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수출 규제에 입국 제한까지…한일 '갈등' 재점화

우리 정부가 6일 일본 정부의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에 맞불을 놨다. 수출 규제 문제 등으로 얼어붙은 한일관계가 더 악회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24일 중국 청두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청와대 제공

정부, 日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에 맞불…한일관계 냉각 불가피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가깝고도 먼 나라 한국과 일본 갈등이 재점화됐다. 일본 정부가 5일 코로나19를 이유로 한국인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발표하자 우리 정부도 하루 만에 상응 조치했다. 강제징용 배상 등 과거사 문제와 수출 규제로 얼어붙은 한일관계는 더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6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상임위원회를 열고 전날(5일) 일본 정부의 '한국인 입국 제한' 결정과 관련해 강한 유감의 뜻을 밝혔다. 청와대가 불쾌감을 나타낸 것은 일본 정부가 우리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이런 조치를 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3·1 독립운동 기념사에서 일본을 향해 "함께 위기를 이겨내고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를 위해 같이 노력하자"며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코로나19에 대한 협력을 고리로 꼬일 대로 꼬인 양국 관계의 실마리를 풀어보겠다는 구상으로 읽혔다.

하지만 일본은 문 대통령이 내민 손을 뿌리쳤다. 일본 정부는 오는 9일부터 한국인에 적용하고 있는 90일 이내 무비자 입국을 중단하고 이미 발급된 비자(사증)의 효력을 정지한다. 또, 한국과 중국에서 오는 입국자에 대해 2주간 지정된 장소에서 대기시킨다. 사실상 격리 조치다.

청와대는 일본의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한 데는 다른 의도가 깔려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대응에 미숙함을 드러낸 일본 정부가 자국 내 싸늘한 여론을 외부로 돌리려는 의도로 판단한 것이다.

일본 정부가 지난 5일 코로나19를 이유로 한국인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발표한 뒤 우리 정부가 하루 만에 상응 조치를 내놨다. 정부는 오는 9일부로 일본에 대한 사증 면제 조치와 이미 발급된 사증의 효력을 정지하기로 했다. /임세준 기자

우리 정부도 일본 조치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일본은 불투명하고 소극적인 방역조치로 국제사회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다"고 했다. NSC에서의 지적이다. NSC는 "한국은 세계가 평가하는 과학적이고 투명한 방역체계를 통해 코로나19를 엄격하게 통제 관리하고 있다"고 자평한 것과 반대로 일본의 방역 체계에 대해서 이례적으로 비판했다.

베트남, 호주 등 다른 여러 나라의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가 있지만, 유독 일본에만 상호주의적 잣대를 들이댄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핵심관계자는 "베트남, 호주의 경우는 일본과 다르게 본다"며 "일본은 방역 문제나 코로나19의 확진 상태를 봤을 때 한국과 비교되는 국가"라고 했다.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강경하고 격앙된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한일 갈등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촉발된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한일관계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이후 지난해 말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현안들을 대화로 해결하자는 원론적 합의만 했을 뿐 실질적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다만 당시 양 정상은 향후 대화의 문을 열어뒀으나, 일본 정부가 한국에 빗장을 걸면서 한일관계는 또다시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의 즉각적인 맞대응 조치에 일본의 반발이 예상된다. 정부는 6일 "일본으로부터 유입되는 감염병을 철저히 통제하고자 한다"며 오는 9일부로 일본에 대한 사증 면제 조치와 이미 발급된 사증의 효력을 정지하기로 했다. 사실상 비자가 없으면 일본인이 한국에 입국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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