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을' 컷오프 후 무소속 출마..."수도권 최초 무소속 당선 기적 만들겠다"
[더팩트ㅣ동대문=이철영·박숙현 기자] "저는 쏠림 현상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봐요. 팔씨름할 때 넘어가는 순간, 줄다리기할 때 무너지는 순간이 있는데 그게 앞으로 일주일 안에 올 거라고 봅니다."
3선 민병두 의원이 수십 년 동안 몸담았던 더불어민주당을 탈당, 홀로서기에 나서며 동대문을 선거를 이같이 전망했다. 주민들 민심이 본인에게 곧 쏠릴 것으로 해석하며 전의를 다지고 있다. <더팩트> 취재진과 마주한 19일 그는 정들었던 민주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차마 탈당계를 직접 작성할 수 없어 한동안 망설였다고 했다. 민 의원은 "마음이 뭐... 입던 옷을 벗고 낯선 옷을 입으려니 회한도 있고…"라며 "의석을 뺏기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 광야에 나왔다"고 복잡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의 눈도 촉촉해졌다.
동대문을 선거구는 전통적으로 보수 무풍지대였다. 민 의원이 19대 총선에서 거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대표를 물리치는 이변을 일으키며 34년 만에 민주당 깃발을 꽂은 곳이다. 20대 총선에서도 지역민들은 민 의원을 선택했다. 그러나 이번 21대 총선 당내 경선에서 젠더 이슈가 불거졌고, 그의 과거 의혹이 소환됐다. 결과는 컷오프였다. 재심 신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는 결국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기마병에서 보병으로, 항공모함에서 내려 쪽배를 탄 심정"이라고 무소속 출마를 표현한 민 의원을 19일 오후 지역 사무소에서 만났다. 민주당 탈당과 무소속 출마 이유, 그리고 선거 전망 등을 물었다.
가장 큰 관심사는 무소속 민 의원의 총선 완주 여부다. 민주당은 민 의원 대신 동대문을을 청년우선전략지역으로 지정하고 경선한 결과 장경태 민주당 청년위원장이 승리했다. 민 의원이 끝까지 완주하면 민주당 장 후보와 이혜훈 미래통합당 의원까지 3자 구도다.
일단 민 의원은 끝까지 완주할 계획이라고 거듭 밝혔다. 그는 "1등으로 완주하겠다"라고 자신 있게 답했다. 이어 "1위가 목표다. 1위를 위해 최대한 뛰고 열심히 할 거다. 저는 탈당했지만, 이 역시 또 다른 민병두 식의 선당후사"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19일 탈당하며 무소속 선거 준비도 착착 진행 중이다. 무소속 출마자들은 20일~21일간 지역 유권자 300인 이상 500인 이내 추천을 받아 후보등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가 완주를 자신하는 배경에는 선거 판세가 양자 구도로 재편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다. 민 의원은 "지난 일요일(15일)에 주민추천 후보 출마선언을 한 후 동네를 다 다녀봤는데 열에 일곱 분은 '잘했다, 이길 수 있다. 무소속으로 이긴다'라고 말하고, 열에 서너 분은 '표가 갈릴 텐데 걱정된다'고 한다. 저는 쏠림현상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보는 거다. 팔씨름할 때 넘어가는 순간, 줄다리기 할 때 무너지는 순간이 있는데 그게 앞으로 일주일 안에 올 거라고 본다"라고 자신했다.
민 의원이 무소속 출마 과정에서 내건 명분은 민주당 청년 후보의 경쟁력이다. 그는 "만약 경쟁력 있는 후보가 온다면 제가 섭섭하더라도 주민들에게 지역 발전을 위해 더 좋은 사람을 모시고 왔으니 애정을 이분에게도 쏟아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청년 후보 경쟁력에 대한 의문들이 주민들 사이에 많이 있다"고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그는 청년 후보 경쟁력에 대해 직접 평가를 해달라고 하자 "청년들이 도전하는 마당에 청년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자꾸 말하기엔 난처하다"며 "내가 어떻게 얘기하든 청년 후보에 대한 사람들 판단은 이미 서 있다"고 에둘러 말했다. 특히 만나는 주민들에겐 "내 나이가 어때서(공천 배제)"라는 말이 설득력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민주당 청년 후보 측은 반발하고 있다. 장 위원장은 지난 15일 "국민적 지지와 응원이 커가는 상황에 찬물을 끼얹으면서까지 개인적 욕심을 채우려는 행동에는 동대문 주민께서도, 당원께서도 외면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 의원은 단일화도 없을 것이라며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였다. '청년 후보 측으로부터 단일화 관련 연락은 없었나'는 물음에 민 의원은 "그런 건 없었다"며 "저는 사람 간의 신의, 약속, 예우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알 듯 모를 듯한 말을 남겼다.
그의 무소속 출마로 민주당 지지자들 표심 분열 우려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선거는 지역 단위로 하는 것이기에 지역 사정에 따라 민주당 지지자들이 현명하게 판단할 거로 보인다"라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당에서는 최근 이해찬 대표가 당을 탈당 후 무소속 출마할 경우 '영구 제명'한다는 카드를 내걸며 무소속으로 당선되더라도 복당은 절대 안 된다며 제동을 걸었지만, 민 의원은 개의치 않아 보였다. 그는 "그건 아무도 믿지 않아요"하고 웃었다. 이어 "국회의장 선거 때, 상임위 배정할 때 의석 하나가 중요하다. 또 2년 뒤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는데 의석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가. 그건(영구 제명) 그냥 마음이 급해서 한 얘기 정도로 이해한다. 주민들도 별로 괘념치 않아 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단일화 없이 1등 완주를 자신하지만, 그에게도 지역 청년층은 약점이다. 민 의원은 "50대 이상은 (제게) 표를 줘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20대 30대는 만나기 힘들다. 그 사람들은 사실 정당 투표로 갈 가능성이 있어 그분들 판단이 제일 어렵다고 본다"고 판단했다.
민 의원은 17대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 총선전략기획단장을 맡아 압승을 이끌면서 민주당 '전략통'으로도 불린다. 그런 그가 이번 민주당 공천에 대해선 C 학점을 줬다. 그는 "민주당은 구조적으로 C 학점 이상 받을 수 없다. 시스템 공천이 구조적으로 전략적 패를 사용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며 "전체 구도나 판, 프레임을 어떻게 짤 것인가 하는 고민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구색 맞추기로 사람을 채우면 상대방 패에 말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미래통합당 공천에 대해선 "선거 콘셉트가 없다. 경제 선거로 치르겠다면 새로운 경제라인을 심어서 선거판이 완전히 경제구조로 가겠다고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다"며 D 학점을 줬다. 민주당이 30여 명의 중진에게 단수 공천을 단행한 데 대해서도 "그만큼 지난 4년간 통합당 지역 내 조직력이 초토화됐다는 것이고, 수도권에서 민주당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춰 틈이 없었던 것"이라며 보수진영 경쟁력 약세를 강조했다.
이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한다고 그는 내다봤다. 그는 "중도층 이탈이나 정권 심판론이 치고 올라오는 분위기라 민주당이 어렵지 않겠나고 하는데 제가 볼 땐 민주당 지지자들 결집도가 굉장히 강하고 통합당이 원체 못하고 있기 때문에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그렇다고 그렇게 승리해선 안 된다. 정말 국민에게 민주당이 새로 태어났다, 변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과정이 있어야 승리하더라도 의미 있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민주당과 본인의 승리를 기반으로 8년간 다져온 동대문 발전의 꿈을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는 장안동이 동대문을 중심이었는데 청량리 역세권 중심으로 개발 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장안동 분들이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동부간선도로 지하화가 궤도에 오르기 시작하니 장안동도 새롭게 조명받을 거로 생각한다. 또, 동대문을 하면 과거에는 588(집창촌)과 마사지 촌이었는데 588은 60층 이상 빌딩 5개가 들어서는 랜드마크가 되고, 청량리역 부근엔 조만간 청년벤처타운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상대인 이혜훈 의원 평가에는 "좋은 정책 갖고 지역을 위해서 기여하고 좋은 상상력 불어넣어 주길 바란다"고 짧게 답하며 집권 여당 후보 경력이 있는 자신이 이 의원보다 동대문을 발전의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한 예로 자신과 서울시가 2300여억 원을 투입해 대형 도서관 건립을 추진하려는 동대문 전농7구역 부지에 이 의원이 고등학교 설립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며 "현재 출산율을 볼 때 20년 이내에 초중고가 서울에서 절반이 사라진다. 그곳에 학교를 짓겠다고 하면 지난 12년의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그는 "나는 일시적으로 당을 떠났지만, 대통령 대선 총괄특보단장과 대통령이 당 대표하던 시절 연구원장을 했다. 또 박원순 서울시장과는 고등학교 선후배로 특별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이 일을 마무리하는 데 적격"이라며 "이 의원이 당선된다면 그 순간부터 동대문 발전은 궤도 이탈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34년 만에 민주당 계열로서 동대문을에 입성하는 기적을 만들었던 것처럼 이번 총선에서도 두 번째 기적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당선) 된다면 사실상 수도권에서 최초 무소속 당선이 될 것 같은데 그런 기적을 만들고 싶다. 개인적으로 19대 총선에 이어 두 번째 기적을 만들겠다. 저는 동대문 사람들과 지난 십여 년간 희로애락을 같이 해왔다. 주민 여러분만 믿고 가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 민병두 무소속 서울 동대문을 예비후보는 누구? 문화일보 기자 출신으로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19대 때 5선을 노리던 홍준표 전 대표를 꺾고 재선에 성공, 20대 국회서 3선으로 중진 반열에 올랐다.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 민주정책연구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 2018년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 당내 경선에 나섰다가 '미투 의혹'으로 의원직 사퇴까지 선언했으나 당의 만류로 두 달여 만에 번복했다. 이번 21대 총선에서도 관련 의혹이 재소환되며 '컷오프'되자 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