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에 마음의 빚 없다" 文 대통령과 입장 차
[더팩트ㅣ중구=박숙현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최근 정치권의 극한 대립과 관련해 "진영의 포로가 되지 않기를 늘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진영대결 의존성이 강하다는 지적에 차기 대권주자로서 포용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 위원장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진영 정치가 불가피한가'라는 물음에 "진영 정치는 우리 정치의 크나큰 과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부는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이후 구성됐지만, 20대 국회는 그 이전에 구성된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설명하며 "그런 점에서 극한대결이나 서로 용해되지 못하는 요인이 다른 국회보다 훨씬 더 뿌리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1대 국회는 어느 정도 정리된 채 출발하면 좋겠다"라며 유승민 의원의 말을 인용해 "탄핵의 강을 건넌다면 지금 같은 극한 대립은 다소 완화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진영의 벽, 뛰어넘을 수 있어야
특히 '정치권의 진영갈등이 사회로 번지고, 문 정부가 이에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 위원장은 "저도 그 점에 몹시 위기감을 갖고 바라보고 있다"며 "이를 가운데 쪽으로 수렴해가는 힘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러자면 포용력 있고 극단적이지 않은 지도자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한다. 그래야 수렴의 영향력이 생기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차기 대선주자로서 문 정부보다 중용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메시지를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스스로 대선주자로서 진영 틀에서 벗어난 대선주자가 될지 선언해달라'고 하자 "대선주자라는 질문은 빼고 말씀드리겠다"며 "저 자신이 진영의 포로가 되지 않기를 늘 바라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면 진영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한다 생각한다. 일상에서도 소통과 상호 이해를 축적해가야 결정적인 순간에 그런 힘 발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연이은 대선 출마 여부 관심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책임이 맡겨진다면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한, 이 위원장은 지난해 진영 대결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던 '조국 사태'와 관련해 "우리 사회 또는 공정을 지향하는 시민들께 많은 상처를 줬고 당에도 많은 과제를 준 일이었다"고 답했다.
특히 그는 문 대통령이 조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마음이 빚이 있다'고 한 것과 관련해 "저는 그런 마음 상태는 없다"고도 했다.
이어 조 전 장관 수사로 검찰과 청와대가 충돌한 데 대해선 "양쪽의 문제가 동시에 제기됐다"며 "불공정을 바로잡는 검찰권의 행사가 보호돼야 하고, 검찰권 행사 자체가 공정한가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개혁 요구도 더 분출하고, 동시에 검찰권이 엄정하게 행사돼야 한다는 요구도 있는데 두 개 요구를 모두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또 "조 전 장관과 그 가족이 인간으로서 겪는 고초는 저도 가슴 아프다"면서 "그러나 (조국 사태로) 이 나라의 제도, 우리 사회가 안게 된 과제도 엄연히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면을 균형 있게 보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비례위성정당 협상 전면 나선 양정철 겨냥?…"민망하다"
이 위원장은 민주당이 비례대표용 연합정당 논의 과정에서 진보진영 원로들이 주축이 된 '정치개혁연합'을 배제하고 친문 성향의 플랫폼 정당 '시민을위하여'를 택해 '더불어시민당'을 출범한 것을 부정 평가했다.
그는 비례연합정당 논의를 주도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을 겨냥한 듯 "(비례 정당 관련)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 특히 협상 전면에 나서고 있는 분들 사이에 오가는 응수를 보면 민망하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또 "민주당을 오랫동안 도와준 시민사회 원로들에게 서운함을 안겨 드리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비례정당을 둘러싼 진보진영 갈등이 해결되길 기대했다.
그러면서도 정치개혁연합 측에도 이해를 당부했다. 이 위원장은 "정치개혁연대와 저희 당이 수십 년간을 함께 해온 사이인데 어제 오늘 벌어지는 일은 저로서도 몹시 아쉽다"면서도 "화나거나 비판하고싶은 마음이 있을 텐데 그것을 꼭 기자들 앞에서 하는지에 대해선 의문을 가지게 된다"고 했다.
민주당이 기존 비례연합정당 추진 취지와 달리 사실상 비례민주당이 구성됐다는 지적에는 "(소수 정당을) 배제한 적 없고, 참여의 문은 지금도 열려 있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그는 본인이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검토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했다가 최근 입장을 바꿨다는 비판에는 "민주당 주도의 창당 가능성에 대한 생각이었던 걸로 기억한다"면서도 "그렇다고 제 태도가 일관됐다고 주장은 하지 않겠다. 그 점에 대해 몹시 아쉽게 생각한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앞서 지난 1월 이 위원장은 한 방송에서 "비례의석만을 위한 위성정당을 만든다는 것은 누구든 간에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은 편법"이라며 "(민주당은)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비례연합정당 참여 논의 과정에서 '비난은 잠시지만 책임은 4년'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선 "회의에서 제 의견을 묻길래 우리 논의의 출발점은 연동형비례제를 왜 도입했는지여야 한다고 했다. 연동형 비례제 도입 취지는 국민 취지와 의석 배분이 가장 근접토록 하기 위한 것인데 그 취지가 이미 위협받고 있다, 즉 (미래한국당 출범으로) 지지도보다 훨씬 많은 의석을 가져가는 일이 이미 벌어졌기 때문에 그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취지로 말씀 드렸다"며 "(비례정당에 참여하면) 우리가 비난은 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 따른 책임은 더 길게 추궁될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해명했다.
이 위원장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여권 일각에서 대두된 재난기본소득 도입 주장과 관련해선 신중론을 거듭 강조하면서 향후 추이에 따라 검토해볼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이 제도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느 범위까지 어떤 방식으로 도입할지에 대해 많은 준비와 논의가 필요하다"라면서 "이를 추경을 통해 짧은 시간에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좀 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이번 추경 예산과 일부 지자체의 조치가 일종의 (기본소득) 시범 조치 성격도 갖고 있다. 보면서 제도의 도입 여부, 기간 등을 준비해가는 데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