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폭발' 유세현장…몰려든 지지자들 '아이스크림·손 제정제' 선물
[더팩트|종로=문혜현 기자] "종로는 도약해야 한다. 종로는 도약할 수 있다. 종로구민과 저 이낙연이 같은 꿈을 꾸고, 같은 길을 걷는다면 종로는 반드시 도약한다."
평소 '저음 베이스'의 차분한 목소리와는 전혀 다른 우렁찬 외침이 터져나왔다. 부드러운 표정과 온화한 미소보다 강하고 의지에 찬 당당한 모습이 드러났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종로구 후보는 2일 첫 선거유세에 나서면서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오후 이 후보는 경복궁역 앞에서 첫 선거운동을 개시했다. 현장엔 유세차가 준비됐고, 격전지답게 수십 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이 후보의 등장으로 조용했던 거리는 순식간에 많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 취재진, 캠프 관계자 외에도 길을 지나던 많은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이 후보의 연설을 경청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손 세정제와 아이스크림을 쥐어 주며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유권자들과 인사하며 유세차에 오른 이 후보는 이날 무려 30분 간 연설하며 종로와의 인연, 교육 문제, 코로나19 사태 대응에 대한 정부여당의 노력을 강조했다.
◆ 이 후보에게 종로란? "청춘 지나 지혜 쌓은 곳"
이 후보는 "제가 이 자리에 서게 될 것이라고는 얼마 전까지도 상상하지 못했다. 바로 이곳(종로)은 저의 까마득한 청춘과 그리고 바로 엊그제까지 제가 일했던 총리실이 있는 곳"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 후보는 대학시절 효자동에 거주하며 가정교사로 일했던 경험, 지난 2017년 국무총리로 부임해 정부종합청사에서 일한 내용을 언급하면서 "저의 어른으로서의 생활의 시작과 현재까지의 끝이 적선동에서 있었다"며 "저의 남루했던 청춘의 꿈과 아픔, 총리로 일하며 쌓은 경험과 지혜 그 모든 것을 종로에 쏟아붓게 된 것을 무척 행복하게 생각한다. 그런 기회를 종로구민들께서 저에게 주시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지자들은 연신 이 후보의 이름을 외치며 환호했다. 길 건너편에서도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 후보는 한층 더 여유있는 모습으로 포부를 밝혔다.
그는 "종로구는 많은 가능성과 과제를 안고 있다. 종로는 상당한 기간 동안 대한민국의 모든 것이었다. 조선 500년은 물론이거니와 해방 후 50년 간 종로는 대한민국 그 자체였다"며 "대한민국의 정치가, 경제가, 교육과 문화가 바로 종로에 있었다. 그러나 지금, 경제는 다른 지역으로 많이 분산됐고 교육은 그것이 올바른 방향이던 그렇지 않던 특히 입시를 중심으로 강남에 많은 부분을 양보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종로에 남은 것은 분산된 정치와 그리고 약간의 쇠락 기미를 보이는 문화다. 이것을 되살려내는 것, 그리하여 종로의 최대화를 이뤄내는 것, 그것이 제가 여기에 온 이유"라고 외쳤다.
이 후보는 "저는 종로의 정치를 되살려내고 종로가 대한민국 경제의 모든 것은 못하더라도 가장 의미있는 지도 역할을 하게 하고, 가장 새로운 교육을 싹틔워가고 문화를 되살려내는 것, 이게 저의 마지막이다. 그 일을 하고 싶어서 종로구민들 앞에 감히 섰다"고 호소했다.
그는 종로구 광화문을 영국 정치의 거리 '킹스로드', 돈화문로를 왕비의 길, 문화의 공간인 '퀸즈로드'에 비유하며 "광화문이 정치의 공간으로 바로서게 하는 것, 과거 조선시대부터 내려왔던 궁중의 문화가 백성에게 스며드는 돈화문로가 다시 그런 기능을 하게 하는 것, 이것이 종로를 종로답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 후보는 돈화문로 박물관 및 세종대왕 탄생기념관 유치를 주장하면서 "우리 역사 5천년의 가장 위대한 지도자가 세종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이 못난 후손은 세종이 태어난 곳을 잊고 있다. 세종 탄신 기념관에서 후손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정치를 어떻게 이루고 있는지 배우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연설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돈화문로에 대한 공약을 발표하던 중 한 시민이 난입해 "문재인 때문에 죽고싶다!"고 외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평정심을 잃지 않고 "예 감사합니다"라며 시민의 이야기를 들으려 했다. 세 차례 같은 구호를 외치던 시민은 이내 자리를 떴다. 곁에 있던 일부 지지자는 "여기서 왜 문재인 대통령이 나오냐"며 매서운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 "종로구를 전인적 창의교육의 장으로"…야심찬 '교육공약'
이 후보는 이날 종로구의 중요한 현안인 '대신 중고교 이전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제가 사는 돈화문을 비롯해서 다른 주민들께선 교육에 대해 고민이 있다. 첫째, 대신 중고등학교가 옮겨가지 말고 그대로 있어달라는 거다. 오늘 여러분께 확실한 답을 드리겠다"며 "대신 중고등학교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거다. 여기에 그 서류가 있다"며 문서 한 꾸러미를 펼쳐들었다.
이어 "대신 중고등학교를 만약 동작구 흑석동으로 이전하려한다면 서울시교육청의 이전 승인과 서울시의 중고등학교 부지 매입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제가 보고 받은 서류에 따르면 서울시 교육청은 이전 승인 계획을 갖고 있지 않고, 서울시는 현재의 대신고등학교 부지를 매입할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그리고 동작구청은 대신 중고등학교가 원하는 부지를 용역에 맡기려고 했는데, 용역 업체가 정해지지 않았다. 그래서 대신중고등학교는 이대로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여러분께 보고 말씀 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이날 이 후보는 독립문 초등학교에 대한 △스쿨버스 제공 △계단 및 울타리 정비 △도서관·실내체육관 정비와 덕수초등학교 학군 문제 해결 등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종로의 교육을 위해 우리가 해야할 큰 일이 있다. 종로가 강남 같은 학교를 갖긴 어렵다. 오히려 종로는 종로다운 학교를 가져야 한다"며 "제가 제안드리는 것은 종로에 밀집돼 있는 박물관과 고궁, 갤러리, 현대와 같은 기업과 성균관대학교, 상명대학교 등이 초등학교 교육을 분담해서 확장된 교실로 기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그부분을 협조해주면 예산을 동원해서라도 종로의 초중고등학생들의 전인적인 창의교육에 도움을 주는 대학, 기업, 고궁과 박물관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맹자의 어머니는 아들을 위해 세 번 이사했다. 맹자 어머니가 학교 내부시설을 보고 이사한 건 아니다. 학교 주변을 보고 이사를 세 번 했다. 학교 주변으로는 종로를 능가하는 곳이 없다. 전인적인 창의교육을 강화하는 압도적인 교육 현장을 만들겠다는 이런 꿈을 종로구민들이 저 이낙연과 함께 해가시길 간청드린다"고 외쳤다.
◆ '총리' 출신 이낙연 "코로나19 치료제, 국내 기업이 상용화할 것"
현정부 초대 총리로 산불·지진 등 재난 현장 최전선에서 직접 활동해온 이 후보는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노력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면서도 '치료제 개발'등 새로운 소식을 알렸다. 그는 "지금 우리는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위기 앞에 섰다. 이 코로나는 전염병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외출을 못하게 하고, 경제와 자유를 위축시켜 어렵게 하고 있다. 우리는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승리할 것이라고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이날 이 후보는 녹십자의 치료제 개발 및 상용화 계획을 설명했다. 그는 "저는 어제 GC 녹십자를 방문해 허은철 사장을 만났다. 허 사장이 말하길 코로나19 치료제가 올해 하반기 안에 상용화돼 일상적으로 쓰일 것 같다(고 했다)"며 "우리 대한민국의 기업이 세계 180개국이 앓고 있는 치료제를 가장 먼저 개발하고 올해 하반기 안에 상용화해서 인류사에 획기적인 역사를 쓰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러니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영업자 생존을 위한 알바 노조의 '과식투쟁', 손님들이 건넨 동전을 모은 돼지저금통을 기부하기 위해 불황에도 문을 여는 포장마차들의 이야기를 풀어놨다.
이를 두고 이 후보는 "이것이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위해 내가 가진 것을 내놓는다. 그런 위대한 심성을 가진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며 "대한민국이 이런 국민을 모시고 있는 한 우리는 코로나19 전쟁에서 반드시 이길 수밖에 없다는 확신을 갖고 말씀드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이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때로는 못난 짓도 많이 했다. 그 점 늘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지금 코로나 위기 앞에서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 몸부림을 치고 있다는 것 그것만은 말하고 싶다"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혹시 모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위기를 막기 위해 추경을 포함한 32조원 100조원, 긴급재난지원금이 집행되기로 했다"며 희망의 메시지를 거듭 전했다.
그는 "돈이 필요할 때는 돈을 쓰고, 지혜가 필요할 때는 지혜를 짜고, 결단을 위해선 결단해야 한다. 그래서 이 고통의 계속을 지나기 위해 저 이낙연부터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을 국민들께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긴 호소가 끝난 뒤에 이 후보는 "오늘 첫 연설이라 제 밑천을 모두 털어놔버렸다"며 "또, 너무 적게 말하면 기자분들이 놔주지 않을 것 같았다"며 웃었다.
이후 이 후보는 길 건너 지지자들과 만나 인사를 나눴다. 경복궁 인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한복을 입은 관광객들과 사진을 찍기도 했다. 한 여성과 나란히 사진을 찍은 이 후보는 전에 선물받은 손 세정제를 직접 뿌려주기도 했다.
이 후보의 첫 번째 선거운동은 성황리에 끝났다. 선거 유세차에 오른 그는 손을 흔들며 유유히 현장을 떠났다. 앞으로 13일, 남은 시간 동안 '정치 1번지' 종로에서 이 후보는 상임선대위원장직과 후보 역할을 동시에 해낼 예정이다. 상대편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와의 본격 빅매치 막이 오른 가운데 종로 13만 유권자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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