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종막 앞둔 통합당 공천…'물갈이·계파색 지우기' 성공

20대 국회 의정활동 중 막말로 물의를 빚었던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민경욱·이은재·김순례·정태옥 의원은 21대 총선을 대비한 미래통합당 공천에서 모두 컷오프를 당했다. /배정한·남윤호·이새롬 기자

계파·선수 불문 현역 '39% 컷오프'…추가 탈락도 예고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미래통합당의 4·15 공천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9일 기준 전국 253개 지역구 중 일부 전략공천 대상 지역과 경선이 진행 중인 곳을 제외한 146개 지역의 후보가 확정됐다. 대대적 현역 물갈이가 이뤄졌고, 계파색은 옅어진 공천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합당이 공천 심사를 앞두고 공언했던 '지역구 33% 컷오프(공천 배제)와 현역 50%' 교체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총 118명의 현역 의원 중 김무성·김세연·정병국 의원 등 25명이 불출마를 선언했고, 윤상현·김순례·이찬열 의원 등 21명이 컷오프(비례대표 포함)됐다.

현역 의원 약 39%가 컷오프된 가운데 앞으로 경선 등을 통해 추가로 탈락하는 의원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공천이 확정된 의원은 곽상도·김수민·김중로 의원 등 52명(약 44%)이다.

◆146개 지역서 현역 52명 생존, 46명 배제

특히 이번 통합당 공천에선 4년 전 새누리당(현 통합당) 공천 전반에 짙게 드리웠던 친박(친박근혜)·진박(진실한 친박) 논란 등 계파 갈등을 찾아볼 수 없다. △정갑윤 △정우택 △원유철 △유기준 △김정훈 △윤상현 △김재원 △윤상직 △김진태 △박대출 △이장우 △김태흠 △정종섭 △곽상도 의원 등 당내 핵심 친박으로 분류되는 인사 중 공천이 확정된 의원은 김진태·박대출·이장우·김태흠·곽상도 의원 정도다.

윤상현 의원은 컷오프를 당한 직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김재원 의원은 지역구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에서 밀려나 험지인 서울 중랑을에서 경선을 치르기로 했다.

친박계 핵심 인사로 꼽히는 통합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왼쪽)은 이번 공천에서 지역구서 밀려나 서울 중랑을에서 경선을 치르기로 했고, 윤상현 의원은 컷오프된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남윤호 기자

당권을 쥔 황교안 대표의 측근 중에서도 자의·타의로 적잖은 탈락자가 나왔다. 김도읍 전 비서실장(부산 북구강서을)과 황 대표 상임특보단장 이진복 의원(부산 동래)은 불출마를 선언했고, 원영섭 조직부총장(부산 진구갑)과 김우석 당 대표 정무특보(서울 마포갑)는 낙천했다. 황 대표를 총리 시절부터 보좌했던 이태용 여의도연구원 부원장(경남 사천남해하동)은 경선이 예정돼 있다.

이에 따라 당내 일각에선 황 대표의 영향력이 너무 적은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왔다. 하지만 황 대표는 "자유 우파가 추진하는 대통합 논의는 지분 요구를 하지 않기로 하고 진행해 온 것"이라며 불만을 잠재웠다.

계파와 선수를 가리지 않고 김형오 체제 공천관리위원회의 독립된 판단으로 대거 물갈이가 이뤄진 가운데 범중도·보수통합 과정에서 합류한 세력은 약진했다.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새로운보수당 출신 인사 중에서 오신환(서울 관악을)·유의동(경기 평택)·지상욱(서울 중구성동을) 의원이 경선 없이 공천을 받았다.

원외인사 중 이준석 최고위원(서울 노원병), 민현주 전 의원(인천 연수을), 구상찬 전 의원(서울 강서갑), 김웅 전 부장검사(서울 송파갑)도 단수공천을 받았다. 또한 하태경(부산 해운대갑) 의원과 이혜훈 의원(서울 동대문을)은 경선이 예정돼 있다.

안철수계 이동섭(서울 노원을)·김수민(충북 청주청원)·김삼화(서울 중랑갑)·김중로(세종갑) 의원도 경선 없이 본선에 직행한다. 또 옛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김영환 전 과학기술부 장관(경기 고양병), 문병호 전 의원(서울 영등포갑), 박주원 전 안산시장(경기 안산상록갑), 김근식 경남대 교수(서울 송파병)도 단수공천을 받았다. 신용현 의원은 대전 유성을에서 경선을 치른다.

미래를 향한 전진4.0(전진당) 출신도 배려를 받았다. 이언주 의원이 부산 남구을에 전략공천됐고, 김원성 최고위원(부산 북구강서을)은 단수공천됐다.

지역구 33% 컷오프와 현역 50% 교체를 예고했던 통합당 공천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9일 기준 118명의 현역 의원 중 46명이 불출마하거나 컷오프가 확정됐다. 김형오 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이날 국회에서 공천 관련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막말, 물의 빚은 인사 대거 탈락

통합당 공천의 또 다른 특징은 막말 논란을 일으켰던 민경욱·이은재·김순례·정태옥 의원과 공관병 갑질 의혹이 제기됐던 박찬주 전 육군 대장 등 물의를 빚은 인사들이 대거 탈락했다는 것이다.

과거 친이(친이명박)계 인사들의 귀환도 눈길을 끈다. 조해진·정태근 전 의원, 박정하 전 청와대 대변인, 김은혜 전 부대변인 등의 공천이 확정됐다. 여기에 경선을 치르는 임해규·진수희·김희정 전 의원 등이 경선에서 승리할 경우 친이계의 귀환은 더 늘어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통합당이 나름대로 공천의 원칙을 정해서 국민 눈높이를 상당 부분 반영했다. 특히 친박 핵심 인사를 잘라내고, 막말 등으로 논란이 된 문제 인사들도 걸러냈다"며 "빈자리에 새로운 인물들, 중도에서 건너간 인사들을 배치함으로써 중도로 나아가려는 외연 확장 의지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선전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정치평론가는 이어 "더불어민주당과 비교하면 물갈이 비율도 더 높고 문제의 인사들도 잘 걸러내 상대적으로 통합당의 공천이 좀 더 잘한 것 같다"라며 "다만 탈락한 전·현직 국회의원 일부를 다른 지역에 공천한 것은 해당 지역 유권자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혁신에 대한 기대에도 부응하지 않는 조치였다. 이 부분이 아쉽다"라고 덧붙였다.

sense83@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