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기획-김정은 위중설 <상>] 김일성·김정일 땐 어땠나?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외신 보도를 통해 제기된 가운데,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북한 최고지도자의 ‘신변’ 의혹 또한 새삼 관심사로 떠올랐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해 김정일 서거 8돌을 맞아 당과 정부, 성, 중앙기관, 무력기관 등 일꾼들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보도한 사진. /뉴시스.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수술 뒤 중태에 빠졌다는 CNN 보도를 시작으로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김일성 북한 전 국가주석 시대(1948~1994)와 김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집권(1994~2011) 당시에도 비슷한 소문은 흘러나왔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 북한이라는 점에서 여러 추측 보도가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결국, 진실을 밝히는 것도 의혹의 당사자였다.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더팩트>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시대의 '건강 이상설'과 '사망설'은 언제 제기됐고, 어떻게 무마됐는지 등을 3회에 걸쳐 비교·분석했다. <편집자 주>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시대 쏟아진 추측성 보도와 각종 설(設)

[더팩트ㅣ통일부=박재우 기자]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외신 보도를 통해 제기된 가운데,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북한 최고지도자의 '신변' 의혹 또한 새삼 관심사로 떠올랐다. 폐쇄성이 강한 북한 내부에는 과거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김정일 위원장(2011년 12월 19일 사망)에 대해서는 2003년 사망했고, 대역을 쓰고 있다는 터무니없는 주장까지 당시 나왔다. 시게무라 당시 와세다대 교수는 2009년 8월 김 위원장의 사진을 분석하며 2003년 이전과 이후의 김 위원장의 모습이 다르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또한, 김일성 전 주석 사망(1994년 7월 8일) 직후 '건강 이상설' 못지않은 설이 돌기도 했는데, 바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에 의한 '암살설'이었다. 당시 남북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었는데 후계자로 내정된 김정일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원하지 않아 아버지 김일성을 죽게 내버려 뒀다는 소문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소문으로 치부됐다.

1986년 11월 16일 김일성 전 주석의 사망설이 <조선일보>의 보도로 불거졌다. 당시 조선일보는 도쿄 소식통을 인용해 김 전 주석이 숨졌다고 대서특필했다. 北 노동신문은 2014년인민군창건 82돐을 맞아 수도 평양에 경축분위기라며 군사훈련 지도하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1991년 4월 자료사진을 보도했다. /뉴시스.노동신문

◆김일성 사망 '대서특필' 이틀 만에 오보로 판명

1986년 11월 16일 김일성 전 주석의 사망설이 <조선일보>의 보도로 불거졌다. 당시 조선일보는 도쿄 소식통을 인용해 김 전 주석이 숨졌다고 대서특필했다.

당시 언론들은 김 전 주석이 열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에 오극렬 인민군 총참모장이 이끄는 쿠데타군에 의해 총격을 받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또한 후계자 김정일도 체포돼 연금됐다고 전했다. 한반도 정세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만한 소식에 전 세계는 주목했지만, 결과는 '오보'였다. 김 전 주석이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다.

북한매체와 외신은 그 이틀 뒤인 18일 김 전 주석이 몽골 국가원수를 맞이하기 위해 평양 공항에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결국, 한반도를 떠들썩하게 한 김 전 주석 사망 보도는 헤프닝으로 끝났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이후 사망설 및 건강 이상설은 1995년 9월, 2004년 11월, 2008년 5월, 2009년 7월, 2010년 11월, 2011년 11월 등 여섯 차례나 등장했다. 김 국방위원장(왼쪽 두번째)이 지난 생전 평양에서 열린 중국 간수성 가극단의 실크로드, 꽃비 공연 감상 후 박수하고 있다. /뉴시스.노동신문

◆국내·외에서 퍼진 '김정일 사망·건강 이상설'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이후 '사망설' 및 '건강 이상설'은 1995년 9월, 2004년 11월, 2008년 5월, 2009년 7월, 2010년 11월, 2011년 11월 등 여섯 차례나 등장했다.

김 국방위원장의 첫 사망설은 1995년 9월 미국의 저명 칼럼니스트 잭 앤더슨 씨가 제기하며 불거졌다. 그는 칼럼에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김정일이 이미 죽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고 작성해 파장이 일었다.

2004년 11월에도 국내·외에서 김 위원장의 사망설이 나돌았다. 중국 외교부 당국자와 국정원이 반박했지만, 오히려 외신과 국내 언론을 통해 소문은 퍼졌다. 몇몇 외신들은 당시 평양에서 김 국방위원장의 초상화가 철거되고 배지까지 달리지 않는다면서 이상 징후가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2008년에는 5월 김 국방위원장에 대한 피습 사망설이 인터넷 매체 '뉴스한국'를 통해 보도됐다. 이 매체는 대북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의 전용차가 26일 오후 7시에서 8시경 평양 대성구역과 황해남도 안악군 사이 도로상에서 피습된 상태로 발견됐다"고 구체적으로 전했다. 이후 '김정일 사망설 인터넷에서 확산'이라는 제목으로 주요 언론에서 보도되면서 소문은 커졌다.

2014년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약 40일가량 북한 매체에 등장하지 않으면서 사망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2월 김 국무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절(2월 16일)을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보도한 사진. /조선중앙TV 캡쳐

◆김정일 뇌졸중 뒤엔 주식시장 '세력' 주도

김 국방위원장은 실제로 2008년 8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바 있다. 이후에는 뇌졸중 등 뇌혈관 질환이 초겨울에 많이 발병한다는 이유로 3년 연속 겨울철 증권시장 찌라시(지라시) 주제로 등장했다. 특히, 김일성 전 주석의 사망 이후 주가가 폭락했기 때문에 이 효과를 노린 '세력'들의 역할이 컸다.

2009년 7월에는 김 국방위원장이 사망률이 높은 '췌장암'에 걸렸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국내 언론 YTN은 한국과 중국의 정보 관계자를 인용해 김 위원장이 췌장암에 걸렸으며 이 질병이 김 국방위원장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 당시 미국 워싱턴타임스가 "김 국방위원장이 양방을 포기하고 한약과 동양의학에 의존하고 있다"고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당시 국내뿐 아니라 미국·러시아 외신까지 소문이 퍼져 각국 정부의 입장을 요구했지만 "아는 바 없다"는 답변으로 일갈됐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당시 배후에 김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 섞인 보도도 나왔다. 로이터 통신이 발간하는 금융 전문 잡지 'IFR'은 당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보도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 국방위원장의 사망 한 달 전인 2011년 11월에도 증권가에 사망설이 돌았다.

현재 논란 중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망설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에도 김 위원장이 약 40일가량 북한 매체에 등장하지 않으면서 사망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당시 김 국무위원장은 발목에 생긴 낭종 제거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베이징을 중심으로 '조명록 전 북한군 총정치국장이 쿠데타를 일으켰다', '황병서의 김정은 연금' 등의 소문이 나오기도 했다.

이 밖에도 2013년 국내 언론에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의 '총살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하노이 노딜 책임으로 '강제노역설' 등이 나왔지만, 이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김 위원장 '중퇴설'을 보도한 CNN은 2014년 11월에 김 국무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의 '사망설'를 보도했지만, 올해 1월 모습을 드러내 '오보'인 것으로 판명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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