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연합이냐 비공식 지원이냐 '갈림길'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한 더불어민주당이 비례정당 딜레마에 빠졌다. '비례정당 창당론'에 선을 긋는 민주당 지도부와 달리 당 소속이거나 선거법 개정안 추진에 동참했던 이들이 공개적으로 비례정당을 만들겠다고 전면에 나섰다. 여당이 외곽 진영을 기반으로 비례정당 연대를 추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8일 여권에선 '비례 위성정당' 쟁점이 떠올랐다. 이날 오전 정봉주 전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고 비례대표용 정당인 가칭 '열린민주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주권자전국회의, 녹색당 등이 참여해 가칭 '정치개혁연합' 창당을 제안했다. 민주당은 이인영 원내대표, 윤호중 사무총장, 홍영표 전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지난 26일 회동을 갖고 '비례민주당'을 창당하기로 합의했다는 보도로 시끄럽다.
창당 추진 배경은 다양했다. 정 전 의원은 "지금의 민주당이 중도화·보수화되고 대야(對野)투쟁을 하지않는 부분이 주요한 이유"라며 "(민주당과) 선명성 경쟁을 통해 유권자의 선택을 받겠다"고 했다. 정치개혁연합 측은 "반개혁에 맞서 정치개혁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미래통합당의 비례정당 꼼수에 맞서는 차원이라고 했다.
창당 추진 이유는 저마다 달랐지만, 연대 가능성은 열어뒀다. 열린민주당 측은 "민주 진영에서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는 비례정당 그 주체 세력들과 조건 없이 함께 나아갈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정치개혁연합' 측도 "최대한 시민들의 동참을 유도하며 제 정당들과의 협력체계를 구축해나갈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비례정당 창당론'에 의견이 엇갈린다. 민주당은 선거법 개정을 주도하며 미래통합당의 비례 위성정당을 '꼼수' '가짜정당'이라고 강하게 공격했다. 이랬던 민주당이 비례정당 창당에 공개적으로 나서면 중도층 유권자들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정당 등록 후 선거법 개정에 따라 다음 달 16일 전까지는 대의원이나 당원들이 참여하는 '민주적 절차'로 비례대표 공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지도부까지 비례정당 창당을 논의했고, 여전히 당내에서 목소리가 나와 어떤 식으로든 방안을 마련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여러 가지 가능성 중 정치개혁연합이 제안한 '선거제 공조 빅텐트' 방식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으로선 친문 당원 중심이 될 '열린민주당'과의 공식적인 연대가 사실상 비례의석을 많이 확보하는 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미래한국당의 쌍둥이격'으로 인식돼 타격이 클 수 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공개적으로 (비례정당 논의를) 하게 되면 선거가 끝난 뒤 정의당으로부터 협조를 못받게 된다. 결국 자가당착에 빠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생존을 위한 것이니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든다고 하면 비판은 하지 않겠지만, 자기들이 했던 꼼수 정당, 가짜 정당 등에 대한 말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의당이 참여하는 연대라면 비판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정치개혁 완수에 동의하는 모든 정당의 비례후보들을 모아 정치개혁연합 이름으로 선거를 치르고, 선거 후 당선자들은 자신의 본래 소속 정당으로 돌아가는 방식이다. 윤 사무총장도 이날 "외부 연대 제안이 있다면 거기에 대해 당 차원의 논의를 거쳐 답을 해야 한다"라며 선을 긋지 않았다.
진보 진영 정당 창당 난립으로 표가 분산된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총선을 앞두고 결국 이들이 한 곳으로 모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종훈 명지대 교수는 "분열이라기 보단 짜고치는 고스톱일지 모르겠다"라며 "최종적으론 통합시키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