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중 마지막 절호 기회…거대 여당 주도 가능성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최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개헌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점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기대도 어느 때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
1987년 9차 개헌을 통해 정해진 헌법은 급변하는 시대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과거 참여정부 때도 개헌 바람이 불었다. 정치권에서도 정부 형태 등 쟁점이 있었지만, 대체로 개헌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다. 2017년 당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등 보수 야당도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을 골자로 한 개헌에 공감했다.
문 대통령도 개헌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대선 후보 시절 2018년 지방선거 국면에서 개헌을 하겠다고 공약했고, 실제 그해 3월 4년 중임제 도입과 권력 분산, 기본권이 강화된 개헌안을 내놓은 뒤 정부 개헌안을 발의했다. 이 말을 뒤집으면 이미 준비된 개헌안이 있다는 얘기다.
당시 청와대가 발표한 개헌안에 따르면 현행 헌법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하고, 생명권과 안전권 등을 신설했다.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해 '근로'라는 용어를 '노동'으로 수정했다. 또한 지방정부 구성에 자주권을 부여하고, 자치행정권과 자치입법권의 정도를 더 높였다. 지방자치 분권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뜻을 이루지 못했다. 국회가 개헌안 투표를 할 수 있는 국민투표법 개정안 처리 시한을 넘겨 6월 개헌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2018년 5월 국회는 정부 개헌안을 상정해 표결했지만 야당이 불참해 '투표 불성립'으로 통과하지 못했다. 야당은 국회 주도의 개헌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했다.
개헌은 국회의원 과반 또는 대통령이 개정안을 발의하고, 국회는 개헌안을 송부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해야 한다. 이 기간 내 국회에서 의결하면, 의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국민투표를 실시해 찬반을 묻도록 하고 있다.
개헌 동력을 잃었던 문 대통령에게 최근 기회가 찾아온 모양새다. 4·15 총선에서 여당이 180석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물론 국회가 개헌안을 의결하려면 최소 200석의 의석이 필요한데, 범진보 진영을 합하면 190석 가까이 된다. 헌법 개정에 우호적인 야당 의원을 설득한다면 개헌 현실화 가능성은 있다.
문 대통령도 지난 1월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헌 추진 동력을 되살리는 것은 이제는 국회의 몫이 됐다. 지금 국회에서는 어렵겠지만 다음 국회에서라도 총선 시기, 공약 등을 통해서 개헌이 지지받는다면 국회에서 개헌이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며 국회 주도 개헌을 언급했다.
민주당이 단독 과반 의석(151석)을 얻어 개헌안 발의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교감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민감한 권력 구조 개편에서 진영 간 유리한 안을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이 개헌 저지선을 확보한 것이 걸림돌이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개헌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는 시각이다. '슈퍼 여당'과 더불어 집권 중반기 60%대에 달하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어서다. 다만 코로나19 효과적 대응과 개헌은 성격이 달라 국민의 호응은 미지수다. 정치적 부담이 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를 대응해야 하는 과제가 시급해 개헌에 적극 나설지도 의문이다. 국민 주권 강화와 지방 분권 실현 완수를 위해 향후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상황이 개헌 의지를 다시 드러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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