희는 법사위를 빼놓고는 야당으로서의 존재 이유도 없고, 국회 자체도 국회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더 이상 협상할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통합당은 오는 월요일에도 본회의에 들어가지 않을 방침이다. 민주당은 최대한 기존 안대로 합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협상 가능성은 열어놨다.
moon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