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의 맛-동작을] 판사복 벗은 이수진, '낙하산' 오명 씻고 '약진'

더불어민주당 13번째 영입 인재 이수진 전 판사가 21대 총선에서 현역 나경원 의원 대항마로 동작을에 나서 약진을 하고 있는 것으로 여론조사 결과 나타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수진 후보 캠프 제공

4.15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문재인 정부 집권 3년차 선거로 여당은 남은 임기의 안정적 운영과 차기 정권 재창출 기틀 마련을 위해, 야권은 정권 심판과 차기 정권 탈환을 목표로 한다. 후보들은 한 표를 위해 전통시장부터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향한다. 후보들이 움직이고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다. 후보와 마주한 시민은 억지웃음을 짓기도 한다. 그렇게 밀물처럼 왔다 썰물처럼 빠지기 일쑤다. 선거운동의 기본 패턴이다. <더팩트>는 총선 정국에서 각 후보들이 거쳐 간 장소를 다시 찾는 [후보의 맛]을 통해 '플레이팅(첫인상)' '레시피(정책능력, 숙련도)', '리오더(추가주문, A/S)' 등 음식 맛으로 진짜 민심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내공 있는 정치 신인" vs "전략공천 받은 초짜"

[더팩트ㅣ동작구=박숙현 기자] 21대 총선을 앞두고 서울 동작을 분위기가 요동치고 있다. 현역 의원 피로감의 약점을 비집고 정치 입문 3개월차에 접어든 '신인'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후보(50)가 신선함을 무기로 상승세를 타면서 예측불허의 혼전 양상을 보인다. 판사복을 벗은 이 후보는 예상 밖의 털털함과 친근함으로 주민들에게 한 발짝씩 다가가는 순발력으로 역시 판사 출신인 미래통합당 현역 나경원 의원을 바짝 긴장케 한다.

물론 지역구 현안을 내밀하게 모르는 정치 신인이 전략공천을 받아 낙하산으로 왔다는 부정 인식은 넘어야 할 산이다. 숨은 보수층을 움직일 부동산 재개발 이슈는 막판까지 챙겨야 할 변수로 조사됐다.

동작을은 이번 선거에서 '정치 1번지'라 불리는 종로 다음으로 정치적 상징성이 있는 곳이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자택이 있어 상도동계 정치인들의 거점이기도 하다. 위치상으로는 보수세가 강한 강남과, 진보세가 강한 관악구와 맞붙어 있다. 재개발 이슈에 민감한 보수성향 유권자들이 흑석동, 상도동에 다수 포진해 있지만, 중앙·숭실·총신대학교 등 젊은 유권자들도 많아 진보, 보수 여론이 혼재된 양상이다.

그래서인지 이곳의 역대 선거 결과는 특정 정당이나 진영에 좌우되지 않고 인물로 평가하는 성향이 강했다. 16~17대 총선에선 민주당 계열 후보가, 18~19대 총선에선 정몽준 한나라당 당시 후보가 출마해 당선됐다. 이를 이어받아 19대 재보궐에 나온 나경원 의원이 20대 총선까지 두 번 선택을 받은 곳이다. 민주당으로선 지난 12년간 전국적으로 민주당 열풍이 불 때도 깃발을 꽂지 못한 아픈 손가락이다.

민주당은 동작을을 일찌감치 전략공천지로 정하고 여러 후보를 물색했다. 고심 끝에 나 의원과 대조되는 이 후보를 택했다. 이 후보는 어려운 유년기를 보냈고, 판사 시절에는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를 만들어 활동했다. 원내대표까지 지낸 4선 중진 나 의원과 만만찮은 정치 신인의 대결로 동작을은 종로, 광진을과 함께 서울 3대 승부처로 떠올랐다. 판사 출신 여성 법조인 대결로도 눈길을 끈다.

이 후보는 지난달 10일 예비후보 등록 후 지하철역 인근과 골목 시장, 상가 등을 한 번씩 훑는 빽빽한 일정을 소화하며 인지도 높이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더팩트> 취재진은 지난달 30일과 31일 남성골목시장, 남성사계시장, 상도역, 흑석역, 흑석동 상가 등을 찾아 이 후보를 직접 만난 이들의 속마음을 들어봤다.

이 후보를 직접 만난 이들은 그가 차가워보이는 첫 인상과 달리 얘기하다 보면 친근하고 서글서글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평가했다. /이수진 후보 캠프

◆"옆집 사람처럼 친근"…낮은 인지도에 파고드는 '정권심판론'ㅣ플레이팅 ★★★★☆

이 후보가 정치 입문한 지는 석 달째다. 선거운동에 본격 나선 지는 3주 째 접어든 정치 초보다. 식당에서 매번 먹던 메뉴가 질릴 때쯤 야심 차게 내놓은 신메뉴에 눈길은 가지만 '서울대 출신·여성·판사'라는 재료가 기존과 다르지 않다. 주방장만 다르고 속 재료가 똑같은 음식이라면 '먹던 거로 주세요'라는 주문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이 후보는 여기에 '색다른 친근함'을 한 스푼 추가해 별난 맛을 내고 있다.

취재진이 만난 이들 중 이 후보에 대해 잘 안다는 사람은 드물었다. 하지만 인사를 주고받고 간담회를 통해 10분 이상 대화를 나눈 이들은 입을 모아 이 후보가 겉보기와 달랐다고 평가했다. 한마디로 '볼매'(볼수록 매력있다)라는 반응이다.

이 후보와 간담회를 가졌던 동작 푸른나무 지역아동센터 관계자 A 씨(40대·여성)는 "만나기 전에는 그분에 대해 잘 모르니 '판사인데 도도해서 우리 얘기를 잘 들을까, 인간미가 있을까' 이런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인품과 지식이 함축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공감을 너무 잘했다"고 후한 점수를 줬다.

서울한부모회, 비혼모단체 인트리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 역시 "사실 그분 이력을 보고는 좀 멀리 느껴졌는데 직접 만나니 친근했다. 그냥 우리 옆집 사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털털하고 쉽게 다가가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 단체가 있을 공간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하니 우리 사무실에도 직접 와 보고 수행원분들에게도 알아봐달라고 하더라. 우리가 말하는 부분도 많이 알고 있어 '관심이 많구나'하고 느꼈다. 다음에 또 이 후보를 만나면 좋겠다고 말한 분도 있었다"고 했다.

지난달 23일 이 후보를 만났던 장애인발달협회 동작지회 관계자 B 씨(40대·여성)도 "우리가 전국적으로 협약을 받고 있는데 이 후보 측에서 먼저 알고 요청이 와서 협약을 진행하게 됐다"며 "얘기를 나눴던 회원들은 이 후보가 적극적이고 진심이 보인다고들 했다. 나 의원에게서도 나중에 협약을 받았다"고 전했다. 간담회는 약 1시간 정도 진행됐다고 한다.

이 후보는 여러 간담회에서 꼼꼼한 메모 모습으로 호감을 얻고 있다. 남성사계시장 상인회와 간담회하는 이 후보. /이수진 후보 캠프

지난달 25일 이 후보 측 현안 조사 겸 간담회에 참석했던 남성사계시장 한 상인도 이 후보를 만난 소감으로 '편안함'을 꼽았다. 30여 분간 진행된 간담회에는 시의원, 구의원 등이 배석한 가운데 코로나 사태에 따른 마스크 수요 문제, 폐업 문제 등을 언급했다고 한다.

그는 "이 후보가 메모를 잘했고 경청도 잘 하더라. 그러면서 '제가 당선이 돼야 도와드릴 수 있지 않겠느냐'고 포부를 말했다. 판사 출신이다 보니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 같았는데 특별하게 모나지 않은 편안한 인상이었다. 나 의원은 굉장히 활발하게 선거운동을 하는 듯한데 이 후보는 차분하게 하는 것 같더라. 급한 게 없어 보였다"며 그의 차분함이 의외라는 듯 웃었다.

겉모습과 사뭇 다른 친근한 성격은 그의 어린시절 가정환경과도 관련 있어 보인다. 이 후보가 직접 밝힌 가정사에 따르면 그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보따리상을 했던 어머니의 몸이 불편해지자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사법시험이 끝날 때까지 학교 선생님들의 도움, 지자체의 장학금 지원,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며 고학을 했다고 한다. 때문에 판사가 된 이유도 "제 가족이나 친구들까지 사는 걸 보면 억울한 일을 당해도 하소연할 데가 없었다. 저런 사람들에게 힘이 되겠다며 고시 준비를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가정사를 알고 진정성을 느껴 지지한다는 이도 있었다. 상도역에서 만난 한 시민(40대·남성)은 "살아온 과정이 너무 감동스러워 신뢰가 간다. 나경원 씨는 아직 밝혀진 건 아니지만 집안 문제도 있지 않나. 이 양반(이 후보)은 그동안의 과정을 보면 고생도 많이 하고 좀 깨끗한 거 같다"고 했다.

이 후보는 차갑고 딱딱할 것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낯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선거유세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 후보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었다. /이수진 후보 유튜브 채널 화면 갈무리

이 후보는 의외의 서글서글함도 탑재했다. 유튜브 채널 '동작이수진'에서 공개한 유세 장면에서 그는 유권자를 향해 "이번에 투표하실 거죠? 눈만 봐도 저를 지지해주실지 알 것 같습니다" "너무 잘생기셨어. 연예인 같다"는 말도 서슴없이 한다. 구독자 만 명 돌파를 기념해 머리띠를 하고 캠프 사람들과 유명 아이돌 노래를 불러 영상으로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악플(악성 댓글)보다 무서운 건 무플이라는 말이 있다. 그를 스치기만 하거나 만나지 못한 주민들은 이 후보가 여전히 낯설다. 인물을 잘 모르니 정당을 보고 찍겠다는 이들이 다수 있었다. 몸으로 와닿는 경기침체에 '정권심판론'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왔다. 다년 간 유대 관계를 다져온 주민들과 나 의원의 흔적도 느껴졌다.

흑석시장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60대 여성은 "두 번인가 세 번 봤는데 미인이더라. 인상도 좋고. 의욕도 있어 보이고 열심히 할 것 같았다. 이수진 씨가 '저 아세요?'라고 인사하니까 내가 '솔직히 잘 모르지만 미인이시네요' 했더니 '악수 좀 하자'고 했다. 그래서 '이런 (거친) 손으로 무슨 악수냐'라고 했더니 '괜찮다'고 악수하고 갔다. 하지만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 좋은데 우리 구역에 있는 식구는 아니라서 좀 그렇다. 왜 매번 흑석동은 다른 곳에서 오냐 하는 게 주민들 사이에선 대체로 불만일 거다. 그래서 내 생각엔 인물로는 나 의원도 이 후보도 다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니까 흑석동 사람들은 정당을 보고 찍지 않겠나 싶다. 그런데 흑석동 자체가 '더불어'쪽이다. 보수 성향도 있지만, 여기에 주로 아래 지방(호남) 사람들이 많다. 보수가 됐던 건 정몽준이하고 나경원 때 뿐이었다. 나는 정당을 더 보든가 일하는 걸 보려고 한다"고 했다.

취재진이 만난 이들 중에는 기성 정치에 환멸을 느껴 정치 신인 이 후보를 잘 몰라도 찍겠다는 이들이 상당했다. 남성사계시장에서 상인과 주민들. /박숙현 기자

흑석시장에서 호떡을 파는 70대 여성도 "(이 후보가) 괜찮더라"면서도 "나경원도 다녀갔다. 일을 얼마나 잘할지 그런 걸 따지는 거지. 아직까지 결정 안 했다"라고 했고, 옷가게 자영업자(50대·여성) 역시 "많이 안 겪어본 분에 대해 뭐라고 할 순 없지만, 인상은 좋더라. 하지만 다들 총선에 그렇게 관심 없다. 5만원, 10만원 팔고 들어가는 정도니까 그런 거나 해결해주면 좋겠다. 주민들 편하게 살게 해주는 쪽으로 (투표)할 거다. 여당은 못하지. 죽을 지경인데"라고 덧붙였다. 흑석시장에서 과일을 파는 50대 남성은 "(이 후보에) 관심 없다. 당을 우선적으로 보는 편이다. 하여간 주변에 특별한 얘기들도 없다"고 했다.

남성사계시장 정육점에서 일하는 30대 남성은 "나 의원은 자주 오는데 이 후보는 한 번 왔다"며 "(시장) 분위기는 반반인 것 같다. 한 번밖에 못 봐서 잘 모르겠다"고 했다. 남성역 골목시장 분위기도 비슷했다. "명함을 받아서 알긴 안다. 그런데 우리가 뭘 알아야지. 처음 나오는 사람인데 어떻게 알겠어"(70대·여성), "지난번에 와서 명함 주고 인사하고 갔다. 나경원은 오래돼서 아는데 그 양반은 처음이라 잘 모르겠다"(50대·남성)고 답했다.

이 후보를 잘 몰라도 지지한다는 이들도 있었다. 상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게 작용한 듯했다.

남성역 골목 시장 떡볶이집 사장은 "이 후보가 인사 다니는 걸 보긴 봤는데 잘 모른다. 하지만 나 후보는 자녀들 비리 때문에 꺼리는 분들도 많다. 만나서 얘기해 보면 아무래도 야당 의원들이 많으면 다음 국회도 시끄러울 테니까 현역이 바뀌면 좋겠다는 말들이 있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전략공천을 받았다는 사실에 '낙하산'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도 감지됐다. 상도역에서 이 후보의 명함을 받은 20대 남성은 "여기는 나경원이 워낙 강세여서 이 후보 가망성은 크게 없을 것 같다. 이번에도 나 의원이 될 것 같다. 이 후보에 대해선 전략공천을 받았다는 얘기밖에 안 들었다"고 했다.

동작을 지역구 곳곳에서는 현역 의원 피로감으로 새 인물인 이 후보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내는 주민들이 여론조사에 나타나는 대로 상당수 있었다. 이 후보가 지하철역 앞에서 인사하는 모습. /박숙현 기자

◆교육·복지 방점...진정성 vs 능력부족ㅣ 레시피 ★★☆☆☆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온 이 후보가 집중하고 있는 정책은 교육과 복지 부문이다. 이 후보는 삶의 궤적에서 나오는 '진정성'을 담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대표 공약인 '고등학교 유치'가 상대 후보 공약과 차별성이 없고, 초선 의원이 굵직한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는 반감이 형성돼 있다.

이 후보 측은 ▲흑석동 고등학교 유치를 통한 '교육 특구 동작' 완성 ▲흑석빗물펌프장 부지 복합문화플랫폼 조성 ▲사당역 복합환승센터, 동작대로 지하화 ▲동작~강남 버스노선 신설 ▲가족지원센터 건립 ▲동작구 '4차 산업혁명 창업특구' 지정 추진 및 대학별 캠퍼스 타운 조성 ▲상업지역 확대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고등학교 유치' 공약에 대해 주민들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흑석동으로 최근에 이사 왔다고 밝힌 50대 여성은 "이 후보 공약을 꼼꼼하게 보진 않았지만, 관심을 두고 보려 한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교육특구 공약에 대해 "공감한다. 교육특구에서 핵심은 고등학교다. 전체적으로 다들 필요하다고들 보시더라"고 했다. 31일 흑석동 상가 유세 중인 이 후보를 아이들과 직접 찾아와 교육특구 공약을 지지한다고 밝힌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고등학교 유치는 '교육 자급자족 도시'를 만들겠다는 나 의원과 다를 바 없다.

이 후보가 차별성을 둔 부문은 사회적 약자의 교육과 복지 부문이다. 관련 간담회에서 그를 만난 주민들은 정책 능력치 파악이 안 되는 신인이지만 적극성과 진정성이 엿보였다고 전했다.

지역아동센터 관계자 A 씨는 "우리 센터에선 운영비에 인건비가 포함돼 있다. 또 이곳 센터에 한 부모와 조손가정, 수급자 가정만 받으라고 시에서 운영하는 키움센터와 나누는 바람에 아이들이 낙인이 찍혀 있다. 프로그램 운영비가 적으니 남들은 해외도 다녀오는데 우리 아이들은 워터파크 하루 다녀오는 게 전부다. 간담회에서 이런 내용들 건의했다"고 했다.

이어 "이 후보가 잘 받아줬다. 또 캠프 요원들을 젊은 사람들을 데려와 놀랐다. 그 자리에서 속기사들 데려와서 메모도 했다. 이 후보가 본인이 부산에서 일할 때도 지역아동센터가 어려웠는데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고 안타까워하더라. 작은 부분일 수 있지만 자기 일처럼 말했다. 내가 떡도 줬는데 '너무 가슴 아파서 못 먹겠다'고 하고, '자세하게 얘기해줘서 너무 고맙다'고도 했다"고 전했다. 간담회는 오전에 시작해 점심시간을 훌쩍 지나 약 2시간가량 진행했다고 한다.

흑석동 뉴타운 입주 지역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보유세 강화 기조와 재개발 추진 방향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한강을 찾은 이 후보. /이수진 후보 캠프

이 후보는 또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실현을 위한 정책 협약식도 가졌다. 장애아동전용 체육시설 건립과 사회적기업 내 일자리 만들기 등을 협약 사항에 넣었다. 발달장애협회 관계자 B 씨는 "이 후보가 '아직도 그런 게 없냐'하고 놀라워했다. 당연히 있어야 될 거라고 인지했던 것 같다. 또 평생센터에도 직접 들렀는데 여러 가지 열악한 환경을 보고 안타까워했다"고 전했다.

민감한 현안인 흑석동 뉴타운 추진 문제에선 평가가 엇갈렸다. 뉴타운 입주 지역에서 문재인 정부의 보유세 강화 기조와 재개발 추진 방향에 대한 볼멘소리도 적잖게 나오고 있다. 이런 이유로 야권에 유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흑석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60대 여성은 "이수진은 동네를 위해 나온 게 아니고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나온 거다. 또, 해본 사람이 마무리짓고 발전시켜야지 초짜가 뭘 알겠나. 예산도 초보는 따올 수 없다고 한다. 흑석동 재개발이 마무리 되려면 아직도 멀었다. 또 흑석동 입구에 공원을 만들어야 하는데 여당 쪽은 그곳에 청년 아파트를 짓는다고 청사진까지 다 나왔다고 하더라. 재개발을 크게 해야지 그렇게 하면 흑석동을 망가뜨리는 일이다. 주민들이 싫어하는 걸 추진하려고 한다"고 불쾌한 듯 말했다.

반면 자신을 진보 성향이라고 밝힌 흑석동 고깃집 사장 C 씨는 "예전에 높은 건물에 올라가서 흑석동을 봤을 때 네모난 집이 없었다. 구획정비가 안 돼 있다는 뜻이다. 재개발은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말이 나왔었다. 재개발도 이제 반 이상은 끝났다. 남은 곳이 3구역과 9구역 정도인데 주차공간, 용적률 같은 문제로 뒤집어졌다. 이곳 사람들이 이제 재개발로 바뀐다는 생각들은 안 할 것 같다. 재개발이 현지 주민들 내쫓는 일 아닌가. 집 한 채로 노후준비하는 분들이 외곽으로 밀려나면 뭐 먹고 살겠나"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취재진이 만난 다수의 주민들이 이 후보 공약을 잘 알고 있지 못했다. 그런데도 새로운 인물인 이 후보를 지지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기성 정치에 대한 피로감 때문이었다. 상도역에서 만난 이 후보 명함을 받아든 50대 남성은 "특별히 정치에는 관심을 안 갖고 있는데 정치인들이 너무 힘들게 해서 부정적이지만 새로 나온 분이니까 좀 잘하지 않겠나 생각해서 이수진 씨에게 좀 긍정적이다"면서 공약에 대해선 "깊이있게 살펴보지 않았다. 정치에 무관심한 편인데 지금 정치 행태를 보면 좀 새로운 사람들이 꾸려나가야 하지 않겠나 한다"고 답했다. 같은 장소에서 이 후보 명함을 거절한 50대 남성도 "명함은 코로나 때문에 안 받았다. 이 후보를 잘 모르는데 나경원보단 나을 것 같아서 지지한다"며 "공약은 안 믿는다. 하여튼 통합당보단 잘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 후보의 흑석동 상가 유세 현장에서 엄지척을 들었던 40대 부부도 "이 후보에 대해 말할 정도로는 모른다"고 했다. 이 후보가 다녀간 흑석동 사진관의 자영업자(40대·남성)는 "어떤 후보가 와도 감흥이 없다. 영업하는데 인사하러 오면 불편하기만 하다. 정책을 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언짢은 기색을 비쳤다.

이 후보는 청년과 일자리에 초점을 맞춰 창업자를 위한 공방 거리, 산학 클러스터 조성 공약 등을 내세우고 있다./이수진 후보 캠프

◆ "사법개혁 적극적으로 해달라"ㅣ 리오더 ★★★☆☆

이 후보가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강점은 누구나 바라는 '정의로움'의 맛이다. 이 후보는 19년간 판사로 지내왔다. 2009년에는 조두순 사건 때 성폭행 피해자 아동이 수사 과정에서 추가 피해를 당해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한 재판에서 피해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수사 관행도 바뀌었다.

그는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 의혹 폭로자로도 알려졌다. 이 후보 본인도 국회에 들어와 고등부장 승진제도 폐지, 법원 인사나 사법부 정책 결정에 외부 인사들이 참여토록 하는 법원조직법 강화, 1심 재판 강화, 상사법원 및 소년통합법원 설치 등 제도를 바꾸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 후보가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 피해자가 아니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오히려 양 전 대법원장과 가까운 고위 법관들과 만나 식사를 하거나 의견을 나눌정도로 가까웠다는 것이다. 이 후보 측은 여론왜곡이라며 강하게 부인했지만, 여전히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그를 지지하는 주민들은 적극적인 사법개혁을 요청했다. C 씨는 "우리나라는 법 집행하는 게 말랑말랑하다. n번방부터 그 전에 여러 문제를 보면 왜 저 사람은 구속이 안 될까 싶다. 하지만 또 이 후보 공약대로 우리나라 현실에서 잘 될까 모르겠다"고 했다. 흑석동 주민(50대·여성)도 "사법개혁을 적극적으로 해줬으면 좋겠다. 공약을 꼼꼼하게 보진 못했지만 앞으로 살펴보겠다"고 했다.

이 후보가 관심을 쏟고 있는 청년과 일자리 관련 요청도 있었다. 중앙대 근처에 위치한 청년창업지원센터에는 4개의 기업체가 입주해 있다. 센터 매니저는 "이곳이 임대료 같은 고정비가 굉장히 저렴해서 좋긴 한데 적극적인 지원은 안 되고 있다. 여기는 사업 자체를 구청에서 조그맣게 운영하고 있어서 예산도 적고 인력도 적다. 그래서 운영하는 프로그램도 부족하다. 네트워킹 데이와 멘토링 프로그램이 있는데 올해는 코로나로 이마저도 취소돼 아쉽다"고 했다.

참신함과 새바람을 앞세운 3개월 차 정치 신인 이 후보가 대중적 인지도·정치적 중량감 면에서 압도적인 '거물' 나 의원과 어떤 승부 결과를 도출해낼지, 4·15총선의 관전포인트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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