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3주년 연설서 北 언급 자제…남북 협력 실현 장기화 가능성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남과 북도 인간 안보에 협력하여 하나의 생명공동체가 되고 평화공동체로 나아가길 희망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대북 관련 이슈는 단 한 차례만 언급했다. 꽉 막힌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한 구상을 밝힐지 주목됐으나 대북 언급 비중은 극히 작았다. 지난 3·1절 기념사와 지난달 27일 판문점 선언 2주년 때 구체적인 사업들을 제시하며 대북 메시지를 냈던 것과 다른 양상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인간 안보'라는 새로운 화두를 제시했다. 처음 나온 단어라 생소한 인간 안보의 의미는 무엇일까.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1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신선집중'과 인터뷰에서 "기존 안보 개념은 보통 '군사안보' 중심이었는데 이를 질병, 재난, 환경문제 등 인간의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문제까지 확대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방역 협력을 통해 양측의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남북 협력 사업 등 분야로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독자적으로 남북 간 교류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남북 철도연결과 개별관광, 유해 공동 발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문 대통령은 "많은 전문가가 2차 팬데믹이 닥쳐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기에 대비 차원에서 남북이 감염병 방역에 협력하고 공조하면 남북 국민의 보건 안전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차원에서 방역에 대한 우선적인 협력을 제안했다"고 했다.
북미 대화가 끊긴 상황이 최근까지 지속하면서 새로운 접근법으로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만들 필요성이 커졌다. 북한의 선(先)비핵화 이행을 바라는 미국과 체제보장 및 제재 완화를 기대하는 북한이 단시간 내에 대화와 합의에 이르는 것은 매우 어려운 현실이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인간 안보라는 새로운 시도로 북한의 호응을 이끌 생각이다. 세계 여러 나라와 마찬가지로 북한도 코로나19 여파로 경제 등 어려움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큰 만큼 우리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그러나 지금 당장 북한이 남측의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그간 정부의 남북 협력 사업 추진에 침묵해온 북한이다. 문 대통령 역시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는 대로'라며 북한에 계속 독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우리 정부에 날을 세우며 협력 기대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최근 북한 매체는 연일 우리 군 훈련과 군비 증강에 대해 비난했다. 이와는 반대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코로나19 관련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구두 친서를 보낸 데 이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도 축전을 보냈다.
코로나19 침투를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했던 북한이 우방국인 중·러와 밀착하는 것은 연대를 강화하며 경제적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그 과정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한 보건 분야의 지원도 기대할 수도 있다.
현재의 남북관계의 미국의 대선 국면, 북한의 우방국 관계 강화 행보 등을 종합하면 한반도 평화 분위기 형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 평화프로세스의 진전에 대한 전망도 안개 속이다. 사실상 모든 한반도 평화 관련 문제는 올스톱 상태다.
문 대통령은 향후 북한과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설득해 나갈 방침이다. '인간 안보'라는 새로운 복안이 남북관계 돌파구 마련에 있어서 주효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