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첨] 文 '독자적 남북협력' 재확인…北 호응할까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선언 2주년인 27일 북한과 코로나19 공동 방역 협력 의지를 밝혔다. 사진은 2018년 4월27일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집 앞에서 남북정상회담 판문점선언을 발표를 마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박수를 보내는 문 대통령. /한국공동사진기자단

北 호응 여부 미지수…전문가들 '글쎄'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동 대응을 발판 삼아 독자적인 남북 협력을 재확인했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교착상태에 빠졌던 남북관계에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되는 가운데 북한의 '호응'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코로나19의 위기가 남북 협력에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며 북한과 보건·방역 분야 협력 구상을 밝혔다. 보건 인프라와 방역 체계가 부실한 북한 사정을 도움으로써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녹여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를 통해 "사람과 가축의 감염병 확산에 남북이 함께 대응하고 접경지역의 재해재난과 한반도의 기후변화에 공동으로 대처할 때 우리 겨레의 삶이 보다 안전해질 것"이라며 보건 분야의 남북 공동협력을 제안한 바 있다.

이미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8년 9월 방역 및 보건의료 분야 협력을 합의한 바 있어 명분도 갖춰진 상태다. 또한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8일 코로나19와 관련 북한에 대한 인도적 대북 지원 원칙을 재확인했다.

남북 협력 사업의 물꼬를 트고 나아가 남북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실제 문 대통령은 독자적 남북 협력사업 추진 의사를 내비쳤다. 구체적으로 △남북 철도 연결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지대화 △남북 유해발굴 사업 △이산가족 상봉 등을 제시했다.

북미대화의 단절로 남북·북미 관계가 선순환하길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선 남북 간 협력 사업을 실천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하며 답보 상태인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살리는 방향으로 연결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나와 김정은 위원장 사이의 신뢰와 평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바탕으로 평화 경제의 미래를 열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제공

미국과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로 인해 협력의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이 여파로 남북 합의는 원활히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국제적인 제약'을 넘어서지 못해서 판문점 선언 실천 속도를 내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월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감염자가 나온 이후 문 대통령이 방역과 경제 위기 대응에 주력하면서 남북 협력 사업은 뒷전으로 밀렸다. 최근 코로나19 상황이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어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남북 공동 대응을 추진하며 차츰 남북 협력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문 대통령 구상의 현실화는 북한의 호응 여부에 달렸다.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사일 발사 등 무력 도발과 남한 정부를 비판해온 북한이 호응할지는 확실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임재천 고려대 통일외교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북한이 우리 정부의 방역 물품 지원과 여타 남북 협력 사업을 연계할 가능성 보다는 별개의 사안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선택적으로 우리 정부의 지원을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문 대통령이 북한에 구체적인 제안이 아닌 구상을 밝힌 것에 가깝다는 취지로 언급하면서 이로 인해 방역 및 보건 협력에 대한 북한의 즉각적인 반응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남북 간 방역 및 보건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양측이 판문점에서 접촉을 했으면 한다는 구체적 제안의 형태로 북한에 메시지를 보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면서 "친서를 통해 남북 간 방역 협력을 제안한다면 북한은 더 진정성 있게 문 대통령의 의지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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