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갑' 외 지역 공천 검토 움직임…정봉주 "웜홀로 가겠다" 경고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서울 강서갑'에 공천을 신청한 김남국 변호사를 다른 지역구 배치까지 검토하며 내분 진화에 나서는 모습니다. 김 변호사발 '조국 내전'이 '진문(진짜 문재인) 대 비문(비문재인)'으로 비화해 총선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김 변호사가 강서갑에서 밀려날 경우 당 친문 지지자들의 반발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2016년, 새누리당(미래통합당 전신)은 총선 압승을 자신하다 '진박 감별사(진실한 친박인지 가려내는 사람)'의 등장으로 공천 파열음이 터지면서 민주당에 1당을 내줬다.
당 일각에선 민주당판 '진문 감별사'가 김 변호사 건을 계기로 탄생할 수 있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조국 사태'에서 청와대에 눌려있던 비문들이 강서갑 공천 갈등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진문 대 비문' 갈등으로 번지고, 충성 지지층이 비문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노원갑의 고용진 의원과 유송화 전 청와대 춘추관장, 서울 마포갑 노웅래 의원과 김빈 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 행정관 등과 같은 청와대 출신과 비문의 경선 구도가 심화할 경우 공천 갈등이 폭발할 수도 있다.
벌써부터 당 내 충성 지지층의 '내편 수호하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호 집회를 주도하고 김 변호사 '자객공천'을 주장해온 유튜브 채널 '시사타파TV'는 전날(19일)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 위원들에게 경고를 날렸다. 이 채널은 "민주당 공관위에서 김 변호사를 내치려 한다는 소리가 있다"며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지지자들이 용납하지 못할 일이 생길 경우 행동으로 옮기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혜영 위원장을 포함해 공관위 위원 18명의 개인 전화번호를 공개했다.
의원들 사이에선 극렬 지지층 때문에 소신도 밝히지 못해선 안 된다는 불만이 있다고 한다. 당 지도부도 발 빠르게 진화에 나섰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금태섭 의원과 김남국 변호사 모두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훌륭한 우리 당의 재원들이 소중하게 쓰이도록 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이어 오후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당 지도부는 김 변호사를 '강서갑'이 아닌 다른 지역에 배치하는 쪽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 방침은 두 분 다 소중한 자원이다. 당 입장에서는 총선 승리 역할에 활용되도록 공관위에서 방안을 잡아보라는 얘기"라며 김 변호사 거취에 대해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쪽"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변호사가 '강서갑'이 아닌 다른 곳 출마 가능성도 전망이 엇갈린다. 김 변호사는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신의 출마 관련 당내 우려에 대해 "정말 소신 있고 본인의 그런 것들이 확실한 정치인들이라면 당당하게 싸워서 이기는 쪽을 선택하는 게 맞다"며 금 의원과의 대결 완주를 시사했다. 이런 김 변호사를 설득할 만큼 마땅한 공천 지역구가 없다는 점도 당 지도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부문이다.
여기에 정봉주 전 의원은 간담회가 끝난 시각,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가장 당성이 충실한 청년을 쳐내고, 총선 포기하시겠다는거죠?!"라며 "당은 제 다음 스탭을 기어코 앞으로 빼게 하네여~!선거는 블랙홀로 빠져들고 저는 웜홀로 간다"고 했다. 김 변호사에 대한 당 지도부의 대안이 만족스럽지 않아 '중대 결단'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치권 일각에선 정 전 의원과 당의 충성 지지층들이 비문 의원들을 겨냥하는 작업에 나설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와 관련, 충청권 한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김 변호사와 관련해 "조국 수호가 옳았는지 틀렸는지 유권자에게 심판을 받겠다며 출마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문이 어디에 있고 아닌 사람이 어디 있나.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각자 다양한 의견과 방법이 있을 뿐"이라며 "(경선 양상이) 진문 감별 쪽으로 가면 안 된다"고 우려했다.