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들 "친일 세력의 공세"…최용상 "친일일 수 없어"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도 윤미향 당선인과 정의기억연대(정의연)를 둘러싼 논란을 두고 입장이 엇갈리는 기류가 감지된다. 윤 당선인을 공격하면 '친일 세력'으로 규정하며 감싸기에 본격 목소리를 낸 반면, 관련 의혹을 분명하게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14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상에는 민주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윤 당선인 논란이 한창이다. 옹호하는 측에서는 윤 당선인의 과거 업적을 강조하며 "공격하는 이들은 친일 세력"이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한 네티즌은 "피해자가 반드시 운동의 주역은 아니다. 이용수 할머니가 운동 전체는 아니다"라며 "일본이 가장 미워하는 것은 정의기억연대, 수요집회, 소녀상이다. 일본군 성노예라는 역사적 사실을 세상에 알린 장본인이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은 일본 우익에 큰 악재"라고 했다.
친조국 성향 한 온라인 게시판에서도 "토착왜구들아. 최소한도 윤 당선인은 일본하고 졸속합의는 안 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지난 13일 미래한국당이 "윤 당선인과 민주당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두 번 죽이는 '진영 대결 부추기기'를 중단하고 정의연의 회계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한 반박이었다. 일부 친문 지지층 사이에는 "정의연을 공격하는 자가 토착 왜구"라는 구호와 그림이 공유되고 있다.
반면 피해자 할머니가 문제 제기했고, 윤 당선인과 정의연 관련 의혹들이 지속적으로 불거지고 있는 만큼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들은 구호와 그림을 "이용수 할머니를 공격하는 자들이 토착 왜구"라는 식으로 바꿔 퍼트리고 있다. 민주당 정책제안 게시판에서도 해당 논란에 대한 민주당의 분명한 입장을 요구하는 글들이 올랐다.
한 게시글은 "정의연 윤미향과 빠른 정리를 하는 게 지지층을 위해 좋을 듯 하다"고 했고, 이에 대해 "정의연을 일벌백계하고 비슷한 사례들을 민주당 내에서 뿌리뽑아야 한다"며 동조하는 댓글도 달렸다. 또 다른 글에서는 "정의연은 이번에 그냥 걸린 거다. 돈이 모이면 누구나 욕심이 생긴다"며 시민단체의 회계장부를 공개하는 법안 발의를 요구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최근 "논란이 길어질수록 정의연의 노력들, 운동의 진정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많으니 이런 문제는 빨리 털고 정리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친문 커뮤니티가 '윤미향 지키기에 나섰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반발감을 나타내는 친문 지지층도 있었다. 이들은 "문빠들이 진보단체 투명성 요구하는 목소리는 안 보이나 보다", "진짜 친문들은 진영을 넘어 깨끗하고 상식적인 걸 좋아한다"는 글들을 올렸다. 대표적인 친여 성향 진보 인사인 공지영 작가도 최근 본인 트위터에 정의연을 비판하는 글을 다수 리트윗하며 비판적 입장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일각에선 이는 최근 윤 당선인이 자신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빗대 언급한 데 대한 반발이라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이 윤 당선인 논란에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여권 지지층의 혼전 양상을 키운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 내부에선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이 윤 당선인과 정의연 활동의 근본을 흔들 정도는 아니라며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이날(14일) 김상희·남인순·홍익표 등 민주당 의원 14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연과 윤미향 당선인에 대한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빌미로 친일, 반인권, 반평화 세력이 역사의 진실을 바로 세우려는 운동을 폄하하려는 공세"라고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정의연이 설혹 작은 실수가 있다 하더라도 이로 인해 활동의 의미와 성과가 부정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홍 의원은 기부금 부정 유용 의혹에 대해 "좀 더 공정하게 조사가 이뤄져서 혹시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그에 대한 적절한 책임을 지면 되는 것이고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제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같은 날 이 할머니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 당선인을 향해 "양심도 없다. 왜 위안부 문제를 마음대로 팔아먹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시민단체 운영 거주 시설에 있는 할머니만 챙기고 그렇지 않은 할머니는 챙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정대협(현 정의연)은 고쳐서 못 쓴다. 해체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할머니는 또 일각에서 제기한 배후설에 대해 "1년을 혼자 고민하고 결정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최초 논란에서 배후로 지목된 최용상 가자평화인권당 대표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할머니의 진정한 말씀을 사실로 다가가는 게 아니고 말씀을 희석시키고 사태를 제게 돌려 윤 당선인에 대한 집중을 흩트리려는 거라고 본다"며 "까딱하면 저도 친일 쪽으로 몰리는데 그런 것도 조심하고 있다. 하지만 강제징용 단체에서 수년 동안 일해왔던 사람들은 피해자의 아픔이 어떤 건지 절절하게 알기 때문에 친일이 될 수가 없다. 친일, 반일은 우리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 논란 대응에) 민주당이 잘하면 좋겠는데 이 사태가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한일 관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저도 조용히 지켜보는 입장"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