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는 짧고 투정은 길었다…보수의 시각에서 진보 가치 포용해야"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미안하지만 미래통합당은 발전적으로 해체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미래통합당은 미래가 없다."
"미래통합당의 리더십을 생각하면 부평초가 생각난다. 머리는 있는데 뿌리도 없고, 뼈도 없고, 그런 생각이 든다. 죄송하다."
"이런 이야기 다시 해서 죄송하지만 보수가 가진 이미지가 '더럽다'는 것 아닌가"
전문가들은 연신 '미안하다', '죄송하다'를 외치며 아픈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20일 심재철 미래통합당 전 원내대표가 주최한 '미래통합당 총선 패배 원인과 대책은?' 토론회에선 21대 총선 결과에 대한 패인으로 '전략 실패'와 '리더십·태도 문제' 등이 집중적으로 지적됐다. 이날 토론회엔 정진석·추경호·이만희·지상욱·김정재·김석기 의원 등 통합당 의원 및 당선인·후보자 2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심 전 원내대표는 차분한 표정으로 토론회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는 인사말에서 "여러분들 다 느끼다시피 이번 선거는 대단한 충격이었다"며 "도대체 왜 이렇게 졌을까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고, 지금 이 순간까지도 '왜 그랬지' 하는 궁금증 때문에 이런저런 여파·영향도 많이 생긴다. 그런 점에서 솔직하게 외부 시선을 들어보고 실제 출마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제자로 참석한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통합당의 총선 패배의 결정적 요인으로 △시대정신 부적응 △전략 실패 △막말을 꼽았다. 김 교수는 "시대정신은 그 시대가 요구하는 가장 핵심적인 정신이다. 그건 변화와 개혁이었다"며 "통합당이 변화와 개혁을 핵심적으로 각인할 수 있었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통합당은) 3번의 선거에서 졌지만, 패배에 대한 철저한 참회가 없었다"며 "지난 2017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진솔하게 사과한 적 있나. 참회는 짧고 투정은 길었다. 단 한번이라도 친박이 폐족선언을 한 적이 있나?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에도 국정농단에 대해 단 한 번이라도 사과한 적 있나? 없다. 통합하라는 이야기만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전략문제, 특히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통합당의 대응과 관련해 "코로나와 관련된 건 대립쟁점으로 끌고 가면 안 된다. 100% 합의쟁점으로 갔어야 한다"면서 "처음 여당이 소득하위 70%를 꺼내들었을때 '현금 살포'라고 하고 나중에 '전국민 50만 원'으로 입장을 바꿨다. 나중엔 결국 코로나 사태를 통합당이 이용한다는 인식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날 김 교수는 특히 '이념적 운동장이 기울어졌다'는 주장에 대해 "선거 후 결과를 보면 운동장은 기울어져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진보라고 대답한 사람은 27%, 보수라고 대답한 사람은 25%다. 그리고 내가 중도라고 대답한 사람은 37%다. 이것의 함의는 앞으로 통합당이 살 수 있는 길은 딱 하나, 제 3의 길을 가야한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진보 우파의 길을 가야 한다. 지금 (통합당은) 끊임없는 보수 우파의 길로 가서 25%라는 틀에 갇힌 것"이라고 했다.
그는 통합당을 향해 "첫째로 진보 우파의 길을 가야 하고 둘째로 보수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다"며 "진보 우파와 지도체제의 변화, 모든 사람이 참여하는 국민 경선의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오는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통합당은 어렵다"고 제언했다.
전영기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여러분이 진 것은 논리에서 진 게 아니라 가슴에서 진 것"이라며 "에토스·마음·신뢰를 패인 분석의 중요한 콘셉트로 가졌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는 통합당의 패인을 △이기는 공천을 회피한 것 △부평초 같은 리더십 △코로나19 효과 등으로 꼽으면서 "통합당의 공천은 형편없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리더십 문제에 대해 전 위원은 "통합당은 황교안, 김형오, 김종인 최소한 세 개의 신호가 다른 주파수를 타고 날아다녔다. 거기에 한선교, 박형준, 김세연 등 중간 주파수들이 혼재했으니 잡음 투성이 전시 방송이 되어 버렸다"며 "뿌리가 없고 흐르는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부평초가 연상된다"고 꼬집었다.
이종인 여의도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언급했던 '무뇌'라는 비판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맞다. 취약했고, 내·외부 제약이 적지 않았다. 공관위 활동에서조차 여연의 여론조사 기능·역할이 반영되지 않았다.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다.
이 위원은 대책으로 '여연(여의도연구원)의 기능과 역할·역량 등의 제자리매김 문제'를 강조했다. 그는 "저는 2010년 공채를 통해 여연에 합류했다. 당시엔 상근 인력만 해도 40명이 넘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정책과 전략을 생산했고, 당 지도부에서도 연구자의 자율적 분석 결과를 존중해줬었다고 생각된다"며 "10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은 모 인사의 '무뇌' 싱크탱크라는 표현이 일정부분 대변해준다"고 토로했다.
그는 "우리 정당사와 미국 헤리티지 재단의 역할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보수 정당의 재집권 전략에는 싱크탱크가 핵심으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지금의 여의도연구원의 조직과 기능, 역할과 역량 등에서 문제가 많다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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