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4년 전 이해찬 발목'…무소속 출마 의원 "내로남불 전형"

더불어민주당은 16일 고위전략회의에서 당 공천에 탈락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이들을 영구제명 조치하기로 결정했다. 일각에선 당 조치에 불복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복당한 이해찬 대표가 정작 이해찬 모델을 21대에선 막아버렸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선화 기자

민주당, 무소속 출마 영구제명 강력 방침...4년 전 '이해찬 모델' 막았다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내부로부터 '내로남불' 논란에 휩싸였다. 이 대표가 4년 전인 20대 총선에서 공천 탈락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복당한 이른바 '이해찬 모델'을 이번 4.15총선을 앞두고는 정작 본인이 막으면서, 4년 전 이 대표가 스스로 발등을 찍은 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가 논란에 휩싸인 것은 당 공천에 반발,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제세·민병두 의원과 문희상 국회의장 아들 문석균 전 의정부갑 상임부위원장 등이 당 공천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할 예정이다. 내부에선 특히 문 전 부위원장의 무소속 출마 강행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16일 오후 고위전략회의를 통해 당 공천에 불복해 무소속 출마에 강력 대응 방침을 결정했다. 이 대표는 "(4·15 총선에) 출마 준비를 하다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엔 영구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통상 제명은 중앙당윤리심판원 심의를 통해 결정하는 것으로, 당 대표 주도로 결정된 이번 조치는 이례적이다.

이는 당 후보와 무소속 출마 후보의 대결이 자칫 '집안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겠다는 조치다. 무소속 출마 후보들이 당 복당을 염두에 두고 있어 민주당 지지층 분열과 표 갈라먹기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문석균(사진) 전 민주당 의정부갑 상임부위원장을 비롯해 민병두, 오제세 의원 등이 무소속 출마할 예정으로 민주당 지도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문 전 상임부위원장이 지난 1월 북콘서트를 개최하고 지역구 세습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모습. /이새롬 기자

그러나 무소속 출마를 고민 중인 의원들 사이에선 '이 대표의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대표는 지난 2016년 3월 15일 공천에서 컷오프되자 탈당했다.

당시 그는 "어제 저에 대한 공천을 배제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그런데 이유와 근거가 없다. 도덕성이든, 경쟁력이든, 의정활동 평가든 합당한 명분이 없다.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김종인 비대위는 정무적 판단이라고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공당의 결정은 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 저는 부당한 것에 굴복하는 사람이 아니다. 저 이해찬은 불의에 타협하는 인생을 살지 않았다. 우리 당과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앞으로 정치에 몸담을 후배들을 생각해도 이러한 잘못된 결정은 용납할 수 없다. 나쁜 선례를 만들지 않겠다"며 공천에 반발했다. 이 대표는 탈당 후 무소속으로 세종시에 출마, 그리고 당에 복당했다.

당 공천에 반발한 이들은 4년 전 이 대표 모델을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공천 배제된 후 무소속 출마를 고심 중인 한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해찬 대표) 본인은 그렇게 하고 지금은 왜 또 이런 식으로 하는지 모르겠다. 자기가 하는 건 다 옳고 남은 옳지 않다는 내로남불"이라고 날을 세웠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당 공천에서 탈락하자 4년 전 이해찬 대표가 그랬던 것처럼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 당선해 복당한다는 방침이다. /더팩트 DB

또, 민주당의 이번 조치는 이날 민주당을 탈당하며 17일 무소속 출마 선언을 예고한 문 전 부위원장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의정부갑 지역 당직자들은 당이 영입인재 오영환 전 소방관을 전략공천하자 집단 사퇴하며 문 전 부위원장 무소속 출마를 권유해왔다. 이곳은 문 전 부위원장 아버지인 문 의장이 5선을 한 지역구다. 당초 문 전 부위원장은 이곳 출마를 준비했다가 지역구 세습 논란에 '선당후사 하겠다'며 지난 1월 불출마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지역 시·도의원들 간 오 후보자 갑질논란까지 나오며 내부 총질로 번졌다. 16일 민주당 청년정치인들은 이에 반발하며 문 전 부위원장을 향해 "조직을 동원해 오영환 후보를 왕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문 전 부위원장 무소속 출마 강행에 상당히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본인이 선당후사 하겠다고 해놓고 이렇게 출마하는 건 한 입으로 두말하는 것 아닌가. (지도부에선) 매우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본인이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면 따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없지만, 재입당하기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 출마하는 민주당 한 청년 정치인도 문 전 부위원장을 일갈했다. 그는 "청년 당원들은 솔직히 아버지를 국회의원으로 둔 문 전 부위원장을 정말 부러워한다. 지역구 당선은 사실 본인 능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지원하는 당원과 지지자, 그 지역 발전을 위한 지역 주민이 함께 만드는 것이다. 본인 능력이 출중해서라고 생각해선 안 될 것"이라며 "참신한 청년인재를 왕따 시킨 부분이 안타깝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인 국정운영과 민주당 총선 승리라는 대의를 봐줬으면 좋겠다. 자기 승리가 목표가 돼선 안 된다"고 문 전 위원장을 비판했다.

당은 지난 20대 총선에선 공천이 김 위원장 개인에 의해 이뤄졌고, 이번에는 공정한 외부인사가 참여한 공천관리위원회 등을 통한 '시스템 공천'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비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 전 부위원장 외에도 차성수 전 금천구청장이 당의 전략공천에 반발해 이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총선 30여 일 앞두고 민주당 출신의 무소속 출마 러시 현상이다.

이번 총선 공천도 이전처럼 공천 반발이 이어지면서 이 대표의 '시스템 공천'이 무색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당은 총선을 불과 30여 일 앞두고 소수 정당의 비례연합정당 참여 설득과 함께 당 출신 의원들의 탈당 후 무소속 출마라는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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