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아내 최지영 씨와 주일 예배 참석…黃 최측근 "마음 추스르고 있다"
[더팩트ㅣ목동=이철영 기자]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지난 15일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사퇴한 지 약 10일 만인 26일 오후 담담한 표정으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50년 동안 다니고 있는 서울 목동의 한 교회에 아내 최지영 씨와 주일 예배를 보고 나오는 모습을 <더팩트>가 확인했다.
황 전 대표는 이날 낮 12시 40분께 아내 최 씨와 함께 오전 11시 예배를 마치고 나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로 얼굴엔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교인들은 모두 따듯하게 그를 맞이했다. 그는 특유의 올곧은 자세로 성경책을 왼쪽 겨드랑이에 낀 채 교회 앞에서 교인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를 알아본 교인들은 고개 숙여 인사했고, 황 전 대표와 아내 최 씨도 밝은 표정으로 화답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종로구에서의 낙선과 당 대표에서 물러날 때와 다르게 표정은 밝았다. 교인들은 황 전 대표에게 '파이팅' '반갑다' 등의 격려와 안부를 묻기도 했다. 그렇게 약 10여분간 교인들과 대화를 나눈 황 전 대표는 아내 최 씨와 함께 자신의 차를 타고 떠났다.
<더팩트>취재진은 21대 총선 낙선 후 오랜만의 외출에 나선 황 전 대표에게 그동안의 근황 등을 묻기 위해 선거캠프 관계자들과 통화했지만, 누구도 알지 못했다. 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관계자는 "선거 이후 황 전 대표 관련해서는 손을 놓아 직접 물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최근까지 황 전 대표와 연락하는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황 전 대표는 현재 일절 외부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저도 필요할 때는 연락을 하긴 하지만, 언론 등은 연락이 잘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거 후 특별한 활동은 없고 마음을 추스르는 상황"이라고 짧게 답했다. 이후 황 전 대표의 이날 외출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직간접으로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누구에게도 답을 들을 수 없었다.
황 전 대표가 언제 다시 정계에 복귀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총선 패배 후 약 10일 만에 외부 활동에 나선 모습이 확인됐지만, 당장 정계 복귀를 위한 외부 움직임으로 보긴 힘들다.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였지만, 이번 선거 참패로 입은 심각한 '정치적 내상'이 크기 때문이다.
황 전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서울 종로구에 출마,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이른바 미리 보는 대선을 치렀다. 황 전 대표는 약 20%P 차이로 이 후보에게 패배했다. 당 대표직도 곧바로 사퇴했다.
당시 황 전 대표는 "저는 이전에 약속한 대로 총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모든 당직을 내려놓겠다"면서 "어려운 시기에 부담만 남기고 떠나는 건 아닌가 해서 당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매우 큽니다. 저와 우리 당을 지지해준 국민 여러분과 특히 저를 지지해준 종로구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 말씀 그리고 죄송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부디 대한민국과 국민 건승과 행복을 기원합니다"고 고개 숙였다.
당 대표직 사퇴 후 황 전 대표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그렇게 약 10일이 지났고,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황 전 대표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일부 완화에 따라 주일 예배에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
황 전 대표는 대선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총리에게 패배하면서 대권후보로서도 거리가 멀어졌다. 총선 전까지만 해도 차이는 있었지만, 이 전 총리의 강력한 대항마였다. 그러나 총선 참패 후 그의 대권가도도 희미해졌다.
지난 22일 쿠키뉴스가 여론조사업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8, 20일 실시한 뒤 발표한 조사(응답률 5.2%에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이 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황 전 대표는 4.2%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였던 황 전 대표의 잠행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약 2년이 남은 상황으로 야권에서 뚜렷한 대권주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황 전 대표가 다시 한번 대권주자로 거듭날지 향후 그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cuba20@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