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동대문을' 새 출발 이혜훈 "역시 정치는 생물"

서울 서초갑에서 3선을 한 이혜훈 미래통합당 의원이 당 공천관리위원회 요청으로 험지 동대문을로 지역구를 옮겨 21대 총선에 출마한다. 18일 지역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 의원./동대문=이효균 기자

3선 서초갑에서 '험지 도전' 변신...12년 지역개발 노하우 '동대문을'에 올인

[더팩트ㅣ동대문=이철영·허주열 기자] "동대문을이 사지(死地)라 생각하고 왔는데, 와보니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다. 또, 주민들께서 환영해 주시는 모습에서 동대문을이 사람 냄새 나는 따뜻한 곳이라는 것으로 느끼고 있다."

서울 서초갑에서 3선 한 이혜훈 미래통합당 의원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당 공천관리위원회의 '험지 출마' 요구를 받아들여 동대문을로 지역구를 옮긴 이 의원은 지난 16일 민영삼 사회통합전략연구원장과의 경선에서 승리해 동대문을 통합당 후보로 출마하게 됐다.

동대문을은 이 의원이 정치에 입문하기 전 유일한 한국 직장이었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있던 곳이다. 과거 보수세가 강했던 이 지역은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20대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진보 우세로 판도가 바뀐 곳으로 보수 처지에선 '서울 험지'로 꼽힌다.

당의 요청으로 보수의 '양지'(서초갑)에서 험지로 갑자기 옮기게 된 이 의원을 18일 지역 사무실에서 만났다. 지역구 변경에 대한 소회와 새로운 도전에 나서면서 그리는 계획을 물었다.

"동대문을은 20대 총선에서 20% 차이로 보수가 패배한 곳이다. 처음엔 '죽으러 가라는 것인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당선이 좀 수월했던 곳에서 혜택을 받았으니 이번엔 어려운 곳에 가서 혜택받은 것을 갚으라는 게 일리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 이번 4·15 총선은 문재인 정권 폭주를 견제하기 위해 (중도·보수가) 모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해 받아들였다."

이 의원은 지역구를 동대문을로 옮기게 된 심경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선거를 한 달 반가량 앞둔 시점에 갑작스러운 험지 출마 제안을 받았지만, 그마저도 공천이 보장된 게 아니었다. 민 원장과의 경선이 펼쳐졌고, 이 의원은 새로운 지역에서 65.2%의 지지율로 경선에서 승리했다.

"처음엔 동대문을은 저에게 불가능한 곳이라 생각했다. 2002년 KDI를 떠나 정치에 입문한 뒤 18년 만에 이곳으로 돌아왔는데, 답십리 쪽은 뉴타운이 많이 생겨 바뀌었지만, 장안동 쪽은 그대로였다. 그래서 제가 할 일이 많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기간 열심히 했고, 경선을 통과했다. 역시 정치는 생물인 것 같다."

이혜훈 의원은 지난 18일 지역 사무실에서 진행한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12년간 서초갑에서 쌓은 재개발·재건축 노하우를 동대문을에 쏟아붓겠다고 말했다. /이효균 기자

이 의원은 서초갑에서 3선을 하는 동안 지역에서 63개 단지를 재건축·재개발했다. 이 중 26개가 완공됐고, 13개가 안착해 급한 불을 껐다. 개발에 대한 니즈(수요)가 있는 동대문을에 12년간 서초갑에서 쌓은 이 의원의 재개발·재건축 노하우는 강점으로 꼽힌다.

그는 "재개발은 49단계의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단계마다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 있다. 단지별 특수사정, 주택보증공사·감정원·서울시·국토부 등의 제각각 입장과 논리 등으로 인해 하나를 해결하면 다른 문제가 또 생기고 한다"며 "제가 가진 노하우와 경험을 동대문을에 쏟아붓겠다"고 다짐했다.

부동산 개발과 함께 이 의원이 지역의 최대 현안으로 꼽는 것은 교육과 교통 문제다. 고등학교는 남고와 여고가 각각 하나뿐이고, 거주지와 지하철역이 걷기는 애매할 정도로 떨어진 곳이 많아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역으로 이동하는 주민이 많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특성화고는 있지만, 일반주민들은 일반고가 늘어나길 원한다. 교육청 논리는 고령화로 학생 수가 줄어 일반고 신설은 안 된다는 것인데, 잠원동도 논리가 똑같았다. 그래서 저는 전국의 고령화 추세와 지역별 차이, 학년기 아동 증가 등의 데이터를 들고 가 교육청을 끈질기게 설득했고, 지난해 11월 학교 이전이 확정됐다(청담고 압구정동→잠원동 이전)"고 설명했다.

이어 "동대문을에선 여러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전 외에 신설, 중학교 2개가 나란히 있는 곳을 한 곳으로 몰고 한 곳을 고등학교 부지로 하는 방안, 기존에 있는 남고와 여고를 모두 남녀공학으로 변경해 증원하는 방안 등을 고심 중"이라며 "우리 아이들의 통학 거리가 짧아지게 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교통과 관련해선 경전철 면목선사업과 청량리를 지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C 노선의 착공을 빨리 들어가게 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이혜훈 의원은 18일 인터뷰에서 지역에서 주민들을 만나면 문재인 정권이 잘 못 한다는 생각을 보수뿐 아니라 일반 국민도 많이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이효균 기자

전국적인 이슈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이 의원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인터뷰 전에 답십리 현대시장에 다녀왔는데, 태반이 문을 열지 않았다. 문을 연 곳도 손님은 저와 직원밖에 없었다. 사장님들이 그냥 멍하니 앉아만 있다, 제가 가서 말을 건네니 ‘이래서 어떻게 살라는 건가, 추경을 한다는데 우리에게는 곁불도 안 온다’고 하소연한다"고 했다.

필요한 사람에게 적시에 내려가지 않는 추경을 당장 숨이 턱 막힌 분들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추경을 사용해야 한다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그는 "보일러가 고장이 나 윗목으로 불이 안 가면 그걸 고치고 불을 때야 효과가 있다. 일부 지자체장들이 '재난소득' 이야기를 하는데, 이는 나중에 국민 세금으로 메우는 것을 생색내게 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이라며 "재난소득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지금은 추경 등으로 정부에서 내려가는 돈을 빨리 심사해서 다급한 분들에게 빠른 시일 내 필요한 자금을 대출해주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 의원은 통합당과 자매(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후보 공천 갈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지역에서 주민들을 만나면 문재인 정권이 잘 못 한다는 생각을 보수뿐 아니라 일반 국민도 많이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며 "폭주하는 정권을 세울 기회가 왔는데, 통합당이 자꾸 실축한다는 이야기를 하신다. 많은 분이 (보수끼리) 싸우지 말라고 하는데, 현실은 다르게 비치고 있어 유감"이라고 했다.

동대문을은 민주당 공천 심사에서 컷오프(공천 배제)된 민 의원이 탈당·무소속 출마를 예고해 현역 의원이 정당의 간판을 달고 출마할 수 없는 지역이다. 민주당은 김현지 전 청년정책연구소 부소장과 장경태 청년위원회 위원장을 경선에 붙여 최종 후보를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민 의원이 끝까지 완주하면 진보 측 후보 2명과 이 의원 간 3자 구도로 선거가 치러진다.

이 의원은 "민 의원이 선거 중간에 민주당 청년 후보 지지를 선언하면서 입장을 바꾸면 진보 측에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고, 선거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라며 "지금 저는 그런 걱정을 할 새가 없다. 지역을, 정치를 어떻게 바꿔나갈지 꾸준히 주민께 알리면서 선거를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 이혜훈 미래통합당 서울 동대문을 예비후보는 누구?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UCLA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랜드연구소 연구위원,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으로 재직하다 정치권에 입문했다. 서울 서초갑에서 17·18·20대 국회의원,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새누리당·바른정당 최고위원,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21대 총선을 앞두고 당 공관위의 요구로 동대문을로 지역구를 옮겨 출마할 예정이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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