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 평균 4명 의원 결석…'지역 행사·건강 문제' 다수
[더팩트|국회=박숙현·문혜현 기자] 20대 국회 임기를 한달여 정도 남겨두고 4월 임시국회가 열리고 있지만 의원들의 상임위원회 출석은 다소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총선 직후 국회가 당락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 상황이지만 민생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국회 출석률이 낮은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20대 국회가 끝나면 그동안 계류 중이었던 법안은 모두 폐기된다. 지난달 28일 기준 1만 5000여 건의 법안이 산적해 있는 가운데 의원들이 낙선 등을 이유로 의정활동을 소홀히 할 경우 여론의 뭇매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회는 외교통일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환경노동위원회·정무위원회·산업자원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 8개 상임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계류 의안에 대한 질의와 대체토론을 이어나갔다.
사실상 총선 후 가장 많은 상임위가 열린 가운데 평균 4명 이상의 의원이 불참했다. <더팩트>가 의원들의 불출석 사유를 취재한 결과 의원들의 불출석 유형은 △건강 문제 △지역 일정·행사 △개인 일정 등으로 나뉘었다. 또 복수의 상임위원으로 활동 중인 의원은 각 회의 질의 순서에 맞춰 자리를 이석하는 경우도 있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에 따른 간호조무사 활용 증대 제도 마련에 관한 청원등을 소개하는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선 5명의 의원이 불참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과 김명연 미래통합당 의원 측은 "몸이 좋지 않아 나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신상진 통합당 의원은 "일이 있어 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춘숙·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원내협상 관련 상임대표회의에 참석하는 등 일정으로 여러 개의 회의를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
총 정원이 27명에 달하는 국회 산자위에선 9명의 의원이 불참했다. 박범계·최인호 민주당 의원과 이용주 무소속 의원 등은 지역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국회 예결위 간사를 맡고 있는 이종배 통합당 의원은 최근 급박하게 진행되는 추경 논의 등을 이유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오전 열렸던 환노위 전체회의에 불출석한 전현희 민주당 의원과 강효상 통합당 의원 관계자는 "개인 사정이 있어서 나오지 못했다"고만 설명했다.
'청가서'(결근 사유서)를 제출하고 불출석한 의원들도 있었다. 추미애 민주당 의원과 박주선 의원은 이날 외통위 전체회의에 청가서를 제출했다. 박 의원실 측은 "청가서 사유는 '병가'"라고 말했다.
이날은 통합당 당선자 총회와 전국위원회가 열리기도 하면서 의원들의 공석이 늘어나기도 했다. 외통위 소속 정진석 의원실은 "오전에 당선자 총회가 있고 전국위도 있고 해서 불참하게 됐다. 서면으로 질의할 내용은 다 넣었다"고 해명했다.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으로 불가피하게 참석하지 못한 의원들은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국토위 회의에 불참한 정동영 의원 측 관계자는 "사전에 잡힌 지역 일정이 있었는데 전체회의가 전날(27일) 갑자기 잡혀 올라오지 못했다"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논쟁적인 현안이 몰린 기재위에선 대부분 의원이 참석했다. 다만 이날 불참한 김성식 무소속 의원 측에선 "의원님이 사전에 정해놓은 일정들이 있었는데, 기재위 회의가 갑작스럽게 잡혔다. 하지만 다음 날(29일) 소위와 전체회의 의결은 일정을 조율해 참석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밖에 예결위는 저녁 늦게까지 이어지는 특성상 48명의 의원들이 질의순서에 맞춰 오가며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4월 임시국회에서 국회가 산적한 계류 법안들을 무사히 처리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평론가들은 "매 국회마다 있었던 일"이라면서도 "세비를 깎는 등 '일하는 국회법'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불출석 문제는) 매년 국회 회기가 끝날 때쯤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총선 이후 국회가 실질적으로 정상 운영되기는 실질적으로 어렵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총선 이후 국회 회기를 짧게 조정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기회에 여야가 나눠 이 문제를 논의하고 21대 국회 만큼은 국회의원 임기를 4월 30일까지로 한 달 줄이도록 하는 거다. 지금까지는 여야 어느 누구도 자신의 임기를 줄이려 하지 않아 논의 되지 못했다"며 "여당이 180석을 차지하며 압도적으로 승리한 것은 국민을 위한 국회를 만들라는 여론이 반영된 것인만큼 민주당이 총대를 메고 국회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낙선한 의원들은 일할 맛이 안 나 (총선 이후 불출석 경향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도록 하려면 강제 규정을 좀 넣어 불출석한 의원은 세비를 깎도록 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180석을 얻었으니 관련 내용을 담은 '일하는 국회법(매달 임시국회 소집 의무화 및 국회 출석률 30% 미만일 경우 제명 등 징계 규정 추진)'이 도입될 것으로 보고, 그러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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