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주간政談] '양치기 소년' 정봉주에 뒤통수 맞은 취재진 '황당'

정봉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비례정당인 열린민주당 창당을 선언했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은 발표 당일 아침 비례정당 창당을 안 한다거나, 정계 은퇴 등의 거짓말을 해 혼란을 부채질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 정치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코로나19' 국회는 한바탕 '소동'...당·정·청은 잇단 '자책골'

[더팩트ㅣ정리=이철영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합니다. 대구·경북 확진자 수가 매일 수백 명씩 늘어나면서 국민 불안감도 점차 고조되고 있습니다. 정부와 여당도 국민 불안감 해소와 사태 해결을 위해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여당이 그렇지 않아도 고통받는 대구·경북 지역을 봉쇄한다는 대책을 발표해 논란을 불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마스크 공급을 확대한다는 발표도 준비되지 않은 설익은 내용으로 확인돼 또 고개를 숙여야만 했습니다.

-정치권도 코로나19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코로나19 확진자와 같은 자리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심 원내대표를 취재했던 취재진도 놀란 가슴을 부여잡은 채 자가격리를 해야만 했습니다. 아울러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 비례위성정당을 놓고 말이 많습니다. 정봉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축이 된 '열린민주당' 창당을 선언해 논란입니다. 먼저, 정 전 의원의 황당했던 기자회견 이야기부터 들어보겠습니다.

정봉주 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위성정당이라 할 수 있는 열린민주당 창당을 선언하면서 정치권에선 내로남불 비판이 나온다. 사진은 정 전 의원이 예비후보자 선정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후 모습. /남윤호 기자

◆뒤통수 친 정봉주, '열린민주당' 창당 현장도 우왕좌왕

-비례용 정당 창당 얘기가 나돌던 정봉주 전 의원이 드디어 28일 '열린민주당' 창당을 선언했네요.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현장 취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비례정당 창당이 예고됐습니다. 정 전 의원이 페이스북에 '제3의 길'을 언급했고, 기자회견 전날(27일)에도 '더파란민주당'이라는 구체적인 당명까지 언급한 언론 보도가 있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당일 오전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선 제3의 길에 대해 "은퇴죠, 무슨 길입니까"라며 비례정당 창당에 대해서도 "완전히 오보다. 창당하지 않는다. 물리적 시간을 넘었다. 하기 힘들다"고 했었습니다. 그래서 이날 기자회견 취재를 준비하던 기자들은 "오늘 비례정당 창당 기자회견이 아니면 도대체 뭣 때문에 하는 거지?"하며 의아해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기자회견장인 여의도 한 호텔에 도착해보니 '비례신당창당선언 기자회견'이라는 안내판을 엘리베이터 등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정 전 의원은 기자회견장 앞에서 직접 취재진을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취재진들 사이에선 "오늘 아침 인터뷰에서 했던 말은 거짓말인 건가" "몇 시간만이면 들통날 걸 왜 거짓말한 건가"하며 다소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정봉주 전 의원이 기자회견을 예고했던 여의도 한 호텔 안내판에는 비례신당창당선언이라는 점이 분명하게 적혀 취재진을 당황하게 했다. /여의도=박숙현 기자

-정당을 만드는 거야 본인 자유가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정 전 의원의 방식은 무척 잘못된 것 같습니다. 수많은 청취자가 듣는 라디오에서 뻔뻔하게 거짓말한 것 아닙니까?

-맞습니다. 정 전 의원도 이를 의식한 듯 본인의 입장을 밝히며 가장 먼저 "가야 할 길을 선택했기에 준비 과정을 많이 가려야 할 필요가 있었다"며 사과했는데요. 하지만 취재진은 그의 사과가 가슴에 와닿지 않는 듯했습니다. 모두 황당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정 전 의원도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정 전 의원의 태도를 이해하려 해도 이해가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마치 정치를 그리고 국민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지지자들만 보고 간다는 생각인가요.

-곳곳에선 실소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일각에선 정 전 의원이 여권의 비례정당 움직임에 다소 급하게 창당 준비 선언을 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실제로 이날 열린민주당(가칭)창당준비위원회 측에서 나눠준 창당선언문에는 '희망을 정치를 구현하는 정당을 건설하겠겠습니다'라거나, '창당준비위원장'을 '창단준비위원장'으로 쓰는 등 오타도 곳곳에서 보였습니다. 당을 띄운 날부터 오타와 거짓말로 점철된 '열린민주당'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주목되네요.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지난 19일 코로나19 확진자와 같은 장소에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국회가 헌정사상 처음으로 폐쇄됐다. 심 원내대표는 다행히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남윤호 기자

◆ 심재철, '확진자 접촉'에 취재진도 화들짝

-정 전 의원 태도는 황당하기 그지없습니다. 국민이 코로나19로 근심하는데 이런 양치기 소년 같은 거짓말을 했다니 어이가 없습니다. 국회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코로나19 로 국회도 떠들썩했죠?

-네, 그렇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안 되지만, 그날을 생각하니 황당하면서도 한편으론 다행인 것 같습니다. 시작은 이렇습니다. 심 원내대표, 통합당 곽상도·전희경 의원이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사학혁신 방안,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참석했습니다.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요, 이 자리에 코로나19 확진자(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가 참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심 원내대표 소식은 지난 24일 오전부터 지라시를 통해 돌았습니다. 처음에는 하 회장이 '음성'이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글과 하 회장 확진 보도가 나왔습니다. 심 원내대표 등도 바로 검사를 받으러 갔습니다.

-취재진은 물론 국회도 후폭풍이 상당했죠?

-네, 심 원내대표 등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던 지난 24일 오후부터 26일 오전 9시까지 국회가 방역을 위해 일시 폐쇄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또한, 당시 토론회에 참석했던 취재진도 감염됐을 우려가 나오면서 여러 언론사가 정당팀, 야당팀의 회사 출입을 금지하고, 일부 언론사는 심 원내대표의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자가격리 조치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일부 언론사는 저녁 회의 폐지, 외부 취재 최소화, 휴가 독려 등의 선제적 예방 조치를 취해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지난 26일 폐쇄된 국회 본청에서 한 의경만이 외롭게 경비를 서는 모습. /배정한 기자

-더팩트 취재진도 직간접 영향이 있었죠?

-네, 우리 정치팀과 사진부 일부 기자도 재택근무 등으로 자가관리에 들어갔습니다. 심 원내대표 등이 확진자와 접촉했던 토론회를 취재했던 한 기자의 국회 기자실 좌석이 우리 정치팀 한 명, 사진부 한 명 바로 옆자리였기 때문입니다. 심 원내대표 등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병원으로 향했다는 게 확인된 후 정당팀은 국회를 나와 하루 동안 재택근무에 들어갔습니다. 물론 마스크는 꼭 쓰고 귀가 조치를 했고요.(웃음)

-심 원내대표 결과가 다음 날(25일) '음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취재진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코로나19가 갑자기 확산해 국회도 안전할 수 없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당사자가 되고 보니 대구·경북 시민들의 심정이 이해됐습니다. 저도 아이가 둘 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불안했습니다.

-국회가 다시 문 열었을 때 혼란은 없었나요?

-국회 본관의 경우 정문과 후문만 남겨놓고 다 문을 다 닫았습니다. 또, 출입자 모두에게 체온을 측정하게 된 점이 달라진 모습인데요. 딱히 혼선은 없었습니다. 다만 일부 의원들이 의원회관 출입구 앞에서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체온이 높게 나와 출입이 제한됐던 건가요?

-일종의 해프닝이었는데요. 윤관석 민주당 의원의 경우는 아예 체온 측정 자체가 안됐다고 하는데요. 그를 측정한 국회 방호직원들이 "체온이 없는데요?"라고 당황해했다고 합니다. 나중에 보니 휴대용 체온계 사용이 익숙지 않았던 탓에 그랬던 것이었고, 이후에 정상체온으로 확인돼 통과했습니다. 그에 앞서 이재정 민주당은 실제로 체온이 다소 높게 나와 의무실에서 재검을 받았습니다. 지켜본 취재진 말로는 '의무실행'이라는 말에 이 의원이 놀란 토끼 눈으로 걱정했다고 합니다.

-일각에선 이 의원이 이날 조간 헤드라인 때문에 열이 났던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습니다. 이 의원은 전날 브리핑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황교안 통합당 대표와 심 원내대표에 대해 "안이하고 무책임한 행태에 국민들 분노와 실망이 크다"고 비판했는데요. 해당 기사는 '모른 채 확진자와 접촉해 검사한 것만으로 비판하는 것은 망언'이라며 역풍을 받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마터면 셀프비판을 할 뻔했으니 이 의원이 '의무실행'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랄 만했다는 생각이 드네요.(웃음) 한편 이 의원은 평상시 당 최고위원회의에 늦게 들어오면서 '좀 비키겠습니다'라고 양해를 구하는 편인데 이날은 이 의원이 들어오자마자 당직자들이 홍해처럼 갈라졌다는 후문입니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지난 25일 고위 당·정·청 회의 후 봉쇄 조치는 정부 측에서 고민하고 있는데 이동 등의 부분에 대해 일정 정도 행정력을 활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홍 의원은 결국 다음 날 수석대변인 자리에서 물러났다. /더팩트 DB

◆ 코로나19 사태 속 엇갈린 '명암'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정부가 대책을 내놓았는데 또 그게 논란이 됐죠?

-네, 그렇습니다. 정부와 여당 대응을 놓고 말들이 많은 상황입니다. 코로나19 전국 확산에 따른 국민 불안감이 커지면서 나오는 당연한 반응으로 이해합니다. 현재 정부와 여당의 대응 지적은 첫 번째가 말실수입니다. 지난 25일 고위 당·정·청 회의 후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봉쇄 조치는 정부 측에서 고민하고 있는데 이동 등의 부분에 대해 일정 정도 행정력을 활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내용 발표 후 '봉쇄'라는 단어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중국이 우한시를 봉쇄한 것과 같은 조치를 정부에서 추진한다는 오해로 시작했는데요, 사태는 일파만파 확산했습니다.

-'봉쇄'의 뜻이 '굳게 막아 버리거나 잠금'의 뜻이니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사태는 진정이 됐죠?

-그렇습니다. 당장 문재인 대통령은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코로나19 전파 확산을 최대한 차단한다는 뜻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라"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또,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구를 직접 방문해서도 "고위 당정협의회 결과 브리핑에서 '최대한의 봉쇄 정책을 시행한다'는 표현이 있었으나 지역적인 봉쇄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전파와 확산을 최대한 차단한다는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것 같아서 다시 한 번 해명 말씀을 드렸다"고 거듭 바로 잡았습니다.

-'대구·경북 지역 봉쇄 조치' 발언을 했던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음 날인 26일 결국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그는 기자들에게 "책임을 지고 수석대변인에 물러난다. 대구·경북의 주민들께 상처를 드리고, 국민의 불안감도 덜어드리지 못했다. 이에 사과드린다"고 밝혔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마스크 수급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제와 달라 거센 비난을 받았다. 28일 홍 부총리가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파급영향 최소화와 조기 극복을 위한 민생경제 종합대책 합동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정부도 마스크 공급 대책을 내놓았다가 사과했죠?

-마스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또, 가격도 너무 올라 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마스크 공급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섰다가 섣부른 발표로 화를 자처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마스크 수급 불안과 관련해 "140여 개 업체에 의한 하루 마스크 총생산량이 1000만장 수준인 만큼 하루 900만장 정도가 국내에 공급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서울·경기권을 제외한 약 1900개 농협 하나로마트와 1400개 읍·면 지역 우체국, 공영 홈쇼핑, 중소기업유통센터, 의약품 전문 유통업체를 통한 전국 2만4000여 개 약국을 통해 하루 500만 장 정도가 공급되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정부 발표와 달리 마스크는 없었고, 국민은 헛걸음해야만 했습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8일 "정부가 공적 유통망을 통한 마스크 공급을 발표했지만, 약속드린 시간과 물량을 지키지 못했다.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습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코로나19 사태에서 가장 대응을 잘하는 지자체장이란 평가를 받는다. 사진은 지난 25일 과천시 별양동 신천지 예수교회 총회 본부에 진입해 신도 명단을 요구하는 이 지사. /경기도 제공

-정부 당국자들도 힘들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섣부른 발표보다는 정확한 발표가 필요해 보입니다. 반대로 코로나19 사태로 오히려 상당히 이미지가 개선된 지자체장이 있죠?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지사의 코로나19 조치가 경기도민은 물론 많은 국민에게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 지사는 온라인에 경기도 내 신천지 주소를 공개, 신천지 과천본부 강제조사, 14일간 신천지교회 집회금지 명령 등을 내놓았습니다. 이 지사 특유의 강력한 드라이브를 건 것입니다. 이런 이 지사의 행동은 '사이다'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 지사는 또, 윤석열 검찰총장을 제치고 차기 대선주자 3위를 기록했습니다. 26일 '뉴스1'이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24~25일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에서 이재명 지사(7.8%)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27.4%)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11.4%) 다음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코로나19 사태에서 이 지사가 국민적 지탄을 받는 신천지 대응이 호평을 받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이른 시일 내 진정됐으면 합니다. 일선에서 뛰는 정부 당국자들의 피로도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와 국민 모두 서로를 믿는 태도가 필요해 보입니다. 정치권도 쓸데없는 정쟁이나 비판을 자제하는 모습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재우 기자, 박숙현 기자, 문혜현 기자, 한건우 인턴기자(이상 정치팀), 장우성 정치사회 에디터, 임영무 기자, 배정한 기자, 이새롬 기자, 남윤호 기자, 임세준 기자, 김세정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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