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사퇴 거부하면 제명되도 무소속 의원 유지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비례정당 더불어시민당이 부동산 탈세 의혹 등에 휩싸인 양정숙 당선인을 제명하고, 양 당선인이 자진 사퇴에 불응하면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강력 방침을 꺼내들었지만, 민주당이 양 당선인 의혹을 총선 전 인지하고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아 뒷북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더불어시민당은 중앙당윤리위원회를 열어 양 당선인을 제명키로 의결했다. 정은혜 더시민당 사무총장은 "당사자의 의견 진술 절차와 심의를 거쳐 제명을 의결한다"며 "허위자료 제출 의혹, 검증 기망 사안, 세금 탈루를 위한 명의신탁 의혹 건은 현행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어 최고위원회에 형사고발을 건의한다"고 밝혔다.
당초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로 선출됐던 양 당선인은 부동산실명제 위반과 명의신탁 등 불법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서초구 서초동에 아파트 3채, 송파구 송파동과 경기 부천시 복합건물 2채 등 신고한 총 5채 부동산 가운데 일부 아파트와 건물 매입 과정에서 동생 명의를 이용해 부동산실명제를 위반하고 세금을 탈루했다는 내용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양 당선인의 재산 신고액은 4년 전(약49억 원)보다 43억 원 늘었다.
이 같은 의혹을 사전 인지한 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이 공론화하지 않고 이에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시민당은 윤리위에 앞서 이에 적극 해명했다. 제윤경 더불어시민당 수석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총선 전 조사를 해왔다고 밝히며 "이 과정에서 불성실한 소명과 자료제출 회피, 가족들간 입맞추기로 인해 당이 할 수 있는 강제조사의 한계에 직면했다"고 했다. 우희종 시민당 대표도 "변호사인 당사자의 적극적 해명이 있었다"며 "당시 드러나지 않았던 내용 및 해명 자체의 진위가 추가 부상함으로써 엄중한 절차가 다시 진행될 예정"이라고 했다. 더불어시민당은 총선 전 양 당선인에게 자진사퇴를 요구했지만 양 당선인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당선인 사전 검증을 맡은 민주당도 이 같은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편, 양 당선인은 이날 오후 소집된 더불어시민당 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소명한 뒤 기자들과 만나 세금탈루와 명의신탁 의혹에 대해 "이미 증여세를 2005년에 다 납부했다. 위법 사항은 전혀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동생이 증여세를 낸 부분과 상속세를 낸 부분은 소명했고, 세금 납부 내역도 다 소명했다"고 했다. 더불어시민당 자진사퇴 요구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 일단 민주당으로 돌아가 거기서 의논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시민당 징계 여부와 관계 없이 양 당선자는 당선자 신분을 유지해 다음 달 21대 국회가 시작하면 무소속으로 국회의원직을 수행할 수 있다. 양 당선자가 자진 사퇴하거나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 받으면 양 당선자 자리는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순위 후보가 이어받는다. 양 당선자는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 행정안전부 일제피해자지원재단 감사 등을 지냈고, 지난해에는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