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이 커지는 의혹 속 논란 확산 방식도 유사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6개월간 가족과 지인들의 숨소리까지 탈탈 털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생각나는 아침이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가 지난 12일 SNS를 통해 미국에서 유학 중인 딸에 대한 한 매체의 취재를 언급하면서 한 발언이다. 그러면서 윤 당선인은 "정의연(정의기억연대, 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과 저에 대한 공격은 보수언론과 미래통합당이 만든 모략극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하루가 멀다고 윤 당선자와 관련한 새로운 의혹이 불거졌다.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말을 바꾸면서 의혹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나아가 본인뿐 아니라 주변으로도 불똥이 튀고 있다. 지난해 8월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지명 이후 불거진 '조국 사태'의 그림자가 짙게 묻어난다.
#장면1. '의혹→해명→의혹 확산' 악순환
윤 당선자 의혹은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달 22일 대구시 중구 희움 일본군위안부역사관에서 윤 당선자의 국회 진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시작됐다. 이 할머니는 지난 7일에는 대구의 한 찻집에서 재차 기자회견을 열고 "30년 가까이 위안부 관련 단체(정대협·정의연)에 이용만 당했다"고 주장했다.
정의연의 성금 사용처 관련 의문에서 출발한 윤 당선자 관련 의혹은 한 달도 채 안 돼 눈덩이처럼 커졌다. △안성 쉼터 계약 및 매각 논란 △안성 쉼터 윤 당선자 부친 고용 및 급여 지급 논란 △윤 당선자 남편 회사 정의연 소식지 편집 업무 관련 일감 몰아주기 의혹 △후원금 개인 계좌 모금 △아파트 구매 관련 의혹 등이 추가로 제기됐다.
조국 사태가 지난해 8월 9일 조 전 수석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 직후 검증 차원에서 제기된 논문 표절, 사노맹 사건 논란, 사모펀드 74억 투자 약정 논란 등에서 시작돼 △딸 입시부정 및 장학금 특혜 의혹 △웅동학원·사모펀드 부적절 운영 논란 △아내의 딸 표창장 위조 의혹 등으로 번지면서 의혹이 확산된 것과 유사한 흐름이다.
의혹에 대한 해명이 더 큰 의혹을 부르고 있는 것도 판박이다. 일례로 윤 당선자는 2012년 3월 경매를 통해 경기 수원의 한 아파트를 낙찰받아 구매하는 과정에서 자금 출처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당초 전에 살던 아파트를 판 자금으로 구입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 아파트 매도 시기와 새 아파트 계약 시기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재차 제기되자 "적금과 예금을 해지하고 모자란 부분은 가족으로부터 빌려서 돈을 마련했다"고 말을 바꿨다.
조 전 장관도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말을 바꿔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례로 그는 딸의 고등학교 재학시절 의학논문 제1저자 논란 당시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했다가, 주변에서 관여했다는 증언이 나오자 모르쇠로 입장을 바꿨다. 사모펀드 의혹에 대한 해명도 마찬가지였다.
#장면2. 야당, 맹공 속 주변으로 의혹 확대
윤 당선자와 조국 사태는 모두 야당의 대대적 공세 속 주변으로 의혹이 확산됐다는 공통점도 있다. 조 전 장관의 경우 본인과 관련한 의혹은 아내, 딸, 아들, 동생, 5촌 조카 등으로 확산됐다.
윤 당선자 의혹도 남편이 운영하는 지역 언론사(수원시민신문)에 대한 정의연의 일감몰아주기 의혹으로 번졌다. 또 남편의 지인 이규민 민주당 당선자(경기 안성)가 상임대표로 있었던 안성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가 이 당선자의 뜻에 따라 2017년 당초 목적과는 달리 방송인 김제동 씨의 2시간 한경대 안성 역사 특강 강연료 1500만 원 지금을 위해 별도 모금에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남편의 주변으로도 번지고 있다.
나아가 윤 당선자가 30년의 세월을 보낸 정의연의 모든 활동에 대한 검증 및 평가도 새롭게 이뤄지고 있다. 통합당은 미래한국당과 윤미향 의혹 진상규명 TF 공조 및 국정조사 추진으로 판을 더 키운다는 방침이다.
#장면3. 당정의 옹호, 달라진 손절론
두 사안에 대한 당정 및 지지자의 초반 '옹호'도 유사하다. 조국 사태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조 전 장관에 대한 변치 않는 믿음을 보냈고, 야당의 의혹 제기를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윤 당선자 의혹에 대한 대응도 같았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정의연 기부금 관련 논란은 사실관계를 확인하면 된다"며 "행안부에서 확인하기로 했으니 조금만 기다리면 사실관계를 국민께서 다 알 수 있을 것이다. 저는 그간 정의연의 활동 성과를 높게 평가하고 앞으로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정의연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변치 않는 믿음을 보냈다. 19일에는 윤 당선자에 대한 질문에 "다음에 정식으로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의혹 당사자에 대한 손절론이 거론되는 시기는 차이가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조국 사태가 불거진 지 약 3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3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전까지 민주당 안팎에서 조 전 장관에 대한 비판적 발언은 금기어에 가까웠다.
하지만 윤 당선자와 관련해선 최초 의혹 제기 후 27일 만인 지난 18일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발언이 나온 이후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도 "윤 당선자 사안을 심각하고 무겁게 보고 있다"고 손절 가능성을 거론했다.
박범계·박용진 의원 등은 공개적으로 "당에서 본인 소명, 검찰 수사만을 기다리기에는 어려운 상태로 갈 수 있다"고 당 차원의 빠른 조처를 요구했다. 이는 조국 사태로 중도층 이탈을 경험한 민주당 내에서 자칫 윤 당선자 논란이 조국 사태 수준으로 비화할 것을 우려하는 시선도 작지 않음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 이재오 전 의원은 지난 18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의혹이 자꾸 생기는데 해명을 자꾸 거짓말로 한다.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고 숨기려고 하다가 또 거짓말을 낳고 있다"며 "지금 항간에선 윤 당선자를 제2의 조국이다. 조국 사태와 판박이다. 자꾸 거짓말하고 거짓말하다 보니 일이 점점 커진다"고 꼬집었다.
반면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아직 조국 사태와 연관 짓는 것은 이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교수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윤 당선자와 관련한 의혹이 많이 제기됐고, 국민의 궁금증도 증폭되고 있어 수사로 진상을 밝힐 수밖에 없다고 본다"면서도 "아직 조국 사태와 연관 짓는 것은 이르다. 억지로 갖다붙여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혹을 밝히는 과정에서 민주당이 여론을 의식해 제명 등의 조치를 할 수도 있겠지만, 양정숙 당선자 제명에서 보듯 제명을 해도 국회의원직은 유지된다"며 "국민 눈높이에선 (진상규명 전) 선제적 제명이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심어줄 수 있어 일단 당 차원에서도 진상규명에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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