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초고속 심사' 2차 추경…사업 미뤄 재원 마련, 괜찮나?

2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검토보고서에는 정부의 사업비 지출 구조 조정이 사업 재검토가 아닌 사업 일정을 연기하는 부분들이 있어 향후 재정 부담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8일 긴급재난지원금 2차 추경안 심의를 위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예결위 위원들과 인사하고 있는 정세균 국무총리(가운데) /국회=배정한 기자

"필요 사업 판단 안 하고 기계식 행정적 판단"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14조3000억 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둔 가운데, 지출 구조 조정 과정에서 초고속 심사를 하면서 '재정 부담 폭탄 돌리기'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시적 사업 중단으로 향후 사업을 재개할 경우 재정부담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국회는 2차 추경안 본회의 처리를 위해 관련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열어 추경 예비심사와 본심사를 진행하면서 심의에 속도를 냈다. 국회 외교통일위와 보건복지위, 국토교통위, 환경노동위 등 4개 상임위가 전체회의와 예산소위 등을 마치고 소관 추경안을 정부안대로 의결했다. 행정안전위, 기획재정위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도 29일 전체회의에서 소관 추경안을 의결하기로 했다.

당초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은 소득하위 70% 이하 1478만 가구를 대상으로 최대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방자치단체의 전자화폐・지역상품권 등으로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재원 마련으로 약 7조6000억 원 가운데 기존 예산 감액 조정으로 6조4000억 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국회 여야 심의 과정에서 '전 국민 지급 확대'로 수정하면서 필요한 추가 재원 4조6000억 원 중 1조 원은 지출 구조조정으로, 나머지 3조6000억 원은 적자 국채 발행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낮아진 국고채 발행 금리와 최근 유가 하락에 따른 유류비 감액 분을 적용하고, 주택신용보증기금 여유 자원을 더 활용하면 여력이 된다고 봤다.

문제는 이번에 줄어든 사업비 감액 부분에 대한 재정부담이 내년 이후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날 국회 예결위가 제출한 '2020년도 제2회 추경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에서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감액한 사업비 2조4052억 원 중 88.5%(2조1295억 원)는 공사 일정, 지급 시기 조정 등으로 집행 시기를 내년 이후로 미룬 것이다.

감액된 분야는 △방위력 개선사업의 연부율 조정 등 국방 분야(9047억 원) △철도사업 연차별 투자계획 변경 등 SOC 분야(5804억 원) △ODA(공적 개발원조)사업 2677억 원 △상하수도 사업 등 환경분야(2055억 원) △농・어업 분야(1693억 원) △청사신축 공사비 1200억 원 등이다.

예를 들어 국방 분야 감액 사업은 총사업비 변동은 없고 신규 사업 공사 일정을 조정해 다음 연도로 연기했다. 또, 정비·방위력 개선 사업도 대외군사판매 계정에 납입할 예정이던 올해 지급예정액(7840억 원)을 내년으로 미루는 식이다. 보고서는 "오히려 이 사업들은 향후 환율이 상승할 경우 더 큰 재정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철도사업에서도 설계 변경, 연차 투자계획 변경해 올해 투자금액을 줄였다. 농·어업 분야 연근해어선 감척 사업 역시 집행 시기를 올해 연말에서 내년 초로 불과 1~2개월 미뤘다.

공공부문에서도 6개 부처 16개 시설 청사 신축 사업에서 감액했는데 사업비 집행계획을 연기한 것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사업 지연이 길어지면 임차료 등 추가 소요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국회는 29일 전 국민 대상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관련 2차 추경안을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킬 예정이다. 정세균 국무총리(왼쪽)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재난지원금 2차 추경안 심의를 위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김재원 예결위 위원장에게 인사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추경에 투입한 기금 여유자금 활용 금액 2조8000억 원도 해당 기관에 추후 상환해야 한다. 보고서는 "세입 여건이 개선되지 못하고 추가적인 지출구조조정도 없다면 결국 국채를 발행해야 하므로 관리재정수지 적자와 국가채무 규모가 정부 전망보다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전 국민 확대에 따라 3조6000억 원의 적자 국채를 발행하는 상황에서 향후 추가 발행이 불가피한 셈이다.

이 외에도 보고서는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의 20%는 지역상품권 및 선불카드, 나머지는 신용·체크카드로 지급하기로 한 방침에 대해 지급 수단이 적정한지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품권 사용 후 차액을 현금으로 환불하는 사례가 많고, 지역상품권이 일부 업종 중심으로만 사용돼 실제 소비지출 효과는 상품권 발행액에 한참 못 미친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면서 "정부는 사용처(가맹점) 제한에 따른 소비제약과 상품권 매매나 환불규정 남용 등 부작용이 우려되므로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또,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전반에 대해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에게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는 효과가 기대된다"면서도 "이번 지원금은 한시적 일회적인 것으로 가계소득의 지속적인 향상을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에 실질적인 소비유발을 통한 내수 확대로 이어지도록 보다 철저한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2차 추경안을 보니) 2차 추경에서 국채발행을 최소화하려고 기존 사업들을 미룬 게 가장 핵심으로 보인다"며 "(연기된 사업들은) 당장 필요없는 사업들이었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사업들은 왜 있었는지 의문을 품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지출 구조조정은 기계적으로 깎은 면이 있어 세심하지 못했고, 재정건전성에 집착한 것으로 보인다. 즉, 무엇을 없애고 무엇을 계속해야 할 사업인지 판단했어야 하는데 너무 행정 편의적으로 했다고 본다"며 "(추경이) 급하니 이렇게 한 건데 3차 추경도 예정돼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돼야 향후 (문제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예결위는 29일 조속한 추경안 심사를 위해 예산소위를 간사협의로 대체하고, 전체회의 등을 열어 오후 9시께 본회의에 추경안을 넘길 예정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예결위에서 "5월 15일 전 전체적으로 지급을 끝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추경안이 통과되면 정부는 기초생활수급자에게 다음 달 4일부터 현금을 지급하고, 나머지에 대해선 11일부터 신청을 받아 13일부터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추경안과 함께 3개월 이내에 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으면 기부금으로 간주하고, 기부금에 대해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내용의 '긴급재난지원금 기부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특별법안'도 함께 통과시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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