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연 윤미향 "쉼터·개인유용 의혹, 사실 아냐" 전면 부인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인이 2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활동 기간에 불거진 의혹에 공식 입장을 밝혔다. /국회=이새롬 기자

이용수 할머니 비난 여론엔 "돌팔매 할 사람 한국에 없다"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은 29일 "믿고 맡겨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상처와 심려를 끼친 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면서도 그동안 제기된 의혹을 대부분 부인했다.

이날 오후 2시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 선 윤 당선인은 긴 잠행 끝에 입을 열었다. 그는 약 20분간 △모금액 미전달 △안성힐링센터 매입 △2015년 한일합의 내용 사전 인지 여부 △남편 일자리 몰아주기 의혹 △주택 매매 등에 대한 입장을 하나하나 설명하며 긴 회견을 이어갔다.

윤 당선인의 회견이 이뤄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은 수많은 취재진과 경호 인력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윤 당선인은 지난 18일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후 11일 만에 해명에 나섰다. 이날은 또 21대 국회의원 임기 시작일인 30일 하루 전으로 더욱 많은 관심을 모았다.

윤 당선인은 특히 "이용수 할머니의 여러 지적과 고견을 깊게 새기는 것과 별개로, 직접 피해자들에게 현금지원을 목적으로 모금한 돈을 전달한 적이 없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세 차례의 모금 내역을 설명했다.

이어 정의연 자금 횡령 의혹에 대해서도 "이번 일을 계기로 저와 남편 계좌의 과거 현금 흐름을 다시 한 번 세세히 살펴봤다"며 "제 개인 계좌와 정대협 계좌가 혼용된 시점은 2014년 이후의 일이고, 현재 아파트 경매 취득은 2012년에 있었던 일"이라며 부인했다.

윤 당선인은 이용수 할머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물음에 할머니에게 제가 배신자가 됐다면서 지금이라도 진심을 전하려고 노력하겠다고 했다. /배정한 기자

윤 당선인은 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용수 할머니에게 제가 배신자가 됐다. 사실 1992년부터 이용수 할머니와 활동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와 충분히 소통하지 못했고, 배신자로 느낄 만큼 신뢰를 드리지 못한 것은 지금이라도 사죄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할머니께 사과 말씀을 드리려고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지금이라도 진심을 전하려는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안성힐링센터' 관리인으로 부친을 고용했다는 비판에 대해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는 현실, 다른 한편으로 주택을 빈집으로 관리 없이 놔둘 수 없는 현실 때문에 최소한의 관리 방법을 강구한 끝에 아버지께 부탁드렸고, 인건비를 제대로 상정할 수 없어 최소한의 급여를 드린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정 아버지를 안성 센터 직원으로 채용한 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용수 할머니가 비례대표 의원으로 출마하려는 걸 막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윤 당선인은 "녹취가 있다는 것은 기사로 접했다. 그때 당시 상황을 기억할 수도 없지만 할머니가 거리에서 일본 대사관 앞에서 전화했고, 그 목소리를 통해 제가 만류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그런데 구체적 정황은 사실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할머니가 진짜로 국회의원을 하려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쉽게, 별로 중요하지 않게 받아들이고 말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 30년간 활동해 온 정의연 관련 의혹이 국민적 관심 사안인 만큼 상당히 긴장하며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다만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뒤 할머니에게 이어진 비난 여론에 대해 "중단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할머니들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라는 아픔만으로도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한다"며 "한국 사회가 보수적이어서 침묵을 강요할 때 목소리를 낸 것만으로도 용감하고 용기있는 태도로 평가받고 역사가 기록해야 한다고 본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가 침묵하던 일을 세계 곳곳을 돌면서 말하고, 세계 여성 인권의 중심에 섰던 분들이다. 그분들의 삶은 우리가 오히려 미안하고 반성해야 할 일이다. 그분들에게 돌팔매를 던질 분은 한국 시민사회 내에서 없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의혹을 부인하고 해명하면서 할머니들을 향한 비난은 중단해달라고 하기도 했다. /배정한 기자

윤 당선인은 또 이용수 할머니가 지적했던 '운동 방식'을 두고 "저는 정의연에 작년 3월에 사표를 냈다. 앞으로 운동 방식을 의논하고 할머니 말씀을 경청하고 새겨서 반영하겠다"면서 "할머니 말씀 중 중요한건 역사교육문제 등이었다. 이용수·김학순·김복동 할머니 등이 수요시위에서 목소리를 낸 건 증오를 키우는 게 아니라 분쟁을 평화로 만들고 싶어했던 거다. 그것 뿐 아니라 자기 자신의 아픔을 넘어서서 성폭력 피해자에게 평화와 안정을 만들어주고 싶었던 거다. 미래지향적인 활동은 할머니들과 시민사회만의 책임이 아니고 일본 정부와 국회, 시민사회 등이 모두 함께해야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은 회견을 마치면서 그동안 잠행했던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다른 분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제 실수가 드러난 게 아니고 할머니의 목소리를 통해서 제 역사를, 과거를 돌아본다는 게 너무나 깊은 반성의 시간이고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토로했다.

이어 "긴 시간 여러분 앞에 나타날 수 없었고, 제가 미숙한 점이 있었다. 저를 변호하고 싶어서 인터뷰한 적도 있었지만, 그게 기억에 의존하다보니 또 다른 오류와 의혹을 낳는 모습을 보면서 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떤 목소리로 제가 제 삶을 잘 설명할 수 있을까란 그런 질문밖에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끝으로 윤 당선인은 "오늘 정말 용기를 내고 국민에게 목소리를 들려주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절박감이 있었다"면서 "앞으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제가 소명할 것들을 피할 생각이 없고, 제 직을 핑계로 할 생각 없다.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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