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기업인들 "5·24 조치 전면 해제 선언해야"
[더팩트ㅣ통일부=박재우 기자] 대북사업에 참여했던 사업가들은 5·24조치 10주년을 맞아 한 목소리로 '5·24조치'를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5·24 조치는 2010년 5월 24일 천안함 폭침 이후에 이에 상응하는 조치로 사실상 우리 정부가 독단적으로 행했던 대북제재였다. ▲개성공단과 금강산을 제외한 방북 불허 ▲남북교역 중단 ▲대북 신규 투자 금지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불허 ▲대북 지원사업의 원칙적 보류 ▲인도적 지원 차단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앞서, 통일부가 지난 20일 브리핑에서 5·24조치 10주년을 맞아 이 조치가 사실상 실효성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폐기하겠다는 입장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통일부도 재차 "해제됐다는 표현은 아니다. 새롭게 발표할 사항은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개성공단·금강산 관광산업 입주기업을 제외한 약 1145개 업체의 대북사업가들에겐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이들에겐 이 조치가 악몽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내륙기업'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투자금, 예상됐던 기대수익, 설비 등을 하루아침에 북에 두고 내려왔다. 정부가 지원금 대책을 마련했지만, 미미한 수준이고 해당 기준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 경제협력기업 등 관련 단체는 22일 오전 통일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정부에 대해 비판했다. 이들은 회견에서 "만일 통일부의 언급처럼 5·24조치가 정말로 실효성을 상실한 것이라면, 전면 해제를 선언해 확실히 마무리 지어야 마땅하다"면서 "지금 정부의 태도는 여러 비판을 회피하려는 미봉책에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관련 기업들은 피해보상이나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10년간 고통받고 있다"면서 "5·24조치의 완전한 종료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청와대에 관련 서한을 전달했다.
평양에서 치킨집을 운영했던 최원호 맛대로 촌닭 대표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그는 <더팩트>에 "5.24조치 후 빚더미에 앉게 됐다"면서 "이 조치 발표 이후 사업에서 손도 쓰지 못하고 배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5·24조치는 해제돼야 한다"면서 "또, 남북경협 기업들에 대한 피해보상이 있어야 향후 남북교류가 다시 시작된다고 해도 진출하는 기업들이 생길 것"이라고 조언했다.
남북경협 사업에 참여했던 김기창 케이씨웰 회장은 국회에서 열린 '5·24조치 10년 무엇을 할 것인가' 토론회에 발표자로 참석해 그동안 이 5·24조치가 경협사업자들에겐 악몽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10년이 넘도록 북한에 진출했던 내륙기업인들에겐 모든 것이 중단돼 있다"면서 "기업인 중에는 목숨을 끊은 분도 있고, 가정이 파탄나는 건 물론 기업이 도산된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난 10년을 생각해보면 피눈물이 난다"면서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느냐. 정부의 지도하에 합법적인 범위내에서 이 나라의 통일과 미래를 위해 일을 해왔을 뿐"이라고 많은 이들이 이로 인해 피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통일부 앞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5·24조치 해제를 통해 남북교류와 남북경협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의지 표현을 할 수 있다"면서 "특히 북측이나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강한 의지를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21대 국회의원 당선인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묻는 질문엔 "국회 차원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행보를 나갈 수 있도록 민간 지자체들과 힘을 합쳐서 힘쓰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