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응 호평때문에 고무됐다는 지적
[더팩트ㅣ외교부=박재우 기자] 외교부가 연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의 미국 FDA 승인과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타결과 관련해 일방적인 전망과 예측을 해 '설레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우리 정부가 미국 정부 인사로부터는 '김칫국을 마셨다'는 비아냥까지 들어야만 했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달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화에서 비롯했다. 두 정상은 코로나19 대응에 협력하기로 했다. 또, 청와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진단키트를 지원해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FDA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중 승인되도록 즉각 조치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30일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FDA로부터 사전승인을 받았다고 밝혔지만, 공식발표가 나오지 않았다. 또한, 이 과정에서 '사전승인'이냐 '잠정승인'이냐를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결국, 2주가 지났지만, 한국산 의료장비에 대한 미국 FDA의 공식적인 승인은 나지 않고 있다.
논란 뒤인 지난 3일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 진단키트 수출과 관련해 "미국은 가장 빨리 그리고 많이 가져가겠다는 입장"이라면서 "아직 성사된 것은 없고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두 정상의 통화는 방위비 협상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 정부 관계자는 지난 1일 언론에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통화 이후 방위비 협상도 급물살을 탔다"고 밝히면서 협상 타결이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했다. 특히, SMA 협정 유효기간이 지난해(1년)와 달리 '5년 계약'이라는 구체적 내용까지 언급됐다.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이 시작된 1일, 늦어도 2일이나 3일에는 합의 발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국내 언론 보도를 '김칫국'으로 표현했다. 그는 지난 2일 트위터에 '김칫국을 마시지 말라'는 문구가 담긴 사진을 올리며 "나는 미국 속담인 '오늘 부화하기 전 닭을 세지 말라'는 말과 '때가 될 때까지 김칫국을 마시지 말라'는 말이 같다는 것을 배웠다"고 적었다. 사실상 한국 정부 관계자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나 "상황 급변하기도 한다"면서 "예상치 못한 일이 많은 게 협상의 특징"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모든 게 합의될 때까지 합의된 것이 아니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진단키트 수출과 방위비 협상 과정에서 정부 관계자 발언이 협상 걸림돌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외교는 상대국이 있는 절차로 정보 유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즉, 우리 정부의 일방적인 발언이 상대국을 불편하게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외신들은 일제히 한국의 코로나 방역과 대응 시스템에 대해 "가장 효과적인 국가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외신들의 호평이 이어지자 외교부가 고무되면서 진단키트 '설레발' 논란을 일으켰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방위비 협상과 관련해서는 실무진이 합의안을 들고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지만, 재가를 받지 못했다는 미국 NBC 방송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실무진의 합의를 이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실무진 합의를 뒤집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