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무소속 출마 고심"…'낙천' PK·TK 의원들의 '딜레마'

TK·PK 지역에서 컷오프된 인사들이 집단 반발하면서 무소속 연대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월18일 인재영입 관련 발표를 하는 김형오 공관위원장. /남윤호 기자

홍준표 "목요일(12일)까지 지켜보겠다" 선전포고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미래통합당 TK·PK 지역 컷오프 인사들의 '무소속 출마'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공관위의 대폭 물갈이에 반발하며 재심을 신청했지만,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이에 따라 TK·PK 지역에서 '무소속 연대'가 나올 경우 통합당 선거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현재까지 TK·PK 지역에선 현역 의원 11명이 컷오프됐다. 통합당 공천 중 가장 큰폭의 물갈이로, 곽대훈(대구 달서갑)·정태옥(대구 북갑)·강석호(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김석기(경북 경주) 의원과 이주영(경남 창원시마산합포구)·김한표(경남 거제)의원 등은 거취를 고심 중이다.

TK 지역 한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재심 신청을) 생각 중"이라며 "많은 사람이 억울해 하고 있다"고 주변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향후 행로를 두고 "그건 공천이 끝나고 나서 결정할 사항"이라며 "지금 결론을 내리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PK 지역의 한 의원도 "재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경남 양산을 출마를 목표로 했다가 컷오프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공관위에 거칠게 항의하며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그는 1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형오 통합당 공관위원장을 향해 "텃밭에서 5선을 하고 국회의장까지 하면서 당의 혜택을 받은 사람이 지난 탄핵때 박근혜 하야를 외치면서 탈당하고 촛불 정신을 찬양하는 태도가 김위원장이 말하는 희생과 헌신인가. 김형오 위원장은 그 입을 다물라"라고 힐난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수차례 공관위의 결정에 항의하며 무소속 출마를 시사하고 있다. 지난 2월 20일 공천 면접 심사를 마친 홍 전 대표. /이선화 기자

그러면서 "이번 목요일(12일) 오전 최고위원회까지 지켜보겠다"며 "황 대표가 과연 큰 도량의 대장부인지 여부를 지켜보겠다. 내가 갈 정치적 방향은 황 대표의 결단에 달렸다"고 했다.

이후 홍 전 대표는 5시간 뒤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새장을 떠나 훨훨 나는 창공의 새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도 있다. 목요일 이후엔 전혀 다른 투쟁이 저를 기다릴 것"이라며 무소속 출마를 암시하기도 했다.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이 이미 무소속 출마를 결정하고 당을 떠난 만큼 이후로도 영남 의원들의 거취엔 상당수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통합당은 이날 부산·울산·경남 지역에 대한 경선을 오는 15일과 16일로 정하고 홍 전 대표와 이주영 국회부의장이 재심을 신청했던 양산을·창원시마산합포구 경선 후보자를 기존대로 공지했다.

통합당에서 '영남 무소속 연대'가 나올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통합당 총선 필패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도 "당락만 고려했다가 큰 영향력이 없을 수 있다"며 엇갈렸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통화에서 "공관위가 전략적인 판단을 제대로 못한 것도 있다"며 "김태호 전 경남지사, 홍 전 대표 등은 PK지역에서 굉장히 쓸모가 많은 사람인데, 지나치게 서울로 내보내는 것에 집착해서 불협화음이 생긴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황 대표와 어떤 관계가 느껴지는 지점도 있다"며 "4년 전에 비해 공천을 잘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정병국·이찬열 의원 등 통합하면서 들어온 사람들을 포용하지 못해 당 외연 확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영남 무소속 연대'가 총선에 등장할 경우 "통합당의 필패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공관위가 현실적으로 심사해야하는데 너무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무소속 연대가 나올 경우 향후 통합당 선거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소속 출마자들의 당선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지난 2일 진행된 대구·경북 지역구 예비후보자 공천 화상면접. /남윤호 기자

반면 이현출 건국대 교수는 "공천 후보와 무소속 후보가 동시에 나오면 야권 분열 등 불리한 상황이 있을 수 있겠지만 유권자들은 전략투표를 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래도 '이 판에선 누구를 찍어야 한다'는 걸 잘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홍 전 대표가 무소속으로 나온다고 해도 크게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할 수 있다"며 "공천이 저번 총선 때 '이한구 공천'처럼 합리적이지 않다고 하면 모르겠지만 이번에 그런 건 아니지 않나"라며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러면서 "공천이란 게 늘 당사자 입장에서 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며 "(무소속 출마할 경우)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 의원들도 다들 대승적으로 생각할 거다. 지금은 낙천을 했지만 정치란 건 한 수 앞만 보고 하는 건 아니지 않나. 평소 생각했던 대의도 있을 거고, 당락만 생각하기엔 고려할 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통합당에선 공관위 심사의 형평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공천 탈락자가 김형오 공관위원장의 측근 인사가 단수 공천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등 '사천(私薦)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택도 없는 소리"라며 "분명한 것은 무소속으로 나와도 당선이 안 된다는 것이다. 당선될 수가 없다. 단지 우리 후보를 떨어뜨리는 데 기여할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적지 않은 수의 현역 의원들이 공천 불복 의사를 드러낸 만큼 당분간 공천 잡음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어렵사리 통합한 보수가 또 분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 가운데 '무소속 연대'가 출범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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