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미·중 갈등 격화…文대통령 외교 행보 험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책임 공방이 격화되면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향후 외교 행보에도 난관이 예상된다. /청와대 제공

미·중 갈등 한국에 불똥 촉각…외교 영향력 커 文 고민 커질 듯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무역 전쟁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책임 공방이 격화되면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미·중 갈등은 두 나라를 넘어 한국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어 정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향후 외교 행보에도 난관이 예상된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최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상치 않다. 우선 미국은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중국 책임론'을 꺼내 들며 압박해가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봉에서 직접 중국을 직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중국 책임론을 거듭 제기하면서 "또라이" 얼간이" 등 중국을 향해 막말을 퍼부었다. 앞서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왔다며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고 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달성을 위해 중국을 향한 고강도 압박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자국 내에서 코로나19 대응에 비판을 받고 있어 이를 상쇄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21일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58만 명을 돌파했고, 사망자는 9만 명을 넘어섰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도 '중국 때리기'에 가세하고 있다. 중국의 체제를 직접 겨냥한 발언도 나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국무부 브리핑에서 시진핑 주석의 중국 정부를 '독재 정권'이라고 비난했다. 이뿐 아니라 중국의 우한바이러스연구소를 코로나19의 발원지로 지목하는 등 중국 책임론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사진은 지난해 1월 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습. /AP.뉴시스

파상공세를 받는 중국은 미국이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세는 미국 행정부의 방역 실패라는 논리다. 특히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 재집권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코로나19를 전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기싸움을 피하지 않고 있다.

점입가경인 미·중 갈등 속 끼인 처지인 한국은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초강대국인 두 나라 사이 갈등에 자칫 불똥이 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은 한국에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의 5세대 장비를 사용하지 말라고 요구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미국이 동맹국으로서 한국에 '중국 책임론' 동참을 요청한다면 중국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2016년 미국 측 요구에 응해 한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결정한 뒤 중국은 '한한령'(한류제한령) 등으로 보복한 것처럼 경제 분야에서 한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라는 점에서 우리 경제가 받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지난 2월 "중국의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우리가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고 우려했을 정도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제 위기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또한 시 주석의 연내 방한이 자칫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사드 갈등과 남북 협력에 물꼬를 틀 기회를 날릴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도 기대되는 만큼 문 대통령의 향후 외교 행보에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게 된다.

그렇다고 한국이 중국의 손을 들어준다면 한미동맹의 균열이 우려된다. 이 경우 국가 안보에 빨간불이 들어올 수 있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현안도 무시할 수 없다. 폭주하는 미국과 견제하는 중국 사이에서 문 대통령이 어떤 외교 방향을 설정하고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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