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주간政談] '아듀' 20대 국회, '협치' 실종은 '돈줄' 때문?

20대 국회를 끝으로 정치권을 떠나는 문희상 국회의장(가운데)이 지난 21일 오전 국회 사랑재에서 퇴임 기자간담회를 열고 33년 정치 인생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이 자리에 참석한 유인태(오른쪽) 사무총장은 20대 국회 협치가 실종된 특별한 이유를 밝혀 좌중을 웃게 만들었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 정치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21대 초선 연찬회, '허락' 없이 안내견 만지고…특강에선 '포럼' 홍보도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20대 국회가 사실상 마무리됐습니다. 지난 20일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과거사법', 'n번방 후속 입법', '포스트 코로나 입법' 등 141건의 안건을 처리한 것을 끝으로 4년간의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 20대 국회를 끝으로 정치권을 떠나는 문희상 국회의장은 마지막 본회의 다음 날 퇴임 기자간담회를 열고 33년 정치 인생을 마무리하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새로운 국회를 열어갈 21대 국회 초선 당선자들은 지난 2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 모여 하루 종일 의정활동을 미리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청와대에선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논란과 관련한 '신중한 말'이 화제가 됐습니다. 먼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문 의장의 정계 은퇴와 관련한 이야기부터 들어보겠습니다.

지난 20일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참석해 임기를 마치는 소감을 전한 뒤 인사하는 문희상 의장. /남윤호 기자

◆유인태 "20대 하반기 국회의장이 제일 '개털'"

-33년 전 정치에 입문해 국회 최고 자리에까지 올랐던 문 의장은 퇴임을 앞두고 소회가 남달랐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퇴임 기자회견에서 문 의장은 시원섭섭한 표정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정치 인생 최종 목표를 "김대중 전 대통령 당선"이라고 했는데요. 23년 전 이미 이뤘습니다. 떠나는 입장이라 말도 거침없었습니다. 여권에서 처음으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얘기를 꺼냈는데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상당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할 땐 약 3초간 침묵하며 단어 선택을 고민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여기에 "성격상 (문재인 대통령이) 못할 것"이라고 덧붙인 점이 의미심장했습니다.

-아무래도 지난해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아들 세습공천 논란이 가장 뼈아팠을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문 의장도 지난 2년 임기 동안 가장 쓰라렸던 기억으로 아들 논란을 꼽았습니다. 문 의장은 "그래도 내가 천하의 문희상인데, 어떻게 아들 출세시키려고 내 위치를 이용하겠나. 그런 말을 들었을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쓰라림을 느꼈다. 내 인생은 뭐가 되나"라고 섭섭함을 털어놨습니다. 문 의장은 지난해 본회의에서 보수당의 '아들 공천' 공세 이후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죠. 아들 얘기를 계속하기가 겸연쩍은지 문 의장은 해당 질문을 한 기자를 향해 "왜 아쉬움을 물어봐서"라며 다소 민망해했습니다.

-솔직함이 오간 회견이었네요. 그래서일까요. 욕설도 나왔다면서요?

유인태 국회사무총장(가운데 좌석)이 지난 21일 문희상 국회의장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20대 하반기 국회의장이 제일 개털이다 등 지나치게 직설적 화법으로 발언해 현장에선 웃음이 터졌다. /배정한 기자

-문 의장 간담회에 동석한 유인태 국회사무총장에게서 나온 건데요. 문 의장의 마무리 발언만 남은 상황에서 유 총장이 마이크를 넘겨받더니 "20대 하반기 국회의장이 제일 '개털'이다. 20대 (하반기 의장으로) 오자마자 (시민단체가 제기한) 특수활동비 파동이 터져서 쓰나미가 몰려오는데 문 의장은 특활비 다 없애자는 걸 내가 '왜 청와대는 없애란 소리 안 하고 왜 국회만 없애라고 XX이냐'고 해서 8분의 1로 줄어들었다"라고 한 겁니다.

-유 총장은 또 "앞 의장들은 인심도 많이 쓰고 어디 갔다 오면 용돈도 많이 줬는데 (문 의장 때부터) 돈이 없어서 협치가 안 됐던 건지"라며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지나치게 직설적인 화법에 좌중에서는 웃음이 터졌습니다. 이에 문 의장은 "본인(유 사무총장)이 제일 많이 협조했으면서 그런 얘기를 하신다"라고 웃으며 맞받았습니다.

-2018년 8월부터 폐지된 국회 특활비는 국회의장단뿐만 아니라 상임위원장단, 여야 원내대표단에도 적용됐는데요. 아쉬웠던 이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단 한 인사는 사석에서 "특활비가 없어서 힘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안 받았는데, 직전 홍영표 원내대표단은 두 달 정도 특활비를 받다가 못 받으니 더 힘들어했다"라며 농담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간담회에는 선임기자들이 '봉숭아 학당이 마지막'이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문 의장이 이기택 총재 비서실장 하던 시절 기자들이 이 총재 집에 가서 매일 아침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던 때를 뜻한다고 합니다. 협치와 통합을 강조한 노정객의 마지막 조언이 21대 국회에서 잘 실현됐으면 좋겠습니다.

김예지 미래한국당 당선인이 지난 20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초선의원 의정연찬회에 참석해 안내견 조이와 함께 특강을 듣는 모습. /배정한 기자

◆21대 초선 당선자들의 첫 의정연찬회 뒷얘기

-21대 국회 초선 당선자들이 지난 20일 국회에 모여 의정활동을 미리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이날 '21대 국회 초선의원 의정연찬회'가 진행됐는데, 현장에서 묘한(?) 일들이 있었다고요?

-네, 이날 행사는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초선 당선자들이 문희상 국회의장으로부터 특강을 듣고, 국회 조직 및 의정활동에 대해 알아보는 자리였습니다. 때문에 전체 151명의 초선 당선자 중 대다수인 14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김병주·최혜영·김예지 등 10여 명의 당선자는 행사 시작 30분 전쯤 행사장에 도착해 동료 당선자들과 인사를 나눴습니다. 이 과정에서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당선자가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미래한국당 당선자의 안내견 '조이'를 허락 없이 만져 깜짝 놀랐습니다. 얼마 전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조이를 허락 없이 쓰다듬어 구설에 오르기도 했었거든요.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의 허락을 먼저 구한 뒤 만져야 하는데, 김병주 당선자는 해당 사실을 몰랐던 것 같습니다.

-실제 주변에서 이를 지켜보던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당선자가 "허락을 구하고 만져야 한다"고 지적했고요, 김병주 당선자는 "원래 개를 좋아한다"면서 "몰랐다"고 멋쩍어했습니다. 다행히 당사자인 김예지 당선자가 쿨하게 "괜찮다"고 말했고, 조이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 조용히(?) 넘어갔습니다(웃음).

지난 20일 제21대 국회 초선의원 의정연찬회 본회의장 방문 일정에 안내견 조이와 함께 참석하는 김예지 당선인. /배정한 기자

-이날 행사 마지막 일정은 의정활동과 대언론 소통 특강이었는데, 일정표에는 강연자 표기가 안 돼 있네요?

-네, 현장에서 지켜봤는데요, 경제지인 머니투데이의 더300 정치부장이 강연자로 나섰습니다. 국회를 취재하는 기자들의 현황과 정치부 기자들의 현실에 대한 여러 좋은 말을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말미에 강연자가 갑자기 "광고하나 하겠다"며 해당 언론사에서 준비한 '대한민국 4.0 포럼'을 홍보해 잠시 귀를 의심했습니다. 포럼은 언론사의 '변종 돈벌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던 터라 초선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이런 발언을 한 게 적절하지 않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강연자를 섭외했는지 등을 국회사무처에 문의했는데요, "21대 국회는 일하는 국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공보실에서 상임위원회 취재를 가장 열심히 하는 언론사를 추천했고, 해당 언론사 정치부장을 강연자로 섭외했다"며 "포럼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포럼은 어떤 내용으로 이뤄졌죠?

-해당 언론사에 따르면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20대 국회를 돌아보고, 이전과 다른 새로운 국회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공부하는 자리였습니다. 후원자도 '국회'로 표기됐습니다. 국회 후원과 내용적 측면만 고려하면 공식적 자리이기는 하지만 초선 당선자들에게 홍보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청와대는 최근 논란이 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과 관련해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청와대 전경. /더팩트 DB

◆"수정 좀…" 말 한마디도 신중한 靑

-청와대의 말 한마디, 엄청나게 크게 다가올 수 있죠. 어떤 일화가 있는 건가요?

-지난 20일 청와대 관계자와 기자들이 춘추관에서 만났습니다. 청와대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그린 뉴딜'을 기존 한국판 뉴딜 사업안에 포함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는 것을 밝혔는데요, 이 사안을 비롯해 다른 현안들도 청와대의 입장을 물어볼 수 있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요즘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후원금 유용 의혹 등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를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잖습니까? 청와대 관계자는 한 기자로부터 윤 당선자의 거취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에 앞서 청와대는 윤 당선자와 관련해선 말을 아껴왔는데요, 당에서 대응하고 있고, 앞으로 할 국정과도 관계가 없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와 관련한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청와대는 지금 입장을 밝힐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윤 당선자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시민당 당선자 워크숍에 참석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이날 역시 윤 당선자 거취와 관련한 물음이 또 나왔습니다. 관계자는 청와대가 지금 입장을 밝힐 문제가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사실 그 전에 다른 표현을 썼습니다. 하지만 곧장 이와 같은 말로 수정했습니다. 이미 관계자가 말을 수정했기 때문에 그 표현을 전달하진 않겠습니다. 아마도 관계자는 아주 원론적이고 건조하게 답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군요. 청와대의 말 한마디는 큰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긴 하죠. 그래서 말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겠고요.

-개인적으로 당시에 영화 '내부자들'이 생각났습니다. 극 중에서 논설위원으로 나온 이강희(백윤식 분)가 검사 앞에서 하는 대사가 떠올랐습니다. "끝에 단어 세 개만 좀 바꿉시다. '볼 수 있다'가 아니라 '매우 보여진다'로" 이 대사는 위 일화와 전혀 상관없지만, 뉘앙스까지 생각하는 장면이 묘하게 떠오르더라고요(웃음). 저라면 심리적 압박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닐 것 같은데, 말 한마디 표현도 섬세한 태도를 보인 그 관계자가 대단해 보였습니다. 마무리, 훈훈한가요?(웃음)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재우 기자, 박숙현 기자, 문혜현 기자(이상 정치팀), 장우성 정치사회 에디터, 임영무 기자, 배정한 기자, 이새롬 기자, 남윤호 기자, 이선화 기자, 임세준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

sense83@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