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비례대표 2번'에 무슨 일이…구설수 오른 '올드보이들'

정치권 중진 인사들이 잇따라 비례대표 후보 2번에 이름을 올리면서 비례대표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왼쪽부터 손학규 민생당 상임선대위원장, 홍문종 친박신당 대표, 서청원 우리공화당 의원. /더팩트 DB

"명분·취지 모두 상실"…'비난 의식' 손학규는 비례 14번으로 번복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각당의 비례대표 후보 '2번'에 오른 중진 정치인들을 두고 거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공화당엔 8선 국회의원인 서청원 의원, 친박신당엔 4선 홍문종 의원이 배치됐다. 민생당에선 손학규 민생당 상임선대위원장이 이름을 올렸다가 하루만에 번복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들은 모두 중진 정치인으로, 각 분야 전문가와 소수 집단의 의회 참여를 위해 도입한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전면으로 부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연동형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서 각 정당들은 3% 이상의 지지율을 차지하면 원내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때문에 각당의 비례대표 명단엔 높은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홍 의원과 서 의원, 손 위원장이 여성 몫을 제외한 사실상 첫 순번에 이름을 올리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경기 의정부을에 지역구를 둔 홍 의원은 당초 의정부갑 출마를 고심중이었지만 친박신당 창당을 주도했다는 공로 등으로 상위권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20대 총선 경기 화성시갑에서 8선을 달성한 서 의원은 지난 1981년 정계에 입문했다. 국회 역사상 최다선 의원인 서 의원은 '친박 원로'에 속한다. 탄핵 정국 당시 책임을 지고 무소속으로 남았다가 최근 우리공화당에 합류했다.

전문가는 중진 정치인이 비례대표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전문가와 소수집단 등의 의회 참여를 높이기 위한 제도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모습. /남윤호 기자

손 위원장도 4선 국회의원을 역임한 정치 원로다. 바른미래당 대표를 지냈고, 민생당으로 통합한 후에는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총선을 주도하고 있다. 민생당은 비난 여론을 의식해 지난 27일 공관위원장을 전격 사보임하며 손 위원장의 비례순번을 2번에서 14번으로 하향 조정했다. 그 자리엔 이내훈 전 바른미래당 상근부대변인이 배치됐다.

비례대표 제도는 입법부의 대표성을 강화하고자 상대적으로 지역구에서 당선되기 쉽지 않은 인사들의 의회 참여율을 돕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실제 미래한국당 기호 2번인 윤창현 전 한국금융위원장과 더불어시민당의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경제 전문가다. 열린민주당의 최강욱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검찰개혁 전문가, 정의당의 장혜영 청년선대본부장은 청년 몫으로 명단에 올랐다.

때문에 정치 원로들의 비례대표 명단 포함을 향한 비판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현출 건국대 교수는 "비례대표 제도가 구 정치인, 올드보이 구제를 위해 사용되는 건 옳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지역구 의원은 제너럴리스트(generalist, 모든 분야에 대하여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라고 볼 수 있다. 제너럴리스트로만 의회를 충원하기엔 흠결이 생길 수 있으니 그것을 보완하는 취지로 전문가들이 각 당의 정책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지역구 공천 탈락자나 구 정치인 구제를 위해 제도를 이용하는 건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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