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입문 25년 만에 처음 겪는 험난한 21대 총선 도전기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21대 총선 도전이 쉽지 않은 모양새다. 고향 출마(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를 준비하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의 '험지 출마' 요구로 경남 양산을로 방향을 틀었지만, 이마저도 공천장을 따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가운데 홍 전 대표가 4일 김형오 공관위원장에게 치이고 있고, 호형호제했던 나동연 전 양산시장에게 뒤통수를 맞은 사실을 공개했다. "이번 선거를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잘못된 정치 행태는 바로 잡아야겠다"는 용기 있는 고백이다.
홍 전 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제가 고향을 떠나 경남 험지인 양산을로 선거구를 옮길 때 그 결심을 하게 된 배경은 김 공관위원장이 밀양으로 내려와 고향 출마는 안 된다고 강권한 탓도 있지만, 지난 1월 초부터 나 전 시장의 지속적인 양산을 출마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산을에 오면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저를 꼭 당선시키겠다던 나 전 시장만 믿고 내려와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양산대전’을 준비하고 있는데, 매일같이 사무실을 찾아와 선거대책을 의논하고 있던 나 전 시장이 사흘 전부터 갑자기 오지 않았다"며 "곧이어 양산을 추가 공모가 당 홈페이지에 떠 알아보니 공관위에서 나 전 시장에게 연락해 추가 공모에 응하라고 설득한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대선후보, 당 대표, 경남도지사, 4선 의원 등을 역임한 유력한 후보가 출마를 준비하는 지역에 추가 공천 공모를 한다는 것은 기존 후보를 배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김 공관위원장은 홍 전 대표에게 전화해 나 전 시장을 추가 공모에 응하도록 설득하지 않으면 컷오프(공천배제)시킨다고 하면서 경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홍 전 대표는 "김 공관위원장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어 나 전 시장이 추가 공모에 응하는 것을 양해할 수밖에 없었다"며 "나 전 시장은 애초부터 양산시장 선거법 위반 사건이 대법원에서 선고되면 양산시장에 출마하겠다고 양산 시민들에게 늘 공언해 왔는데, 대법원 선고가 없을 것으로 보이자 느닷없이 국회의원 출마로 급선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홍 전 대표는 "오늘 어느 언론보도를 보니 저를 또 딴 곳으로 보낸다고 한다"며 "나 전 시장의 양산을 공천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지만, 그의 이러한 행적이 밝혀지면 양산을을 김두관 후보에게 바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더 이상 그간의 경위를 밝히지 않으면 제가 오히려 사리사욕만 채우는 정치인으로 비춰질 수 있어 부득이하게 밝힐 수밖에 없음을 공관위에서는 양해하길 바란다"며 "25년 정치를 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 당해 본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이번 선거를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잘못된 정치 행태는 바로 잡아야겠다"며 "나 전 시장의 경우를 겪어 보니 참 가슴이 아프고 사람이 이제 무서워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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