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이 없다면 '차선'을, 차선도 안 보이면 '최악'이라도 피해야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이번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에 한 번만 기회를 주시면 다시는 여러분이 실망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김종인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
"무슨 일이 있어도 제1당이 돼야 한다. 통합당에 국회의장을 내주면 안 된다."(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
결전이 임박한 21대 총선은 꼼수와 막말이 난무하는 막장 드라마처럼 전개되고 있다. 염치없는 정치인들의 행태에 도대체 누구를 찍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대부분 지역구가 민주당과 통합당의 양자 대결로 구도를 보이는 가운데 양당 모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다른 정당들도 물론 크고 작은 문제를 안고 있다.
준연동형 비례제로의 선거법 개정 취지를 비웃는 위성정당이 난립해(미래한국당·더불어시민당·열린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는 그야말로 혼돈 속에서 치러지게 됐다. 투표용지 길이만 48.1cm에 달한다.
주요 정당들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비전보다는 경쟁자를 깎아내리는 데 안간힘을 쓴다. 매일 수차례 발표하는 논평, 주요 인사의 발언엔 상대 당에 대한 '적의(敵意)'가 가득하다.
정치인의 기본적 자질을 의심케 하는 말실수, 막말도 쏟아졌다. 통합당 김대호 관악갑 후보는 잇단 '세대 비하' 발언이 문제가 돼 '제명'됐다. 차명진 부천병 후보는 세월호 유족의 일부 행태를 비하하는 기사를 정제되지 않은 용어로 인용한 게 논란이 돼 제명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당 윤리위에서 '탈당 권고' 처분을 받으며 가까스로 총선을 치를 수 있게 됐다.
김대호·차명진 후보 막말 논란에 대국민 사과를 했던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은 서울 중랑구 유세 중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도록 더불어민주당의 후보들을 국회에 많이 보내주시면 현재 문재인 정부의 모든 실정을 한꺼번에 바꿀 수 있다"고 당명을 헷갈리는 실수를 하기도 했다.
민주당도 이해찬 대표의 "부산이 왜 이렇게 초라할까",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의 "우한 코로나" 발언을 두고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홍성국 세종갑 후보는 과거 여성을 희화화하고 비하한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마땅한 인물, 정당이 없다고 유권자가 정치를 외면하면 정치인들의 안하무인 행위는 더 심해질 것이다. 선거는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차선도 없다면 '최악'이라도 피해 '차악'이라도 골라 선택해야 한다. 선택 뒤 당선자의 행보가 눈에 차지 않으면 4년 뒤 다시 다른 선택을 하면 된다.
특히 이번 총선처럼 혼란스러울수록 유권자가 더 눈에 불을 켜고 투표할 만한 대상을 찾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정치인과 정당은 오직 유권자의 지지와 표로만 생명력을 부여받는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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