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총선' 덮친 코로나19…정치권도 '비상'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 9일 종로구 지역구 현장을 찾은 이낙연 전 총리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 /김세정 기자

예비 후보자들 "대면 대신 전화·SNS"…총선 연기 목소리도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지난 20일부터 대구·경북 지역을 비롯해 '코로나19'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급증하면서 총선을 코앞에 둔 정치권엔 '비상'이 걸렸다. 당장 모든 정당들은 코로나19 관련 위원회·TF 가동에 나섰고 정부 대응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매일 지역구에서 유권자들을 만나던 예비후보들은 대면 선거운동을 전면 중단했다. 또, 총선 연기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1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아산 시민 한분의 말씀처럼 우리는 지역과 세대를 떠나 서로의 사회안전망이 되어야 한다. 코로나19는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극복해야할 재난이다. 서로 탓하지 말고 공감과 위로, 격려의 마음으로 함께해 주시길 당부 드린다"고 호소했다.

이어 "정부는 지역감염 대응시스템을 총력으로 가동해 주시기 바란다. 아울러 중소·소상공인과 골목상권 등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획기적인 대책을 강구하도록 하겠다"며 "우리당 영남지역 선대위원장인 김부겸, 김영춘, 김두관 위원장님들은 코로나19 민생대책 긴급추경편성을 촉구했는데 당정은 민생 보호와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대책을 적극 마련해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미래통합당은 정부 대응을 지적하며 "대책을 새로 짜야 한다"고 촉구했다. 통합당은 원내대책회의명을 '코로나19 긴급회의'로 바꾸고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국민의 공포심이 커지고 경제마저 얼어붙었다. 헌정·민생·안보 재앙에 이어 보건재앙이 밀려오고 있다"며 "정부는 초기 대응이 미숙했고, 1차 방역이 실패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대책을 새로 짜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또한 전통적 지지기반인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확산되자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도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김순례 최고위원은 이와 관련해 "대구 중심으로 자영업자의 영업이 사실상 마비 상태고 확진자 동선 인근 영업점은 폐쇄된 공황 상태"라며 "변질되지 않은 추경, 코로나19를 극복하는 추경 편성에 야당이 앞장서겠다"고 했다.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정부는 초기 대응이 미숙했고, 1차 방역이 실패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대책을 새로 짜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심 원내대표. /남윤호 기자

통합당은 공천 면접에서도 대구·경북 지역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앞으로의 선거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당 차원에서 지침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아직 당 차원에서 정해진 (코로나19) 지침이나 메뉴얼 등은 없다"면서도 "충분히 주의하고 있다. 선거를 미루자는 이야기는 나오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도 "손 세정제를 구비하고 홍보에 나서자는 이야기는 나왔던 것 같다"며 "어려운 선거가 될 것 같다. 대면 접촉이 어려워 절대적으로 원래 있던 사람(현역)이 유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각 중앙당과 중앙선관위 등 차원의 선거운동 지침 마련이 시급해보인다. 당장 광주 북구에 거주하는 확진자는 전남 고흥군 버스터미널 인근에 있는 황주홍 국회의원 사무실까지 찾아간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었다.총선을 앞두고 현장에서 유권자들을 매일 만났던 예비후보들은 캠프 사무실 방역에 더 철저히 나서거나 유세를 우선 중단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양향자 광주 서구을 예비후보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지난 번에도 캠프 방역을 가장 먼저 했고, 내일도 캠프를 방역하고 최대한 방문을 자제해야될 것 같다"며 "저는 아예 대면 운동을 중단한 상태다. 대면을 원래 자주 하지 않았는데, 어제 오후부터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광주 확진자는 지난 21일까지 총 3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양 후보는 "(정부와 지자체 등이) 잘 대응해서 이 사태가 빨리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라며 "전부터 출근 인사를 할 때도 마스크를 쓰고, 코로나 예방 관련 피켓을 들고, 자체적으로 기준을 만들어서 행동 지침으로 삼고 있다. 유권자들을 대면하게 될 때도 신체접촉 등을 하지 않도록 캠프 사람들을 전부 교육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유권자들께서 후보를 만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할 것 같아서 전화와 SNS를 통해 소통하려 하고 있다"면서 "광주는 대체로 '일심단결해서 이겨내자'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운영 지지도가 높아서 '힘을 모아 대처하자'는 의견이 많다"고 했다.

예비후보자들은 코로나19 사태에 대비해 기존 마스크 착용 후 선거운동 뿐 아니라 모든 대면 운동을 중단하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배현진·양향자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배현진 미래통합당 송파을 지역위원장도 "굉장히 조심스럽게 선거운동에 임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그는 통화에서 "전부터 야외 넓은 곳을 제외하고 실내 장소 등 조금이라도 면대면 거리가 가까운 곳에선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고 철저하게 운동했다"며 "그런데 지금처럼 확진자가 폭증하게 되면 당분간 정부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배 위원장은 "유권자들이 현 사태로 바짝 긴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막 다가갈 수 없기 때문이다. 캠프에서도 시간이 아깝긴 하지만 무리하지 않고 차분히 지켜보기로 했다"며 "선거와 상관없이 유권자들의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 정부든 당이든 지침이 내려오면 따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제까지만 해도 출근 인사에 나섰었는데, 오늘은 (선거운동을) 다 접은 상황"이라며 "'이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기다리면서 위기 단계가 격상되는지 여부를 볼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현역 의원들을 제외하고 얼굴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후보자들은 향후 선거전에 불리한 상황에 처할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배 위원장은 "후보자들이 할 수 있는 운동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직접 만나서 대화 나누고, 명함을 주고 받으며 면대면으로 나서야되는 시기지 않나"라며 "그나마 저는 지난해 12월 17일 예비후보 등록 첫날부터 운동해서 많이 지역을 돌아 다행이지만 앞으로 유권자들이 안심하실 수 있는 선거운동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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