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4인과 알아본 지난 1년 평가와 향후 전망
[더팩트ㅣ외교부=박재우 기자] 베트남 하노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 1년이 지난 지금 북미관계 뿐 아니라 남북관계도 경색국면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 북미관계의 선순환을 이루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과연 향후 북미 비핵화 협상은 재개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9년 2월 27일 김 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 이어 약 8개월 만에 하노이에서 다시 만났다. 일부 외신에서 북한과 미국이 영변 핵시설 중단과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대북제재 일부 해제를 잠정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튿날인 28일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장에서 나왔고 결국 결렬됐다.
<더팩트>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 고유환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박원곤 한동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체제연구실장 출신 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와 통화를 통해 지난 1년간의 평가와 전망에 대해 알아봤다.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북미와 남북관계에 진전이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앞으로의 한반도 정세에 대해 북한의 '도발' 가능성과 '개별관광'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돼 향후 북미회담까지 이어질 거란 예상이 맞섰다.
◆우여곡절의 북미·남북관계… 포스트 하노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김 위원장은 지난해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연말까지 새로운 해법을 내놓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크리스마스 전후로 미국의 응답이 없다면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예상했다.
이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들이 깜짝 회동하면서 북미 협상에 불씨가 살아나는 듯 보였다. 하지만 10월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에서 북한 측이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면서 다시 한번 협상에 난항이 찾아왔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지난해 동안 13번 발사체를 발사했고, 개성연락사무소 철수, 금강산 관광 시설 철거 등 남북대화를 회피하면서 대남 압박에 나섰다. 미국도 핵 개발·미사일 발사 등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지 않게 하려고 관리하지만, 당분간 비핵화 협상의 진전은 어려워 보인다.
먼저, 고유환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하노이 이후 북한은 핵 능력 고도화 미국은 제재를 강조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무진 북한대학교 대학원 교수도 현재 한반도 비핵화 국면이 교착국면이라는 점은 인정했지만, 북한이 수위조절을 하면서 도발을 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북한이 첨단무기 시험을 했지만, 나름대로 수위는 조절해 온 셈"이라며 "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 비판을 하지 않았고 북미 간 친서를 주고받았다는 점에서 파국으로 이끌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박원곤 한동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하노이 회담 결렬 결과로 모든 것이 정체·후퇴된 상황"이라며 "남북관계 북미관계, 그리고 비핵화에 모두 악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이어, "10월 북미실무회담 내용을 보면, 북한이 영변 얘기는 하지 않았고 미국의 먼저 상응조치를 해야 의미있는 대화를 할 수 있다면서 비핵화 입장이 후퇴했다"고 꼬집었다.
곽길섭 원코리아 센터 대표도 "북한의 핵보유국 의지를 확인한 1년이었다"면서 "단기적·이벤트성 대북정책의 한계성을 절감한 한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이 보는 2020년 한반도 정세 전망은?
북미대화가 난항을 겪자,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개별관광' 등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미 대화의 선순환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에서 다른 국가들로 퍼지면서 '개별관광' 추진에도 빨간 불이 들어왔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한은 국경을 폐쇄하면서 방역 긴급상황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양무진 교수는 "미국의 대선이 있기 때문에, 대선이 끝나고 나면 다시 북미 대화국면이 시작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면서 "지난해와 차이점은 문재인 정부가 '개별관광' 등 남북협력사업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호응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가 이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북한 전 지역의 비상사태가 됐다"면서 "바이러스 정국이 지나면 북한도 재정에 도움이 되는 '개별관광'에 호응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고유환 교수도 '코로나19' 관련해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북중 간에 국경이 폐쇄된 상황이고, 제재도 계속되고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남쪽을 완전히 차단하고 버텨낼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긴다"고 말했다. 북한이 그동안 중국 관광객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코로나 19 상황이 진전되면 우리 정부의 '개별관광' 카드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는 목소리다.
박원곤 교수는 "북한은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면서 "기회를 봐서 도발할 가능성도 높다"고 예상했다. 이어, "트럼프 입장에서는 재선이 중요하기 때문에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지 않게 관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우리 정부의 '개별관광' 추진에 대해서는 "무리수"라면서 "대북개별관광은 대북제재에도 저촉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수용할 가능성도 높은데 그 배경에 대해서는 "남북관계 개선이 아니라 한미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곽길섭 대표는 "북한이 핵 군축 관점에서 대미협상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국의 총선과 미국의 대선 국면 아래서 북한은 당분간 '자력갱생', '정면돌파'를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북한이 위기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원포인트식 남북대화에 호응할 가능성도 있다"며 "그렇게 된다면 개별관광 뿐 아니라 플러스 알파를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