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국내 입지 좁아저 '외교'로 돌파 시도"
[더팩트ㅣ외교부=박재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돼 미국에서도 22일(현지시간) 기준 확진자가 3만 명을 웃돌고 있다. 이런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역협력'과 관련해 북한에 손을 내밀면서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22일 조선중앙통신 담화를 통해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친서를 받았다면서 "코로나19 방역에서 북측과 협조할 의향도 표시했다"고 밝혔다.
현재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북한과 이란같은 폐쇄적인 국가에서의 방역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를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기자회견에서 "만약 그들이 도움이 필요하다면 우리는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 내 코로나19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북한·이란' 카드를 꺼낸 것이 단순히 취약지역의 방역협력을 위해서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내 입지가 약해지자 외교정책으로 이를 돌파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해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코로나19 발생 당시 초기 미온적인 대처와 태도로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최대 업적으로 자랑했던 주식시장 활황 등 '경제 성과'가 코로나19로 인해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는 "코로나19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를 삼켜버렸다"고 진단했다.
NBC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11일~13일 (현지시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여론조사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52%, 트럼프 대통령이 43%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 이후 재선에 도전하는 대통령 중 가장 낮은 지지율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지지부진한 국내 상황 때문에 외교 카드를 통해 이 국면을 돌파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 국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아울러, 또 하나의 성과인 북한과의 관계에서 핵개발·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 '돌발 변수'를 조기에 차단하려는 것이란 목소리도 나왔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두가지로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의도를 분석했다. 그는 "첫 번째는 북한이 3월 들어 계속 미사일 발사를 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이 부분이 신경 쓰일 것. 그래서 대선까지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지 못하도록 관리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또 하나는 미국 내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 리더십에 대한 비판이 목소리가 크다"면서 "북한뿐 아니라 이란에 대해서 방역협력 얘기를 꺼내면서 국제적인 리더쉽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대 한신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도 마찬가지로 "코로나 때문에 트럼프가 궁지로 몰리고 있는 형국"이라며 "국내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외교적으로 나선 것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북한의 발사체가 민주당으로 하여금 공격의 빌미가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암묵적으로 북한에게 자제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를 통해 북미관계로 코로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 것"이라면서 "부동산업자로 성공한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상 투기에 능하다. '투기성 돌파전략'으로 보여진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