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결과 따라 대권 구도 달라진다…여야 '잠룡'들 운명은?

이번 총선은 2년 후 차기 대선을 기대하는 여야 잠룡들이 거쳐야 할 통과의례로 승리할 경우 대권가도 기반을 다질 수 있다. 반면 떨어진다면 정치인으로서 타격을 입고 재기를 노리거나, 아예 부활하지 못할 수도 있다. 지난 10일 남영동 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는 모습. /이덕인 기자

총선 성적표 따라 與 '친문 강화' 野 '외연 확장'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4·15 총선 최대 관전 포인트는 '대권 잠룡'들 중 누가 살아 돌아올지 여부다. 각 당의 대권 주자들은 후보로 직접 뛰거나 측근 유세에 나서며 존재감을 보였다. 압승한다면 당의 유력 후보로 단번에 떠오를 수 있지만, 낙선할 경우 당내 기반이 약해져 2년 후 차기 대권가도로 가는 길이 험난해진다.

진영 대결도 주목된다. 여당이 승리한다면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이 탄력을 받고, 반대의 경우 '정권심판론' 직격탄으로 현 정권의 레임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각 진영의 대권 구도도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총선 결과에 따라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 김부겸·김두관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향후 정치 행보도 주목된다. 이 위원장, 임 전 실장, 김 의원, 박 시장, 이 지사, 김두관 의원.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더팩트 DB

◆이낙연 승리 시 당내 세력 구축...'장외 잠룡'도 세 싸움

이번 총선에서 직접 후보로 뛰는 여권 잠룡은 이낙연(서울 종로)후보를 비롯해 김부겸(대구 수성갑)·김두관(경남 양산을)·김영춘(부산 진구갑)후보 등이다. 특히 이 후보가 출마한 종로는 대권 주자 2위인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와 맞붙어 '미니 대선'으로 불린다. 쉽지 않은 상대인 만큼 이를 누르고 승리할 경우 총리 시절부터 쌓아온 차기 대권 주자로서 입지를 굳힐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직도 겸하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대신해 21대 총선 당의 '간판'으로 나서며 빽빽한 지원 유세 일정도 소화했다. 종로뿐만 아니라 전체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당내 '친이낙연' 세력을 구축,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동시에 친문재인계와 계파 경쟁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대적으로 대구와 부산 상황은 녹록지 않다. 김부겸(대구 수성갑) 후보는 주호영 통합당 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영춘(부산 부산진갑)과 김두관(경남 양산을) 후보도 통합당의 서병수, 나동연 통합당 후보와의 경쟁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근형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이 "대구·경북 지역 분들이 생환해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할 정도다.

하지만 이들이 이번 총선에서 험지에 출마한 만큼 생환한다면 여권 내 대표주자로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두관 후보는 18대 대선 경선에 참여하기 위해 경남도지사를 중도 사퇴해 야권에 도지사 자리를 넘긴 이후 좁아진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 반면 낙선할 경우 차기 대권가도에선 멀어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출마하지 않았지만, 유력 대권 주자들의 존재감도 돋보인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당 선대위에서 공식 직책은 없지만, 선대위원장급으로 전국 곳곳을 다니며 여당 흥행몰이에 나서고 있다. 제도권 정치 은퇴를 선언했던 그가 이번 총선을 계기로 복귀했다는 평가다. 임 전 실장은 여당이 승리한다면 이를 발판으로 큰 정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또, 박원순 서울시장도 측근들의 국회 입성 규모에 따라 당내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4년 전 그의 측근들이 당내 경선에서 줄줄이 탈락했지만, 이번에는 서울시 부시장 출신인 윤준병(전북 정읍)·강태웅(서울 용산)·김원이(전남 목포)·진성준(강서을), 선거 캠프 출신인 허영(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갑)·천준호(서울 강북갑)·박상혁(경기 김포을)·최종윤(경기 하남)·김원이(전남 목포)·민병덕(안양 동안갑) 등이 결전의 순간을 앞두고 있다.

원내 현역 의원들 중에서도 기동민(서울 성북을)·남인순(송파병)·박홍근(서울 중랑을) 의원이 지역구 수성에 나선다. 이처럼 친박원순계 의원들이 국회에 대거 입성하면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고 알려진 박 시장의 향후 정치 보폭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재명계로 거론되는 후보들은 당내 경선에서 본선행 티켓을 얻지 못했다. 친이재명계인 정성호(경기 양주)·김영진(경기 수원병) 의원은 지역구 수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야권 대선주자들은 쉽지 않은 싸움에서 정치생명을 걸며 지지에 호소하고 있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 유승민 의원, 오세훈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홍준표 무소속 후보.(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이세롬·이선화·김세정·남윤호

◆황교안·오세훈 낙선하면 '대권 주자' 입지 타격…유승민 치고 나올 듯

야권에선 황 대표와 오세훈(서울 광진을)·홍준표(대구 수성을)·김태호(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등의 생환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대권 주자 2위인 황 후보는 이번 종로 출마에 명운이 걸렸다. 승리할 경우 강력한 경쟁자를 누르고 동시에 당 안팎으로 독보적인 야권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다. 만약 국회 입성에 실패하고 지난 20대 총선 때 의석(122석)을 지키지 못하면 당권 경쟁에서 밀리는 것은 물론, 대권 도전도 멈출 가능성이 크다. 본인은 낙선해도 전체 총선에서 통합당이 승리 또는 선방한다면 당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만년 대권 잠룡인 오 후보도 이번 총선을 재기의 발판으로 삼을지 관심사다. 서울시장을 지낸 그는 4년 전 종로 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상당 기간 정치적 휴지기를 가졌다. 여당이 총력 지원하는 고민정 후보를 누른다면 대권 주자로 부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치신인인 고 후보에게 패하면 거물급 정치인 이력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당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홍 후보와 김 후보도 주목된다. 이들은 현재 각각 이인선, 강석진 통합당 후보와 초박빙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자력으로 국회에 입성하면 정치적 영향력과 존재감을 입증하게 돼 당권 경쟁에 나서며 대선을 준비할 수도 있다. 반면 본인이 낙선하고 통합당 후보마저 탈락해 민주당에 지역구를 헌납할 경우 '표 분산'에 대한 책임론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총선 정국에서 유승민 통합당 의원의 존재감도 돋보인다. 그는 재난지원금 지급, 막말 논란에서 황 대표와 각을 세우며 개혁 보수 이미지를 대중에 각인시키고, 서울·수도권 일대를 중심으로 지원 유세를 했다. 공식 선대위에 들어가 있지 않아 총선 결과에 따른 책임론에서도 상대적으로 부담감이 적다. 통합당에서 공천을 따낸 강대식(대구 동구을)·류성걸(대구 동구갑)·이혜훈(서울 동대문을)·하태경(부산 해운대갑)·오신환(서울 관악을)·유의동(경기 평택을)·지상욱(서울 중구·성동을)·이준석(서울 노원병) 등의 원내 입성 결과에 따라 당내 보폭을 넓힐 수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번에 비례대표 후보만 내는 결단을 내렸다. 20대 총선 당시 수도권과 호남에서 38석을 차지하는 '녹색 돌풍'을 일으켰던 것과 대조된다. 국민의당이 원내 교섭단체(20석 이상) 지위를 확보하지 못하면 21대 국회 운영과 현안을 주도하기 어려워 대권 주자로서의 존재감이 옅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안 대표는 14일 400km 국토 대종주 마라톤 유세를 완주한 뒤 "기득권 양당의 견제 세력이 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문재인 정부는 후반기에 국정운영 과제 완수에 속도를 내고, 야권은 새 지도부 구성을 꾸릴 것으로 관측된다. 반대의 경우 문 정부에 레임덕이 오고 친문 리더십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야권은 차기 대선을 위해 중도보수 외연 확장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4.15 총선을 이틀 앞둔 13일 공개된 제21대 국회의원들에게 지급될 배지. /남용희 기자

이번 총선은 집권 3년 차인 문재인 정권의 중간평가 선거이기도 하다. 총선 성적표에 따라 여당 내에선 친문 세력의 확장성, 야권 재편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당 지도부 구성이 짜일텐데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방향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낙연 체제에 대해 친문 계열에선 견제심리가 작용할 것으로 본다"며 "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대선 카드로 다시 편입될 가능성도 있다. 반면 통합당은 조기 전당대회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거쳐 포스트 황교안을 찾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이 급부상하거나 국민의당과 통합하면 안 대표도 편입될 가능성이 있다. 전체적으로는 국정농단 이슈나 친박 세력 청산 문제가 또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반대의 경우엔 문 정부는 급격히 레임덕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고 민주당은 친문 리더십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은 이기더라도 힘겹게 이길 것으로 보이는 만큼 차기 대선을 위해 황교안 리스크를 제거하자는 기류가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문 정부가 160석 이상으로 압승할 경우 국정과제가 본격적으로 국회에서 제도화될 가능성이 높고, 개헌까지 논의돼 7공화국을 만들어내는 마중물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통합당이 승리할 경우 야권은 대권주자로 황 대표와 유 의원이 나올 텐데 누가 됐든 국정농단을 뛰어넘고 외연을 넓혀야 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개혁적 입장을 취하고 차기 대선을 향해 총력 대응하는 구도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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