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뒤통수 맞은 통합당, 한선교·공병호 마이웨이에 '부글부글'

미래통합당이 4·15 총선을 앞두고 비례득표용으로 만든 자매정당 미래한국당에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한국당이 통합당에서 영입한 인재들을 비례대표 후보 당선 안정권에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5일 한국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황교안 통합당 대표(왼쪽)와 한선교 한국당 대표가 대화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황교안 "통합당 자체 비례 가능" vs 공병호 "나를 인선한 게 실수"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미래통합당이 4·15 총선을 앞두고 비례득표용으로 설립한 위성(자매)정당 미래한국당에 뒤통수를 맞았다. 통합당에서 영입한 인재들이 대거 한국당에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신청한 가운데 당선 안정권에 통합당 영입인재는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합당은 믿었던 자매정당의 배신(?)에 발칵 뒤집혔고, 한국당 내부에서도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지난 16일 한국당은 531명의 지원자 중 비례대표 공천 최종 후보 40명, 비례승계용 예비명단 6명을 추렸다. 상징적 의미가 큰 1번은 조수진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이 선정됐고, 2번은 신원식 전 육군수도방위사령관, 3번은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김예지 씨가 선정했다.

한국당 비례대표 공천 후보 40명에 통합당 영입인재는 5명만 포함됐는데, 당선권인 20번 이내에는 한 명도 없다. 윤봉길 의사의 장손녀인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이 가장 높은 21번에 배정됐다. 이어 이종성 전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사무총장(22번), 전주혜 전 부장판사(23번), 윤창현 전 한국금융연구원장(26번), 박대성 페이스북 한국·일본 대외정책 부사장(32번)이 포함됐다.

탈북자 출신 북한인권운동가 지성호 나우(NAUH) 대표는 비례대표 순위 계승 예비명단 4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당은 이날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쳐 명단을 확정할 예정이었지만, 통합당에서 건너간 최고위원들이 반발하면서 파행됐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도 관련 소식을 전해들은 뒤 '배신'을 언급하면서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염동열 통합당 인재영입위원장은 입장문 통해 "보수의 변화와 혁신을 통해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막아주길 바라는 국민적 염원 속에 울림을 주었던 통합당의 영입인사를 전면 무시한 한국당의 비례대표 공천 심사 결과를 보며 매우 침통하고 우려의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제라도 한선교 한국당 대표와 최고위원회의 재심과 재논의를 통해 통합당과 한국당의 총선 승리를 위한 길을 모색해 바로 잡아주실 것을 간곡히 소원한다"고 덧붙였다.

공병호 미래한국당 공관위원장은 1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공병호TV를 통해 통합당의 반발은 설득력이 없다며 통합당 인재영입 후보 대부분을 한국당 비례대표 후보군에 포함시키기를 황교안 대표 측이 원했다면 저를 공관위원장으로 인선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것이 실수라면 가장 큰 실수다라고 주장했다. /공병호TV 갈무리

통합당은 한국당 공관위가 정한 후보자 명단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황 대표는 17일 서울 종로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통합당 자체 비례도 가능하다"며 "가급적이면 우리가 계획한 대로, 구상한 대로 정상적인 자매정당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병호 한국당 공관위원장은 "통합당의 반발은 설득력이 없다"고 일축했다. 공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공병호TV를 통해 "통합당 인재영입을 담당하는 분이 보는 인재와 제가 보는 인재, 한국당 공관위원 6인이 보는 인재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한 공 위원장은 "통합당 인재영입 후보 대부분을 한국당 비례대표 후보군에 포함시키기를 황 대표 측이 원했다면 저를 공관위원장으로 인선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것이 실수라면 가장 큰 실수다"라며 "이번 비례대표 후보 인선은 그 어떤 작업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법적으로 통합당과 한국당은 다른 정당이기 때문에 한국당의 비례후보 인선에 통합당이 왈가왈부할 수 없다. 만약 통합당의 의중에 따라 공천이 이뤄졌다면, 그 자체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 때문에 통합당이 불만을 표출할 수는 있지만,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황 대표 측 인사가 다수인 최고위회의에서 공관위에 재의를 요구하더라도, 당헌당규에 따라 공관위원 3분의 2 이상이 원안을 재의결하면 최고위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물밑에서 여러 접촉이 있을 수 있지만, 대대적 후보명단 개편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통합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한 대표가 통합당의 자매정당 역할에 만족하지 않고 '독자 노선'을 걷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당초 통합당의 계획대로 통합당에서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고 한국당에서만 후보를 내면 이번 총선에서 20명 안팎의 의원을 배출할 수 있어 교섭단체 지위를 갖고 단독으로도 상당한 존재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통합당 한 관계자는 "통합당에서 한 대표에게 CEO(최고경영자) 역할을 기대하고 한국당으로 보냈겠지만, 정당의 특성상 실권을 갖게 되면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고, 하더라도 뭐라할 수 없다"며 "설마했던 일이 현실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sense83@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